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와 글 합평 8주, 추가 줌 합평 5회, 돌봄 글쓰기 강좌를 마치며
3개월 넘게 이어진 돌봄 글쓰기 강좌가 마무리되고 있다.
현장 강의와 글 합평 8주, 추가 줌 합평 5회, 그리고 나는 빠지고도 몇 번 더 합평하는 사람들까지, 긴 대장정이었다. 추석 연휴에도 최종 퇴고를 받아 책으로 편집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참여자들에게 연락하고 마감하게 독려하느라 실무 활동가들이 수고가 많다. 내 역할은 작가요 진행자로서 프롤로그도 썼으니, 이제 거의 다 왔다. 며칠 후면, 고지가 바로 저기다.
하고 보니 상상 그 이상의 보람과 기쁨, 그리고 수고가 따르는 프로젝트였다. 솔직히 역대급 더위 속에 나는 힘든 줄 모르고 즐겁게 여기까지 왔다. 참여자들이 내뿜는 에너지와 쏟아내는 이야기의 힘 덕분이었다. 이제 연휴 끝나면 모든 원고는 내 손을 떠날 테고 이달 하순엔 책이 나올 것이다. 참여한 작가 24명, 총 글 꼭지 수는 프롤로그 포함 46개다. 딱 책 한 권 부피로 260쪽에 달한다.
책 제목 결정이 어렵다. 시작할 때 글쓰기 강좌 카피기 있었지만 그대로 가기엔 아쉽다. 참여자들이 제안한 제목을 보자. 24색 돌봄의 색깔, 우리는 모두 돌봄이 필요하다, 돌봄을 넘어 선 돌봄, 어느 날 내게로 온 돌봄, 서로 잘 돌보기 위하여, 너와 나의 돌봄을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기대고 싶은 날이 있다, 그 순간 내가 그대와 함께 하리, . 지금 이 순간, 나 그대와 함께....
내 일천한 상상력으로 나오는 제목을 보자. 어렵다.
"나? 글쓰기로 자기돌봄 중!"
"돌봄이 왜? 뭐가 어쨌다고?"
"지리한 돌봄이 재미난 글이 됐네?"
바로 이거야! 그런 제목이 나올 때까지, AI의 도움까지 받아 볼 작정이다.
프롤로그/ 여행 좋아하나요?
“여행 좋아하나요? 이 사진 어때요?”
글벗들아! ‘돌봄 글쓰기’ 첫날에 PPT 사진으로 우리가 나눈 첫인사 기억하지? 역대급 폭염에도 울림 강의실을 채운 사람들한테 놀랐어. 벗들은 호응도 좋았지.
“글 쓰고 있나 봐요.”
“비행기가 보여요.”
맞아. 여행 중 공항에서 잠깐 노트북 컴퓨터 작업하며 찍은 사진이었어. 내 뒤엔 푸른 눈 금발머리 사람들, 창밖엔 활주로와 비행기와 파란 하늘. 글쓰기가 바로 “여행”이라며, 우리는 함께 여행을 떠나는 거라 말했지.
“그럼 여행의 재미는 뭐가 있어요?”
우리는 그런 수다를 이어갔지. 여행의 재미는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장소 낯선 언어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고, 결국엔 낯선 나와의 만남”이라지? 우리는 내 목소리를 찾아서, ‘평어 쓰는’ 여행을 나섰구나.
“여성, 돌봄을 쓰다.”
“내가 쓰는 글이 나를 돌본다.”
살면서 너무 익숙한 돌봄, 때론 징글징글하게 우리를 힘들게 하던 돌봄이 글이 되고, 우리를 돌보는 힘이라니, 과연 낯선 여행이었어. 첫날 4편의 돌봄 시를 읽고 모방시를 쓰며 몸풀기를 한 사람들이 현장에 15명, 줌 5명, 유튜브로 보는 사람들까지, 대단했다, 그치?
