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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시장 박원순 Jan 23. 2018

아방, 그냥 회사에 적응을 하라고요?

아방에게 물었다 part.2 

인터뷰에 앞서, 
요즘 젊은 직원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그건 시장님이 요즘 트렌드를 잘 모르셔서 그래요"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그래서 그 ‘잘 모른다고 하는 것들’을 제대로 알아 보려고  합니다. 젊은이들의 문화를 함께 즐기고, 청년 창업가의 고민을 더 가까이에서 듣고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작은 노력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서울시장으로서 이런 것들도 모르고 시정을 잘 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그 값진 이야기를 여러분과도 나눌까 합니다.





퇴사 후 프리랜서로 살아가고 있는 그는 과연 남들에게도 이러한 삶을 적극적으로 추천할지가 궁금해진다.


회사를 관두지 말고 그냥 적응을 하라고요?


박원순: 그래도 이제 제법 유명한 작가가 됐잖아요. 학생도 많고, 의뢰도 들어오고. 요즘 아방의 생활을 보면서 주위에서 ‘나도 퇴사해서 아방처럼 되어야지’ 하는 분들이 꽤 많을 것 같은데, 어때요? 


아방: 많죠. 특히 제가 운영하는 드로잉 클래스에도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아니 많아요.


박원순: 그럼 관두고 나와서 잘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시나요?


아방: 솔직히 저는 회사를 조금 더 다니라고 해요.


박원순: 의외네요? 본인은 아무 준비 없이 그냥 회사를 관뒀고 이렇게 잘 지내잖아요.


아방: 저는 솔직히 운이 좋은 경우라고 생각해요. 


박원순: 그렇죠. 모두가 운이 좋을 순 없죠. 


아방: 사실 저도 퇴사하기 전까진 사람들이랑 대화할 때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지, 한번 뿐인 인생인데...” 이렇게 말했었는데요... 제가 어려움을 직접 경험해 보니까 이런 말을 쉽게 할 수가 없더라고요.


박원순: 그냥 직장을 유지해라? 적응하고 살란 이야기인가요?


아방: 무모하게 박차고 나왔는데 새로 하는 일은 제대로 안 풀리고 벌이가 안 돼서 회사로 돌아가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어떻게든 밥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문제잖아요? 


박원순: 맞아요. 생존이 달린 문제니까요.


아방: 주위에서 제게 상담을 해오면 저는 단호하게 함부로 퇴사하지 말라고 얘기해줘요. 대신 도저히 견딜 수 없다면 우선 각오를 단단히 하고 원하는 분야나 일이 있으면 따로 준비를 해보라고 말해요. 다음 스텝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모한 퇴사는 자신을 더 낭떠러지로 모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박원순: 생각보다 신중하시네요. 아티스트라서 자유분방할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아방: 당장 퇴사를 하는 것보다 우선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하고 싶은 일을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잠 좀 덜자고 힘든 게 아무것도 없이 거리에 나앉는 것보다 덜 힘들지 않을까요? 그런 노력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고, 그 결과물로 자기 자신을 설득할 수 있다면 그때가 퇴사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땐 자신감이 붙었을 테니까.


박원순: 감 중의 최고의 감은 자신감이다~


아방: 그렇죠, 자신감!


아재개그도 유쾌하게 받아주는 아방. 둘 사이 호흡이 좋다. 하이파이브!

지금은 이렇게 유쾌하게 말하고 있지만 말 속에 지난 시간들을 통해 견고해진 '말의 힘'이 느껴진다.



왜 아방에게 그림을 배우러 오나요?


박원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도 그림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방: 평소에 그림을 좀 그리시는 편인가요?


박원순: 허허. 그런 건 아니지만 어릴 때 초등학교 다닐 때 그림을 잘 그려서 학교 대표로 대회도 나갔어요. 물감이랑 크레파스 살 돈이 없어서 늘 친구 물감을 빌려서 그렸어요. 그런데 매번 그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화가의 꿈을 접었어요.


아방: 지금이라도 꾸준히 하시면 되죠. 저는 숙제도 많이 낸답니다.


박원순: 아이고 숙제도 있어요? 그럼 난 안 되겠다. 그나저나 저처럼 그림 배우고 싶다는 분이 꽤 있을 것 같은데요? 주로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아방: 직업으로만 보면 직장인이랑 학생이 대부분이고, 특히 취준생들이 많죠. 그러나 그림을 배우러 오는 각각의 사연 정말 다양하더라고요.


