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이란 화두가 그레타 툰베리의 두꺼운 도끼책 『기후 책』으로 이어졌다
"희망은 우리가 진실을 말할 때만 찾아온다."
568쪽의 두꺼운 하드 커버 『기후 책』의 뒤 표지에 쓰인 카피다. 정가 33,000인데 중고로 20,400원 주고 인터넷 중고서점을 통해서 주문해 배달받았다. 기후위기를 생각하며 기후 교과서를 샀는데, 가격 좋다는 이유로 인터넷 서점 배달을 이용하는 게 맞나, 잠깐 고민하며 쓴다. 과연 두껍고 묵직한 책이다. 본문 글자도 읽기 좋게 살짝 큰 포인트로 쓰였다. 이어지는 책 소개를 그대로 옮겨 적어 본다.
* 전 세계 최고의 전문가를 불러 모은 그레타 툰베리의 야심 찬 기획
* 토마 피케티, 마가릿 애트우드, 나오미 클라인 등 100여 명의 지성 참여
* 과학을 기반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모든 주제를 엮은 결정판
2021년 그레타 툰베리는 전대미문의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과학을 기반으로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후위기를 망라하여 다루는 가장 믿을 만한 안내서를 만들자는 것. 그는 기후학자, 지구물리학자, 해양학자, 경제학자, 수학자, 보건 전문가, 역사가, 철학자 등 각 분야를 이끌고 잇는 대표 전문가들에게 연락해 기후 문제를 주제로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104명의 필진은 충격적인 그래프와 통계 자료, 연구 결과를 제시하며 현재 기후위기의 규모와 속도, 파급력을 적나라하게 전달한다. 녹아내리는 빙상과 경제적 불평등, 패스트패션, 종의 손실, 밤염병 대유행, 플라스틱 오염, 식량 위기, 기후운동, 탄소예산까지 이 책은 우리 문명의 모든 영역이 기후변화와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파국으로 향하는 미래를 우리는 막을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제시하는 크고 작은 해법들은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 위의 작은 디딤돌이다.
*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과 분석, 그리고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일들로 채워져 있다. -<인디팬던트>
* 엄선된 명문으로 가득한 휴대용 지식 도서관. 당신이 알아야 할 거의 모든 것이 담겼다. -<뉴사이언티스트>
*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나 유발 하라리의『사피엔스』처럼 책장의 필수품이 될 책. -<더 타임스>
<나? 글쓰기로 자기 돌봄 중!> 브런치북 연재에 왜 『기후 책』이 들어왔냐고?
내 의식의 흐름을 따라오다 보니 그리됐다. 2023년 6월 처음 출간됐을 때부터 사서 읽기로 찜해둔 책과 이제야 물성으로 만났다. 기후위기는 내가 볼 때 결코 피할 주제도 아니고 몰라도 되는 주제가 아니었다. 더구나 그레타 툰베리가 썼다니 꼭 사서 읽기로 작정했더랬다. 때를 기다리며 2년이 훅 갔고, 내가 진행하는 토론모임 이프의 올해 목록에 올려두었더랬다. 하지만 아무래도 한달 토론으론 무리다 싶어 결국 <잡식 가족의 딜레마> 영화 토론으로 바꿔버렸다.
대신 내가 책을 사서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그런 다음 좀더 제대로 기후 공부와 활동을 해볼 작정이다. 아무래도 먼저 이 두꺼운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할 벗들을 찾아보는 게 순서겠지. 따로 모임을 만들게 될 거 같다. 모임 늘리는 거 겁나지만 말이다. 내가 진행하는 페미니즘 토론 모임이 5개나 되지만 기후와 비건 주제로 집중한 모임에 대한 갈증이 늘 있었다. 각기 다른 1년 열두 달 목록 속에 기후와 비건 주제의 책 영화가 몇 개나 들어갈 수 있겠나. 한 두 개 정도였다. 5개 모임이 다 그렇게 한들 1년 10개 소화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돌봄'을 주제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면서도 같은 고민을 했다. 우선 자기 돌봄을 강조했고 이어서 서로 돌봄 평등 돌봄 등으로 글쓰기가 확장돼 갔다. 살면서 주고받은 돌봄 이야기로 글로 풀어내고 서로 격려하고 합평하고 고쳐 써서 글을 완성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했다. 그러나 돌봄은 사람과 사람만 주고받는 게 아니었다. 사람이 동물과도 서로 돌봄을 주고받고 자연과 환경과도 그러고 산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내 의식의 흐름으로나 주제 확장으로나, 돌봄 이야기는 결국 기후 이야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정말 지속가능한 지구살이를 고민한다면 더 실천적인 기후공부와 비건으로 가는 게 맞다.
돌봄 글쓰기 원고는 이제 인쇄소로 넘어갔다. 내 의식의 흐름은 이제 『기후 책』으로 넘어간다. 이 책을 읽으며 기후와 비건 주제의 토론 모임 구상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주제의 브런치북을 시작해 글쓰기를 하겠지.
기후 책』1장에서 그레타 툰베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문제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라는 제목 아래 본문 첫 3문장만 옮겨 본다.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는 인류가 이제껏 맞닥뜨린 가장 심각한 위협이다. 이 위기는 앞으로 우리 일상을 변화시키고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안타깝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나는 어떤가? 가장 심각한 위협을 부인하고 무감각하게 살 것인가, 일상의 변화와 실천으로 뭐라도 할 것인가? 나름 노력하고 있다고? 그렇게 합리화할 수도 있겠지. 좀 더 제대로 공부하고 좀 더 실천의 연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목마름이 있었다. 이런 나를 응원하듯 그레타는 속삭이듯 말한다. "민주주의는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쓸 수 있는 최선의 도구"라며 이 책이 민주주의를 지향한다고.
1장의 마지막 3 문장을 옮겨 본다.
"나는 독자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알려주는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가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 여러 점을 연결할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 가장 중요한 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결론을 이끌어내는 일은 독자 여러분에게 맡긴다."
기후위기와 민주주의, 놀랍고 마음에 든다. 어떤 왕도가 따로 없다는 소리다.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먼저 공부하자. 그리고 사람들과 연결돼 손잡고 길을 만드는 거란 뜻으로 들린다. 선택과 판단은 전적으로 내가 하는 거라고.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제대로 자기 주도적으로 읽기로 했다. 뜻 맞는 벗들을 모아 함께 공부하는 민주적 집단지성으로, 지구와 사람이 서로 돌보는 길을 걸어가는 거다.
"희망은 우리가 진실을 말할 때만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