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흔희 Jul 03. 2024

월급이 스트레스 무게라고?

#6.  작고 소중한 월급



"Rrrrrrrrrrrrrrrrrr"


 강 대리는 세차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뜬다. 아침잠이 워낙 많아서 아침마다 일어나는 게 고역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몸이 아프나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의 숙명이란. 

 오늘도 습관적으로 퇴사 생각을 하며 졸린 눈을 반쯤 떠서 핸드폰을 집어 든다. 새벽 사이 알림톡이 와 있다.


「입금 0,000,000원」


 아, 오늘 25일이구나. 월급날로 날짜를 가늠한다. 


 '이번 달 카드 값 빠져나가면 얼마나 남으려나….

 월급은 받았지만 내 돈이 아니다. 은행과 카드사에서 모두 가져갈 돈이랄까.

  

 누군가 말했다. 월급은 스트레스 무게와 같다고. 강 대리는 이 말에 도무지 공감되지 않는다. 스트레스 무게보다 월급이 항상 가벼운 것 같은데, 아이러니다. 월급 받는 것보다 일을 더하는 것 같은 느낌은 뭘까. 일과 사람 스트레스 대비 통장에 찍히는 게 고작 이 정도라니. 

 물가상승률보다 적게 오르는 월급 탓에,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금액은 더 줄어들었다. 이 정도 돈을 받자고 이 스트레스를 감수하는 게 맞는지, 언제쯤 이런 쳇바퀴 도는 인생에서 탈출할 수 있는 건지, 정답 없는 질문의 끝은 항상 도돌이표다.






 강 대리가 몸 담은 업계는 연봉 짜기로 유명한 업계이다. 처음부터 이 회사를 목표로 한 건 아니었다. 누구나 입사하고 싶어 하는 대기업의 문은 좁았고, 점점 길어지는 취준 생활에 다른 대안은 없었다. 

 열정페이로 시작했던 연봉은 시간이 흘러도 제자리걸음이다. 일 년 잘 근무하면 성과 봐서 인상을 검토한다던 대표의 말은, 면접에서 날린 공수표가 분명했다. 약속한 일 년이 훌쩍 지나고도 감감무소식인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하자, 돌아오는 건 회사가 요즘 어렵다는 말. 연봉 삭감 안된 걸 다행으로 알라는 말. 힘든 시기만 지나면 인상을 검토해보겠다는 말. 그러면서 말미에는 고생하는 것 다 안다는 뻔한 말. 그 말을 들은 후로도 벌써 몇 해가 흘렀다. 


 사표를 던지고 나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최근 업계 사정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터라, 대책 없이 나올 용기는 없다. 대출 이자를 비롯하여 숨만 쉬어도 나가는 비용은 줄줄이 대기 중이고, 몇 개월 할부로 긁은 카드값도 걱정이다. 호기로운 마음을 실천하기엔,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인생이다.


 없는 살림 쪼개서 적금을 들고 있지만, 어느 세월에 목돈을 만들 수 있으려나 싶다. 누가 그랬던가,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티끌은 모아도 그냥 티끌이다. 

 지금도 이렇게 허덕이는데, 여기에 결혼까지 하게 된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주변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무리해서 장만한 죄로, 대출 이자에, 줄어든 생활비에, 팍팍한 삶을 이어간다.  


 뉴스 보면 30대에 대부분 내 집마련 한다던데, 다들 어디서 돈이 나서 장만하는 건지 궁금하다. 풀대출받아도 언감생심 집 사는 게 가능한 걸까. 영끌해서 산다 쳐도 평생 대출 빚만 갚다가 끝나는 건 아닐지, 실행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집 사고, 대출받고, 대출 빚 갚고, 일하고……. 무한반복 하다 보면 죽을 때까지 평생 일만 하다가 가겠지. 모든 줄 중에 제일은 탯줄이라는, 자조 섞인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한 푼 두 푼 아껴보겠다고 도시락 싸서 다니고, 지출을 관리해보지만 그래봐야 소액은 소액이다. 수입을 몇 배쯤 늘리면 해결될 문제인데, 수입은 그대로에 지출만 줄이다 보니 일상이 팍팍해졌다.