박원순: 궁극적으로는 다들 직업으로 삼고 싶어서 오는 거 아닌가요?


아방: 그런 분들도 많지만 돈벌이보단 평생 즐길 수 있는 취미로 삼고 싶어서 와요. 그런데 공짜로 배우는 게 아니잖아요. 수업료를 내고 배우니까 다들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그러다보면 실력도 늘고, 특히 자신감을 얻어가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박원순: 자신감을 얻으면 더 열심히 하게 되는 법이죠.


아방: 맞아요. 그래서 또 실력이 더 늘게 되고. 그런 분들 중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을 준비하시는 분도 있어요.


박원순: 그럼 학원 같은 개념인가요?


아방: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제 드로잉 클래스에 오는 또 다른 이유가 있죠.


뭔가 큰 비밀이 있다는 듯 싱글싱글 웃는다. 드로잉 클래스에 그림 배우는 거 말고 다른 목적으로 온다는 말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학생들이 귀찮게 한다고요?


박원순: 그림 배우는 거 말고요?


아방: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친해질수록 저한테 점점 바라는 게 많아지거든요. 


박원순: 네? (당황)


아방: 그림이 그리는 게 가장 핵심이긴 한데요. 그에 못지않게 수다를 떨거나 고민을 털어놓으려고 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1시간 40분동안 수업을 하는데요, 수업만 하면 지루하잖아요.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비오면 막걸리에 파전 놓고 인생 얘기도 하고요. 


박원순: 그러니까 일종의 커뮤니티가 형성된 거네요?


아방: 네, 그래서 <아방이와 얼굴들>이란 걸 만들었어요. 수업을 들을수록, 실력이 늘수록 하고 싶은 게 늘어나잖아요. 전시도 해보고 싶고, 엽서 같은 굿즈도 만들어서 판매도 해보고 싶고.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그 친구들은 아직 그걸 단독으로 할 수 없으니까 저와 함께 하는 거죠. 


박원순: 아, 단독으로는 하기 힘드니까 아방의 힘으로 도와주는 거군요? 후배들을 위해 길을 만들어주는 역할이네요. 훌륭합니다.


아방: 그 친구들이랑 같이 전시도 준비하고 굿즈도 만들어서 판매도 해요. 하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만든 모임이니까요. 보람도 있고, 뭣보다 저도 즐거워요.


박원순: 혹시 ‘언리미티드 에디션’이란 행사를 알아요?


아방: 당연히 알죠. 


박원순: 저도 거기를 다녀왔는데 정말 놀랐어요. 일민 미술관 앞에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줄을 섰는데 가봤더니 정말 아기자기하고 근사한 책들이 전시되어 있더라고요, 판매도 하고.


아방: 그런 행사가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박원순: 안 그래도 제가 언리미티드 에디션 다녀와서 직원들한테 이야기를 했어요. 이런 행사를 가끔 여는 게 아니라 서울 시민들의 삶에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되면 어떻겠냐고요. 그걸 서울시가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같이 고민해 보자고요. 저, 잘했죠? 


아방: 그게 가능해요? 아 맞다...! 시장님이시죠...?


오늘은 인터뷰보다 수다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리고 그는 내가 서울시장이란 걸 살짝 까먹은 상태인 것 같다.


     

어쩌면 개미보다 베짱이가 더 치열할 수도 있겠네요?


박원순: 친구들은 자주 만나요? 친구들은 다들 취업 준비로 정신없을 것 같은데. 지금 20대죠?


아방: 아... 30대...?


수줍게 손가락으로 3을 만들어 보인다.


아방: 제 친구들은 직장에서 아주 정신이 없죠. 딱 그럴 나이인 것 같아요. 자기 일만 하는 것도 아니고 후배들을 가르쳐야 하니까. 거기에 비하면 전 베짱이에요.


박원순: 베짱이? 그런데 아방은 겨울에도 따뜻하게 잘 먹고 잘 살잖아요.


아방: 베짱이는 겨울에 잘 못 먹어요? 음... 혹시 베짱이 겨울잠 자요?


