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법
때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해.
하기 싫은 일들은 대체로 옳은 일들이니까.
마음이 지옥이라면 서 있는 곳이 천국이어도 진절머리를 치는 내가, 나 스스로에게 늘 되뇌이는 말이다. 이 말을 곱씹으며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이다. 하기 싫어? 왜 하기 싫어? 그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버리면 이득은 뭐야? 이득이 명확한가? 고작 이게 이득이야? 안해. 차라리 다른 걸 찾아보자. 사실 계산기를 두드려 나온 대안들도 막상 해야 할 때가 되면 또다시 하기 싫은 일이 되기 마련이다.
하기 싫은 일은 대체로 옳은 일일까?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들을 제외하고 보자면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숙제, 공부, 운동.. 저녁에 건강한 음식 먹기, 소모적인 컨텐츠 소비하지 않기, 자기 전엔 유튜브 보다는 독서로 마무리 하기. 그 중에서도 오늘 내가 제일 하기 싫은 일을 꼽으라면 무리해서 수강하기 시작한 경영학과정의 기말고사 과제를 완수하는 일이다.
이 과정을 시작하고, 과제철만 되며 얼마나 책상을 치며 후회했던가. 무슨 이유로 이걸 한거야, 왜 하고 있는거야. 미래의 나를 너무나 신뢰했던 과거의 나를 대상으로 물리적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면 오늘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끝냈을 때의 성취감도 좋고, 좋은 점수가 나왔을 때의 자긍심도 좋다. 그러다 장학금을 받았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지' 하는 마음으로 간신히 메달려 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의 영광을 리마인드하며 오늘의 고난을 이겨내기에 나는 너무 참을성이 없다. 이럴 때마다 내가 하는 방법은 단 하나. 일단 표지라도 만들어 두는 것이다. 과제라면 표지를 만들어두고, 보고서라면 제목이라도 쓴다. 딴 짓을 하더라도 좋다. 일단 시작은 반이니까. 표지를 만들었으면 이왕 한 것 목차도 쓴다. 소제목도 달아보고, 개요라도 짜 본다. 그러고 또 딴짓을 할 때도 있다. 딴짓이 너무 재밌으면 그 때 번뜩 생각이 든다. 아, 하던 거 다 끝내고 더 놀아야지. 그렇게 호흡이 짧은 나는 뭔가를 끝내게 된다.
사실 이런 방식은 대상에 어느 정도의 애정이 있을 때야 적용되기는 한다. 그런 애정은 때로는 과거의 영광에서도 오고, 별 생각없이 쓴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도 생기고, 모든 걸 끝냈을 미래의 내가 가질 자긍심에서 빌려오기도 한다. 가끔은 그런 여유도 없어서, 아예 돈을 걸고 습관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나도 내가 돈에 그렇게 집착하는 줄 처음 알았다. 기를 쓰고 해버리더라고.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지난하다. 그렇다고 하기 싫은 일이 저절로 하고 싶은 일이 되기엔 세상에 마법이 부족한 것 같으니, 하고 있는 일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하기 '싫은' 감정의 대상이, 하고 '있는' 진행의 대상이 되면 생각보다 묵묵히 해나가는 내 자신을 보게 된다. 간사한 인간은 새로운 시작은 두렵지만 진행중인 것에는 소처럼 임하게 되더라고. 닭의 목을 쳐도 아침은 오니, 하고 있는 일이 뭐라도 있다면 끝나는 것도 있고, 결실을 맺는 것도 있으니 그런 한 방울의 단비같은 결과물로 또 다른 일을 저지르고 마는 것이다.
아, 딴 짓은 이걸로 그만하고 얼른 하던 일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