어릴 때부터 많이 먹고 보고 배운 음식, 아, 친정엄마가 그립다
오늘 밥상의 주 메뉴랄까 감상 포인트는 콩가루 냉이 무 맑은 된장국이다.
냉이며 콩가루를 언급하며 첫 문장을 쓰니 벌써 냉이가 또 먹고 싶다. 냉이 좋아하는 막내 놈과 같이 이틀 만에 홀라당 다 비운 후라 다시 먹고 싶어도 없다. 어릴 적 고향에서 양지바른 데 나가 냉이 캐던 추억이 아련하다. 시 엄마가 밀양 집을 지키고 사실 땐 겨울에도 다니러 가면 냉이를 캘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친정 엄마도 돌아가셨고 시엄마도 시골집에 없다. 그래서 냉이가 더 먹고 싶나 보다.
냉이를 먹자면 가장 번거로운 과정은 알뜰살뜰 잘 헹구기겠다. 흙이 조금이라도 끼어있지 않도록 성질 급한 나는 잎과 뿌리 연결 부분을 좀 찢어발기며 씻게 된다. 향기로운 냉이는 정말 좋은 허브다. 비타민, 단백질, 칼슘, 철분 등 무기질까지 풍부한 영양 덩어리니까. 피로 해소, 면역력 향상, 항산화와 항암 효과에 혈압도 낮춰 준다. 비타민 A, C가 풍부한 약초급이다. 간염과 간경화 예방 등 간에 좋으니 내가 어찌 안 좋아하랴.
된장국에 그냥 넣어도 좋고 나물로 무쳐 먹어도 좋지만 나는 특히 콩가루로 버무려 끓인 국을 좋아한다. 생콩가루에 버무린 나물국은 친정 엄마가 잘해주던 음식이다. 어릴 때부터 많이 먹은 거라 한살림에 냉이만 보면 먹고 싶어진다. 콩가루 묻히는 걸 번거로워하지 않는다. 은은한 냉이 향이여! 아, 친정 엄마가 그립다.
콩가루 냉이 뭇국이랑 뭘 더 같이 먹었냐고? 보리쌀 찹쌀 현미에 팥을 섞은 밥, 김장 김치, 생강 양파 마늘쫑 섞은 화숙표 피클, 고추장떡, 그리고 간 없이 데친 콩나물. 풀떼기 뿐? 아~ 바로 이 맛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