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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식당은 드물고 메뉴 선택지는 좁고 밥값은 비싸  

단순하고 건강한 밥을 착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비건식당은 왜 없을까?

by 꿀벌 김화숙 Jan 04. 2025


자연식 채식 추구하는 나도 외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가족 생일이나 특별한 기념일 식사 때, 손님 대접할 일 있을 때 그리고 숙덕이 데이트하다 또는 모녀가 싸돌아다니다 밥 먹을 때다. 아무리 안 해도 한 달 한 두번은 외식을 하지 않을 수 없겠다. 비건 생활 10년이니 비건 식당 찾아다니는 일에도 이골이 났고, 정말 만족스런 식사 쉽지 않은 것도 익숙해 졌다.


채식 자연식물식을 추구하는 비건이 사회 생활에서 불편을 감수하는 건 특별할 것도 없다. 가족 행사로 비건 식당 고르고 예약하는 일쯤이야 젊은 딸 아들이 정보력을 동원해서 해결해 주는 덕을 보면 된다. 그럼에도 솔직히 비건식당 갈 때마다 늘 안고 돌아서는 아쉬움과 찜찜함을 어쩌지 못한다. 좋은 재료를 쓰고 건강한 방식으로 준비하니 그러려니 하면서도 못내 남는 아쉬움이 있다.


며칠 전 오랜만에 남동생과 숙덕과 딸 넷이서 같이 먹은 점심도 그랬다. 젊음의 거리 대학로와 혜화에 비건식당 찾기가 왜 이렇게 힘든 걸까? 내가 알기로 비건은 젊은이들이 많다는데 왜? 널린 게 먹고 마시고 즐길 곳인데 채식당은 왜 힘들게 찾아야 하냐고. 그날도 찾고 찾아 혜화에서 성북동 쪽으로 걸어 30분 거리에 비건식당을 예약했다. 처음 가는 비건식당, 실망할세라 밥 있음에 감사하자 맘을 비우며 갔다.


손님은 우리뿐이고 메뉴 선택지는 딱 2개였다. 나물돌솥밥 22,000원 들깨돌솥밥 23,000원. 들깨돌솥밥은 들깨씨와 들깻잎을 얹어 옹기에 지은 현미조금 섞은 영양쌀밥이고 나물돌솥밥은 묵나물을 얹은 게 달랐다. 곁들여 나온 음식은 맑은 채소된장국, 구운 김, 피클, 두부톳무침, 우엉조림, 브로콜리 2쪽 방울토마토 1개 샐러드 그리고 비빔용 간장소스였다. 푸짐한 밥 덕에 생각보다 양이 부족하지 않게 잘 먹었다.


돌아오는 길, 4인분 9만원 영수증 슬금슬금 말을 걸어왔다. 그만하면 양호하위로하건만 역시 비건식당 밥값 유감이지?그거였다. 감사하는 정신승리를 해도 상차림에 비해 비쌌다. 지금까지 손님이 와글거리는 비건식당을 본 적 있던가? 없다. 깔끔하고 건강한 현미식 채소밥 비건식당을 내가 열어야 하나? 매번 농담할 정도가 됐다. 쉽고 깔끔한 방식에 적절한 가격에 환경 친화적인, 완전한 건강식, 평범하고 소박한 밥상. 현미식 채소밥집은 왜 없냐며 말이다.  


어쩌면 이정도는 그래도 양호하다 해야겠다. 정크 비건을 나는 더 못견뎌한다. 정체 불명 이것저것 끼얹은 육식을 흉내낸 '비건식' 말이다. 공장에서 가공한 가짜 고기며 가공육이며 치즈에 소스 등, 그런 정크를 비건이라 해야 하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자연에 가까운, 탄소배출도 에너지소비도 적게 먹고살자는 거다. 건강한 한식 자연식 채식당은 왜 없냐고!!!!


비싼 돈 주고 비건식당 밥 먹은 후의 뒤끝 때문에 다음 글은 자연스레 '현미밥채식 밥상 예찬'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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