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가을 진행한 '돌봄 글쓰기' 대장정이 북토크로 마무리됐다
4개월에 걸친 대장정이 끝났다. 『나? 글쓰기로 자기 돌봄 중!』이란 제목의 책이 나왔고 북토크도 했다. 안산의 함께크는여성울림에서 여름과 가을에 걸쳐서, 내가 강의하고 함께 쓰기를 이끈 돌봄 글쓰기 과정. 비지땀을 흘리며 모이고 글 쓰고 합평하고, 글을 모아 책으로 엮고 북콘서트까지 잘 마칠 수 있었다.
작가요 활동가로서 2025년 한 해 내가 한 가장 멋지고 보람찬 일로 기록될 것이다. 그리고 내 연재 브런치북 <나? 글쓰기로 자기 돌봄 중!>도 꼭지수를 채우고 마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올해 내 경험 중 아마도 가장 길고 큰, 개인적인 성취감에 함께 연결되는 연대의 힘까지 맛본 프로젝트였다.
돌아보니 내게 가장 큰 즐거움은 뭐니 뭐니 해도 멋진 글벗들과의 수다와 만남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삶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어찌나 복된지! 조금씩 다른, 또 닮은 삶의 퍼즐이 큰 구조로 맞춰지는 걸 볼 수 있었다. 책상머리 이론이 아니라 삶의 현장 이야기를 나누고 글로 쓰는 행복. 북콘서트에서 소감을 말하는 시간에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기쁨과 감사의 맘을 절절히 고백했다.
영화 <코다>에서 음악 선생이 루비에게 한 말로 시작하겠다.
"세상에 할 말이 없는 예쁜 목소리는 많아. 하지만 너는 할 말이 있니? 그럼 노래하는 거야."
그랬다. 나도 글재주가 있어서가 아니라 할 말이 있어서 글을 쓰게 됐다. 7년 전 바로 여기 울림에 "여성, 글을 쓰다"라는 제목의 글쓰기 강좌에 등록하고 참여했을 때,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목에 가득 차 있었다. 글을 쓰고 싶었다. 잘 쓰는지 그걸 알고 싶은 게 아니라 죽기 전에 가슴에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었다. 그동안 내가 계속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었던 건 바로 내 목소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할 말이 있어서였다.
작가요 진행자로 글벗들에게 내가 너무나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음을 고백한다. 강의하고 합평 진행한 내가 나눠 준 것보다 벗들의 글과 삶에서 내가 얻어 가는 게 훨씬 많다는 말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게 사람이다. 이 세상에 내가 만나 본 사람 중에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더라. 모두 고유하고 특별하더라. 그래서 나는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신나고 영감이 솟고 힘을 얻는다.
내 평생 쓰고 싶은 글도 결국 사람 이야기다. 돈 내고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사람을 만나고 사는 이야기 듣고 싶을 정도다. 그런데 돌봄 글쓰기 강좌 덕분에 나는 강사료 받으며 글벗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디에서도 들어보기 어려운 여성의 삶,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현장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었다. 같이 울고 같이 웃고 가슴을 열어 이야기를 나눠 준 벗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돌봄 글쓰기로 서로 지지하며 함께 쓰기 예술을 이룬 벗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다. 내가 고백했듯, 여러분 중에도 곧 자기 책을 내는 작가가 나오리라 믿는다. 절대 자신을 과소 평가하지 말기 바란다. 자기 마음에 하고 싶은 말을 무시하지 말고, 귀 기울이고 따라가며 뭐라도 쓰기 바란다. "2025년 돌봄 글쓰기"가 변곡점이었노라 고백하며 누군가 북토크하는 모습 상상하니 가슴이 설렌다.
이제 긴 프로젝트가 끝났으니 한 해가 저물어 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브런치북도 마감할 때라는 말이기도 하다. 글 모음집을 엮을 때 책 제목과 부제는 참여자들 아이디어를 공모했더랬다. 너무 진지하지 않고 무겁지 않은 제목을 고르다 보니 결국 내 브런치북 제목이 책 제목이 됐다.
『나? 글쓰기로 자기 돌봄 중!』을 함께 엮은 24명의 작가들의 24색 자기소개글을 옮겨 본다.
1. 꿈마난영- 따뜻한 마음으로 사람과 소통하며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꾼. 작은 경험도 소중히 담아내어 삶을 노래하듯 전하고 싶다.
2. 나나- 나를 찾고 싶어 나에게 선물한 이름 나나. 늘 부족하다고 느껴 고개 숙였던 나. 하지만 글로 보는 나는 충분히 예쁘게 살아왔다는 걸 알게 한다. 이제는 나를 인정한다.
3. 레몬선희- 평생교육과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고, 보드게임 강사 활동을 한다. 일상에서 페미니즘을 실천하기 위해, 함께 배우고 나누는 시간을 소중한 가치로 여긴다.
