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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장마 속 단 하루 갠 날, 밤하늘의 별을 보았다

영덕영양으로 2박3일 '내 별을 찾아서' 여행을 다녀와서

by 꿀벌 김화숙

까막눈 하느님

전동균


해도 안 뜬 새벽부터

산비탈 밭에 나와 이슬 털며 깻단 묶는

회촌 마을 강씨 영감,


성경 한 줄 못 읽는 까막눈이지만

주일이면 새 옷 갈아입고

경운기 몰고

시오리 밖 흥업공소에 미사 드리러 간다네


꾸벅꾸벅 졸다 깨다

미사 끝나면

사거리 옴팍집 손두부 막걸리를

하느님께 올린다네

아직은 쓸 만한 몸뚱어리

농투성이 하느님께 한 잔,

만들이 외아들 시퍼런 못물 속으로 데리고 간

똥강아지 하느님께 한 잔,

모심을 땐 참꽃 같고

추수할 땐 개좆같은

세상에게도 한 잔


그러다가 투덜투덜 투덜대는

경운기 짐칸에 실려

돌아온다네




비오는 월요일 나희덕 시인이 엮은 『문학집배원 나희덕의 유리병 편지』를 읽었다. 소리내 읽다가 시 한편 옮겨 적어 본다. 내 필설이 모자라서, 할 말은 많은데 어찌 써야 할지 모를 때, 나는 시를 읽는 버릇이다. 누군가의 언어를 빌어다 쓰고 싶은 게으른 글쓰기인지도 모른다.


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3일간 분명 '내 별을 찾아서' 여행을 했다. 맑은 하늘 아래 영덕 내 고향 동해 바다와 산골 마을 방가골과 오지 중의 오지 영양 수비를 들른 게 실화 맞나 싶다. 돌아오는 아침부터 다시 비. 궂은 9월 장마가 열흘도 훨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중에 경북 영덕과 영양엔 비가 안 왔고, 토요일 하루 햇빛 쏟아지는 해변을 걷고 천문대에서 밤하늘을 본 게 실화? 그런 여행이었다.


그래서 나희덕 시인이 '까막눈 하느님' 시에 덧붙인 글도 그대로 옮겨 본다.



중세의 수도원에는 독특한 기도법을 지닌 수사들이 있었다고 해요. 베르나르도 수사는 뒷동산을 돌면서 열심히 뛰는 것이 기도였고, ㅁ세오 수사는 "우- 우- 우- 우-"라는 모음을 연이어 발음하는 것이 기도였지요. 이 시의 회촌 마을 강씨 영감님에게는 옴팍집 손두부 막걸리를 맛있게 드시는 것이 기도였군요.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는 게 목마른 몸이 올릴 수 있는 가장 절실한 기도인 것처럼 말이죠. "예수님이 지금 한국에 오신다면 십자가 대신 똥짐을 지실지도 모른다"는 권정생 선생의 말씀처럼, 농부는 몸과 영혼을 두루 살리는 일꾼이지요. 그러니 농부의 한숨과 중얼거림, 새벽에 이슬 젖은 깻단을 묶는 노동도 일종의 기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 별을 찾아서' 9명의 벗들이 함께 영덕과 영양을 다녀오는 여행은 기도였습니다. 하느님이 지으신 자연을 보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오간 모든 걸음은 아름다운 기도였습니다. 밤하늘의 셀 수 없는 별을 보고 쏟아낸 탄성, 봐도 봐도 신비롭고 알 수 없는 밤하늘을 함께 바라본 눈동자들은 기도였습니다. 파란 가을 하늘과 따사로운 햇볕과 푸른 바다와 바람과 파도와 모래알들은 하나님의 솜씨였습니다. 그 속에 감동하며 쉬며 뛰놀며 즐거워하고 웃고 떠들며 오간 언어는 모두 기도였습니다. 먹고 자고 함께한 시간들은 모두 기도였고 예배였습니다.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

날은 날에게 말하고 밤은 밤에게 지식을 전하니

언어도 없고 말도 없으며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의 소리가 온 땅에 통하고 그의 말이 세상 끝까지 이르도다. -시편 19편 1-4절


그리고 우리가 어제 여행 중에 드린 예배에서 함께 읽은 기도문도 옮겨 봅니다.


창조의 하나님, 하늘과 하늘의 해와 달과 별이, 땅과 바다와 땅과 바다에 사는 모든 생명이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2박 3일의 여행을 통해 우리가 하나님과 하나님이 지은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끼며 감사합니다. 하나님과 자연과 이웃과 연대하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예수의 은혜와 하나님의 사랑과 성령의 사귐이 이 아름다운 세상에서 소외된 이웃들과 그 이웃의 곁을 지키는 모든 이들과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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