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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비건이 먹을 거 없다는 이유로 발길을 돌려?

<기후환경 천리 길 매일 채식 한 걸음 2>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하며

by 꿀벌 김화숙

"천 리 길도 한걸음부터!"


좋아하는 우리말 속담입니다. 아무리 먼 길도 일단 한 걸음부터 출발한다니 쉬워지죠. 뚜벅뚜벅 한 걸음씩 걷다 보면 하루 1만보를 채우고요. <기후환경 천리길 매일채식 한걸음 2>도 그런 이야기입니다.


기후환경이란 복잡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쉬운 길이 있을까요? 그럼 강 건너 불구경하리? 답이 아니겠죠. 어쩌다 10년 차 비건지향으로 살며 저는 알게 되었어요. 채식이야말로 기후환경에게 가장 확실한 한 걸음이란 것을요. 제겐 가장 쉬운 실천이기도 했어요.


동물을 착취하지 않는, 탄소배출도 쓰레기도 최소한의, 환경도 사람도 지속가능한, 식생활 이야기입니다.




연재 브런치북 <기후환경 천리 길 매일 채식 한 걸음 2>를 새해 하루 앞두고 시작한다. 지난가을에 연재한 <기후환경 천리 길 매일 채식 한 걸음 1>과 연결된 2편이라 할 수 있다. 같은 주제로 계속 쓰자 맘 먹고 보니 브런치북 제목은 같이 가되 끝에 번호만 1, 2, 3....으로 바꿔 붙여가기로 했다.


새해 내 꿈과 소망이 담긴 글쓰기라 하면 좀 거창한가? 새해 어떻게 살고 싶어? 이맘때 질문하곤 하지. 지난 한 해 아쉬웠던 점과 관련해 새해 방향을 잡게 되지? 글쓰는 사람으로서 더 소수자의 목소리 숨겨진 이야기를 드러내 쓰고 싶은 열망이 있다. 점점 기후환경 문제야말로 소수자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트럼프를 보라. 우리 정부와 자본 역시 눈도 꿈쩍 안 한다. 그럼 나는? 채식 한 걸음이라도 간다.


그저께 단원FM 송년모임 가다 발길을 돌린 일이 떠오른다. 참석하겠다 이름을 올린 모임인데, 서울에서 부지런히 안산으로 왔건만, 막판에 휙 걸음을 돌려버렸다. 왠 그런 변덕을? "비건이 먹을 게 있나요?"란 내 물음에 "없다"라는 답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망설임 없이 돌아서며 뒤끝작렬 톡으로 달랬다.


나- ... 택시 타면 금방 갈 곳임을 확인했으나, 비건이 먹을 게 있냐, 물었더니 없는 것 같았어요. 배도 고프고 비건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임이구나, 기분이 나빠 발길 돌려버렸어요.ㅠㅠㅠ

답- 죄송합니다. 다음엔 꼭 챙기겠습니다. 사무국이 준비한 게 아니어서 미처 생각을 못한 것이 실수였네요. 거듭 죄송합니다.

나- 소수자에게 마이크 주려 수고하는 단원FM에 비건을 위한 밥은 없음이 슬퍼서 이렇게 남겨요.

답- 꼭 생각하겠습니다.

나- 네 감사해요. 당사자가 목소리 내는 길뿐이죠. 윤희웅샘 책 싸인은 담 기회로....




좀 까칠한가? 기껏 비건이 먹을 거 없다고 발길을 돌려 버려? 서울에서 두 시간 걸려 전철 타고 걷고 안산까지 갔다가? 단톡방에다 그걸 꼭 밝히는 성질머리는 뭐지?


사실인 걸 어쩌겠나. 동물성 위주의 식문화를 알기에 내가 먹을 게 있는지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 동물을 때려잡아서 고기로 먹는 문화. 보는 것도 먹는 곁에 있는 것도 점점 불편하다. 채식하는 게 죄일까? 고기 먹는 사람들 틈에서 굶든지 닥치고 먹어야 할까? 10년 채식 생활하며 그런 경험 왜 안 했겠나. 남들에게 불편 줄까 봐 눈 딱 감고 먹은 적이 왜 없겠나. 그러나, 그건 못 할 짓이었다.


싫은 걸 싫다고, 먹을 게 없어서 안 가겠다 말하게 된 거 몇 년 안 된다. 내 몸과 양심의 건강을 위해서다. 채식하는 사람들이 유난스럽다고? 그게 아니라, 건강상 이유로, 양심상, 기후 감수성으로, 고기를 못 먹을 뿐이다. 내가 주관하는 모임이 아니니 되돌아서는 것도 선택일 수 있는 거다.


새해엔 그래서 더 교차적으로 소수자의 목소리로 글을 쓰려한다. 소수자 어쩌고 하는 게 좀 민망하지만 말이다. 나는 시스젠터 헤테로 기혼 유자녀 여성인 것만으로 이 사회에서 쥬류에 속하는 걸 인정한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채식주의자, 비건, 예수따르미, 기후 시민으로서는 교차적 소수자가 된다. 채식은 먹고 사는 방법이면서 동시에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내는 사회적 정치적 소수자의 목소리도 된다.


끝으로, 썸네일 사진은 우리 막내 아들이 출근 도시락 싸는 장면이다. 순식물식으로 준비된 통을 냉장고에서 꺼내 도시락에 담아 가는 게 도시락다. 버섯, 애호박, 두부는 기름 살짝 물로 볶아 허브 뿌림. 콜리플라워와 마늘쫑은 쩌서 고춧가루 뿌림. 셀러리와 연근은 생 채소로. 첫 글은 길었으나 매일 연재는 짦게 가리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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