4. 리사효정- 사람마다 삶의 모양은 다르다. "내가 살아내고, 겪어온 삶은 이렇다"라고 말하고 싶다. 몫을 나누지 않을 그 누구도 "너는 이렇게 살아라"라며 내 삶을 휘젓지 못하게 하면서 42년을 살았고, 앞으로도 난, 내가 정한 방식대로 내 삶을 살아갈 것이다.
5. 마늘- 배우고 실천할 페미니즘을 싹 틔워 그림책과 벗하며 도나 해러웨이의 '친척 만들기'를 따라 초록에 물들어가는 엘라이.
6. 박단비- 인정을 위한 행동이 익숙하며 재주가 많아서 뭐든 잘하는 사람입니다. 계속 살기 위해 자기 돌봄을 시작했고 내가 좋아하는 걸 찾고 있습니다.
7. 보리남순- 무엇이 되었든, 지금보다 좋을 순 없다. 농부로, 작가로, 또 게스트 하우스 운영자로 살고 있는 이 시간이 좋다. 사방 뻗친 잔뿌리 많은, 간들바람에도 온몸 흔들며 멀리 내다보는 나무 되길 소망한다.
8. 비날성혜- 신념, 가치관, 도덕성, 세상을 보는 시선에서 처음부터 내 것은 없었다. 부모가, 학교가, 세상이 내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 묻기 시작했다. 누구를, 무엇을 위해 만든 것이냐고. 그래서 나는 언제나 가는 길 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 길에서 내가 읽고,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쓴다.
9. 생각쟁이 이정숙-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들과 장애인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마음에 오래 남는 시를 쓰는 것이 소망이다. 맑고 높은 가을하늘과 책을 좋아하고 겸손함을 잃지 않는 사람을 존경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꾸밈없이 우아하게 살고 싶다. 교육 강사로 일하고 있다.
10. 신은향- 옛이야기를 좋아해 이야기 주머니가 두둑하다.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20년째 활동 중이고 강사로도 참여하고 있다. 오랫동안 책 읽어주기를 해 왔으며, 이제는 직접 쓴 동화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11. 심박- 울림이라는 여성단체에서 10년째 이사이자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아픈 엄마와 강아지 돌봄을 하고 있으며 나 돌봄이 필요해 글을 쓰고 있다.
12. 쏭쏭- 혼자 살며 자유를 누렸고, 함께 살며 사랑을 배우는 중이다. 그동안의 이력과 이름표 대신, 소소한 하루를 기록하며 세상과 잇는다.
13. 애플정환- 돌봄 글을 쓸 때마다 나는 나를 조금씩 키워가고 있었다. 아픔을 감싸 안으며 나를 다독여 주는 시간들에 나는 글쓰기가 좋아졌다.
14. 얼쑤- 얼쑤, 얼쓰! 신명 나게 지구(Earth)인으로 살아가는 얼쑤입니다.
15. 이영경- 성찰하는 청개구리 사과 대추 농사를 짓고 있고 건강한 먹거리와 친환경 농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16. 이해우- 평등과 존중이 스며든 세상을 꿈꾸며 젠더기반 폭력 예방 교육을 하며 따뜻한 관계 맺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로를 돌보는 마음에서 세상을 바꾸는 힘이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17. 장해 문장혜- 청소년 시절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했습니다. 디자인 전문지에서 취재 및 번역 기자로 일했습니다. 30년 동안 영어 강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청소년 독서교육에 힘쓰며, 경기도 월곶동 청소년 지도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18. 정하덕- 8년 전 이혼당하지 않으려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했고, 희망과 좌절을 반복하며 계속 배우고 있다.
19. 지해연- 어린이 책을 읽는 즐거움에 빠져 산 지 20년이 넘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그림책 강사, 애니어그램 심리상담사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글쓰기와 돌봄이 연결되는 작지만 강력한 빛을 느끼게 되었다.
20. 짱아창아-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세상이 되는 날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아는 만큼 즐겁게 실천해 나가려 한다. 영감과 호기심은 나의 원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은 글 쓰는 사람 짱아창아.
21. 최운경- 이것저것 두루두루 기욱서리는 데가 많게 살다가 덜컥 오십이 넘었고, 깨달음에도 때가 있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호기심은 여전한데 몸은 말을 듣지 않는 부조화 속에 살아가던 중 '돌봄'이란 단어를 맞이했다. '스스로 돌봄'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22. 한톨- 울림의 시작을 함께했고, 산과 여행을 좋아하며 최근에는 그림에 흠뻑 빠져있습니다.
23. 향천- 00의 막내딸, 00의 며느리, 00의 아내, 00의 엄마 등 수많은 역할에서 00을 빼고, 오롯이 나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책 읽기와 토론, 글쓰기는 나를 찾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돌봄 글쓰기로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함께하는 글 벗들이 있어 좋다.
24. 꿀벌화숙- 자기 목소리로 말하고 쓰고 행동하며 살고 싶은 60대.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와『숙덕숙덕 사모의 그림자 탈출기』를 썼고, 다음 책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