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63번째 새해 첫날도 새로운 하루였다. 아침 7시 전에 홀로 집을 나가 희뿌연 안산천변을 걸었다. 호수공원을 넓게 돌아 공원 내 동산에 올랐다. 거기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새해 첫 해맞이를 했다.
이런 새해 아침은 계획된 게 아니었다. 광화문 '아듀 탄핵 집회'가 제주항공 참사로 취소된 덕분에 12월 마지막 이틀을 도서관에 박혀 글을 쓸 수 있었다. 자신에게 집중하다 보니 새해맞이 산행팀에 낄까 하던 맘이 달라지고 있었다. 나만의 차분한 해맞이를 원하는 내 마음의 소리를 따른 아침이었다.
덕분에 모처럼 막내아들과도 시간을 보냈다. 오전에 '제주 항공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함께 다녀와 집밥 점심을 먹고 오후엔 영화 <한나 아렌트>와 책 《한나 아렌트가 들려주는 전체주의 이야기》를 보았다.
그래, 이거지. 계엄과 내란 시국 12월 동안 진심으로 나만의 시간에 목말랐더랬다. 그 마음의 소리를 따르는 새해맞이라 좋다. "사랑아 새해 아침에도 나는 제일 먼저 네가 보고 싶다." 그건 나 자신이었다. 새해 아침에도 나는 내 안의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였고 나를 먼저 만나고 싶었던 거다. 사랑아, 그래서 고맙다. 사랑아, 더 사랑하며 또 다른 존재들과 사랑하며 한 해를 살자꾸나.
사랑아, 늘 함께 있으면서도
새로이 샘솟는 그리움으로 네가 보고 싶다.
새해에도 너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나고
가장 정직한 시를 쓰고 가장 뜨거운 기도를 바치겠다.
그래, 사랑아, 2025년 새 한해, 너와 함께 새로운 여행을 나선다. 네 목소리와 네 얼굴을 가장 그리워하며 글을 쓸 거야. 가장 정직한 글을 쓰고 가장 뜨거운 기도를 바칠 거야. 사랑아, 한 해가 기대와 설렘 가득하단다.
해맞이로 오늘 몫의 햇빛 걸음을 내디뎠다. 기후환경을 생각하나 내 몸을 위해서나 햇빛은 최고의 선물이다. 생명이요 치유의 힘이다. 새해 해맞이 때만 아니라 사랑아, 나는 매일 해를 안으며 살 거야. 햇볕 쬐며 걷기와 산해진미 먹기, 어느 게 더 좋아? 나는 한 끼 굶어도 햇볕에 한 표! 지금 여기 좋은 나라야 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