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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사이 Jun 02. 2024

B와 D사이의 C

후회란 없다

뒤를 보며, 인생을 발골한다.


인천에서 태어나고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나오고 서울로 갔다.

대학교를 다니던 중 입대를 하고, 2년남짓 복무하고 제대했다.

복학하여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졸업 후 바닷가 앞 공장으로 취직했다.

결혼하고 아이 하나를 낳았다.

아직 그 공장에서 일한다.

_


마침표가 되려는 듯 짧아지는 문장들.

별거 없네.


현재가 탐탁지 않을 때

문득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를 한다.

그때 다른 학교, 다른 동아리, 다른 전공, 다른 회사, 다른 친구를 선택했다면…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

후회란 보내버린 선택에 대한 애도다.


과연 그때의 선택은 최선이 아니었을까.

현재를 경험한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할까?

테드 창은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을 통해

다른 선택을 할지라도 경로만 달라질 뿐 결과는 똑같다고 말하지만

내 머리와 가슴은 서로 다르게 받아들인다.

‘그래도, 다시 돌아가면…’


이런 내게 사르트르가 일갈하는 듯하다.

‘인생은 B와 D 사이에 주어진 C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의 점에서 시작한 선 하나가 씨줄 하나 되고,

또 다른 선택의 점에서 시작한 선 하나가 날줄 하나 되고,

수많은 점이 선으로 이어져 촘촘한 면을 만든다.

인연으로 다른 인생과 만나면, 세상이란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여기서, 선택에는 자유의지를 붙여둘 수밖에 없다.

자유의지를 부정하면, 모든 것이 무죄이므로)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어떻게 할지

마주하는 선택지의 수와 종류, 그리고 고민한 시간은 선택에 막중한 무게를 부여한다.

더할 수만 있고 뺄 수는 없는, 책임의 무게.


그렇기에  후회는 때늦은 자백이다.

정상참작되지 않는 자백.


다시 앞을 보며,

인생의 다음 문장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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