2주 후에 우리는 다시 만났지. ‘그림책으로 읽는 돌봄’(김지은)과 ‘돌봄의 생태계와 나이듦’(김영옥)이란 강의가 끼어 있었거든. 우리는 “자전적 에세이” 또는 “자기 이야기로 에세이 쓰기”를 쓰기로 들어갔어. 『와일드』며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 등으로 자전적 에세이 글맛을 보고 분석도 하고 글감을 고민할 수 있었지.
3주차 화두였던 ‘여성의 글쓰기’ 생각나? 올해 3.8여성의 날 ‘여성운동상’을 수상한 최말자(79)씨도 기억하지? 61년 전 성폭력을 시도하는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절단했다고 ‘가해자’가 되었다가, 여성단체의 도움으로 재심을 청구했고, 결국 무죄를 받아낸 영웅. 우리는 왜 『여성의 글쓰기』인지 고민을 나누었구나.
“남성을 기본값으로 삼아온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모든 여성은 언제고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숙명에 놓인다. 글쓰기가 나로부터 출발해 주변을 관찰하고, 공감하고, 흡수하고,대화해 가는 소통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도 여성에게 적합하다.”
여름휴가로 3주를 또 쉬었네? 6월의 <딸에 대하여> 영화 토론에 이어 <다섯 번째 방> 줌 영화 토론 후 8월 19일에야 4강이 이어졌을 때 벗들은 더위를 잊은 사람들처럼 글을 쓰고 합평을 했지. 5~8주엔 매주 2시간 반을 합평으로만 채 꽉 채웠지. 써온 글을 낭독하고 서로 칭찬과 조언을 나눌 때 우리는 서로를 돌보는 힘을 느꼈잖아. 종강 일정을 넘어 9월엔 줌 합평을 5회 추가하며 달렸지. 낮엔 오프, 밤엔 줌, 어떤 주엔 이틀 연속 줌합평, 심지어 10월에도 합평이 이어지더구나.
글쓰기 여행 석달을 완주한 24명의 글벗들아! 길동무 되어줘서 정말 고마워. 모두 수고했어. 더위에, 글감 고민, 쓰는 싸움, 글 내는 용기, 울고 웃는 낭독과 합평, 수정 퇴고의 수고. 함께 쓰는 힘 짠하게 맛보았지? 우리 모두에게, 울림 활동가들에게, 칭찬의 박수를 보낸다.
글쓰기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렇지?
끙끙대며 쓰고 기꺼이 합평한 글벗들아! 함께 쓰기의 힘이 이 정도일 줄, 상상 이상이었지? 돌봄 글쓰기로 벗들을 만난 건 올해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로 기억될 거야.
길동무한 책·영화 목록을 정리하자니, 함께 쓰기 여행 글벗들이 벌써 다시 만나고 싶다!
강미자 감독, <봄밤>, 한국, 2024
권김현영 외, 『폭주하는 남성성』, 동녘, 2025
김설, 『아직 이 죽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릅니다』, 위고, 2022
김화숙,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 생각비행, 2022
김화숙, 『숙덕숙덕 사모의 그림자 탈출기』, 생각비행, 2024
낸시 애러니, 『내 삶의 이야기를 쓰는 법』, 돌베개, 2023
로리 할스 앤더슨, 『스피크』, 에프, 2019
박경목 감독, <말임 씨를 부탁해>, 한국, 2022
박완서, 『한 말씀만 하소서』, 세계사, 2024
서한영교, 『두 번째 페미니스트』, 아르테, 2021
셰릴 스트레이드, 『와일드』, 나무의철학, 2012
수신지, 『며느라기』, 큘프레스, 2018
우에노 치즈코, 『돌봄의 사회학』, 오월의봄, 2024
이고은, 『여성의 글쓰기』, 생각의힘, 2019
이미랑 감독, <딸에 대하여>, 한국, 2024
이은주,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헤르츠나인, 2019
이창동 감독, <시>, 한국, 2010
장 마르크 발레 감독, <와일드>, 미국, 2014
전찬영 감독, <다섯 번째 방>, 한국, 2024
정혜실, 『우리 안의 인종주의』, 메멘토, 2023
정희진,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교양인, 2020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민음사, 2016
태 켈러,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돌베개, 2021
하벤 길마, 『하벤 길마』, 알파미디어,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