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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로원 Apr 11. 2021

7. 스물한 살, 카자흐스탄에서 느낀 고찰 (2)

로원의 스펙트럼 - 1 Scenery

동네를 돌며 판매하는 우유배달 장수


행복이란 무엇일까?



학점 1점에 목숨 걸었던

저 멀리 카자흐스탄이란 나라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나를 돌아봤다. 수도권으로 대학을 오고 나서, 고작 1년을 지냈을 뿐인데 나는 학점 1점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 1점이라도 좋은 점수를 받고 싶은 마음에 얼마나 조마조마했고 그 1점을 위해 경쟁하고 목숨을 걸었던가. 그랬던 내 모습을 조금 떨어져서 보니, 그렇게 까지 목숨 걸 일이 아니었는데. 나 정말 고작 눈앞의 것, 작은 것만을 보고 있었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전에 말했던 그 집뿐만 아니라, 이곳의 사람들은 부유하지 않음에도, 학벌이 없음에도 마음에 여유가 있고 풍족했다. 아아. 매일 찾아와 주시던 우유배달 아저씨는 어찌나 푸근하고 유쾌했는지. 가끔 우리에게 아주 신 사탕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그들만이 아니다. 우리를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러시아어가 유창하지 않음에도 얘기를 인내심 있게 잘 들어줬고 대부분 손님으로 맞아 없는 살림이던 있는 살림이던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주었다.


솔직히, 잘 사는데 행복하지 않았다.

한국의 대부분 대학생들은 메이커 지갑을 들고 다니고, 3시 세끼 굶을 걱정하지 않는다. (그때 당시의 생각이고 더 복합적으로 말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단순히 비교를 하자면 말이다.) 당장 오늘 저녁 끼니를 걱정하는 가정이 대부분인 상황에도 아이러니하게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보고선, 행복과 감사함에 관한 생각을 하게 하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나는 복 받은 거라고. 대한민국이라는 곳에서 태어나, 기본 교육을 받고, 나름 밥 걱정 없이 살고 있음이나 그 외의 정말 다양한 것들로 나는 감사할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음을. 이와 비슷한 얘기들은 정말 많이 들었었지만, 이론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느끼는 것의 차이는 너무도 컸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나는 좀 더 다른 가치에 눈을 돌리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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