 친구들은 요즘엔 투잡이 기본이라며 다들 이리저리 뛰는데, 이놈의 회사는 사규에 겸업 금지까지 있다. 

옆 팀 오 대리는 주식이랑 코인해서 재미 좀 봤다던데, 최근에서야 시작한 주식은 연일 마이너스다.

 답 안 나오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이직해볼까 싶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인지 연봉 뻥튀기 하기가 쉽지 않다. 직종을 바꿔볼까도 생각해봤지만, 다시 신입으로 돌아갈 자신은 없다. 퇴사하고 사업해보겠다는 생각은 주변 지인들을 보며 일찌감치 접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건물주 된 연예인 이야기.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닿을 수 없는 먼 나라 이야기다. 거래금액 단위 자체가 현실감이 없달까. 

 얼마 전에는 모 연예인이 살았던 집을 어느 30대가 120억 현금으로 샀다는 기사를 봤다. 이 때는 좀 현타가 왔다. 같은 세대이기도 하고, 일반인이 그 정도 현금이 있다니 놀랍기도 했고. 지금까지 나는 뭐 했나 싶다.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오늘도 답 없는 질문을 허공에 외친다.


돈 많은 백수는 다음 생애나 이룰 수 있으려나?





직장생활은 왜 힘든 걸까?


#. 작고 소중한 월급



 월급은 흔히 마약에 비유되곤 합니다. 받는 순간 기분이 좋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중독되어 해어 나오기 힘들어진다는 의미에서죠. 직장인 퇴사 이유의 상위에 항상 '합당치 않은 보상'이 있을 만큼, 월급은 우리를 회사에 다니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또 그만두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월급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크게 가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받는 연봉이 스트레스만 못하다고 생각될 때'입니다. 

 업무량과 노력에 비해 보상이 충분치 않다고 느낄 때 발생하는 것입니다. 표면적인 월급 때문이라기보다는 합리적인 보상 체계가 없는 것에 대한 억울함과, 일한 만큼의 가치를 충분히 보상받지 못할 때 느끼는 자괴감의 콜라보입니다. 거기에다 받은 월급이 이런저런 명목으로 순식간에 빠져나갈 때, 일해서 남는 게 뭐가 있나?,라는 허무함에 빠지게 됩니다. 스트레스에 충동적으로 긁게 되는 카드값을 생각하면, 일해서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결론에 이르는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자'는 조용한 사직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둘째, 연봉 수준이 낮다고 느낄 때입니다.

 업계 자체의 연봉 수준이 낮고 정체되어 있거나, 주변 동료가 나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 경우이지요. 대부분 회사에서 연봉 공개가 금지이지만 알음알음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때 생각과는 다르게 편파적으로 책정되어 있는 연봉 체계를 마주하면 비교가 되며 허탈해집니다.

 직장인으로서 급여는 나의 가치인지라, 내 몸값이 이 정도인가?, 문득 현타가 오기도 합니다. 이는 자존감에도 영향을 줍니다. 낮은 연봉은 스스로를 위축되게 하지요. 

 일을 하며 받는 동기부여에는 상사나 동료의 인정도 있지만, 수치화된 보상만큼 즉각적이고 확실한 동기부여도 없습니다. 월급에 대한 불만은 장기근속 의지로부터 서서히 멀어지게 합니다.


.

.

.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울고 웃는 직장인들.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임금의 의미를 떠올려봅니다.


 

 피고용자들에게 지급되는 임금은
'바퀴가 계속 굴러가게 하기 위해 치는 기름과 같다.
노동의 진정한 목적은 이제 인간이 아니라 돈이다.'
이전 05화 빨간 날만 기다리며 사는 마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