현장에 웃음이 터진다. 그러나 그는 영문을 모른다는 표정이다. 아재개그와 4차원이 만나면 이렇게 되는 것 같다.


박원순: 동화에 보면 베짱이는 매 놀기만 하고 겨울 준비를 안 해서 곤란을 겪잖아요. 개미가 도와주긴 하지만. 그러고 보니 아방에게 베짱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베짱이가 연주하는 것처럼 즐겁게 일할 것 같아서.


아방: 아... 딱히 그렇지도 않아요. 


박원순: 하기야 고객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재밌지만은 않겠네요.


아방: 오히려 그런 건 괜찮아요. 그보다는 스스로 자기 발전에 대한 강박이 심해요. 그게 저를 더 힘들게 하죠. 생각처럼 제가 잘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나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생각이 들 때 괴롭더라고요.


박원순: 어쩌면 우리가 그동안 베짱이를 오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노는 것처럼 보여도 어쩌면 아방처럼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었을 수도 있었는데. 더 연주를 잘하기 위해서! (웃음)


아방: 그래도 다른 친구들 얘기 들어보면 전 지금 제 생활이 더 좋기는 해요. 최근에 엄마랑 통화를 하는데 뭘 하냐고 물으시는 거예요. 그래서 당연하다는 듯이 “그림 그리고, 책 준비하는 거 있어서 글도 써야지~”라고 그냥 대답을 했죠. 


박원순: 그런데요?


아방: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제 생활은 온전히 저를 위한 시간들로 가득 차 있더라고요. 그림 그리고, 글 쓰고, 이게 안 풀리면 책 읽고, 영감을 얻으려 영화도 보고, 그러다 졸리면 잠도 좀 자고. 모든 과정이 제 작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일들이더라고요. 


박원순: 이야, 정말 부럽다. 행복한 베짱이네요.


아방: 사실 그 과정에서 작업이 풀리지 않을 때 스트레스라는 게 저를 엄청 괴롭게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나 너무 행복하게 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책임은 제가 지지만 그만큼 자유로우니까.


박원순: 맞아요. 책임지지 않는 자유는 의미가 없죠. 제가 아는 한 소설가는 집에서 작업을 하지만 아침마다 정장을 차려 입고 침실에서 작업을 하는 방으로 출근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자기 관리를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한 대요.


아방: 어! 저도 그래욧!!! 집이 투룸인데 작업실로 자전거 타고 가고 그래요!


박원순: 몇 바퀴 안 구르면 도착하는 거 아녜요?


아방: 아뇨, 한 바퀴...?


현장에 또다시 웃음이 터진다. 나 같은 필부필부들은 범접할 수 없는 세계에 그는 살고 있는 듯하다. 이미 그의 세계에 푹 빠져 있다.


     

내가 바로 서울시장이다?


박원순: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 사람들이 왜 아방의 그림과 작품 세계를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를 모델로 그려주실 수 있어요?


아방: 얼마든지욧!


박원순: 지금 당장? 


아방: 어렵지 않아요~


박원순: 역시 프로네. 당황할 줄 알았는데. 제가 그리기 쉬운 얼굴이 아니라서.


아방: 아! 그런데 제가 얼마 전에 따로 그려둔 게 있어요. 그걸 드릴까요? 한번 보실래요?


박원순: 그럼요~ 영광입니다.


아방: 짜잔!


박원순: “내가 바로 서울시장이다”라고 써있네요. 하하. 그런데 안경이 없어요. 


아방: 아! 맞다! 안경! 지금 바로 그려드리면 돼요. 보자... 네모진 안경이네요? 이렇게 쓰윽 그리면 됩니다.


아방: 안경을 그려 넣었더니 눈 밑에 주름이 가려져서 더 젊어지셨네요? 너무 젊게 그렸다!


박원순: 내가 봐도 이건 너무 젊다. 주름 좀 넣어주세요. 하나만~ (웃음)


아방: 벽에 걸 수 있도록 집게를 같이 드릴 테니까 잘 걸어두세요.


박원순: 고마워요. 잘 걸어둘게요. 닮았다기 보다는 색감이나 그림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너무 착하고 예쁘네요.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이에요. 진짜 내가 아방의 제자가 돼야겠네. 수강료가 얼마라고요?


인터뷰보다 수다에 가까운 우리의 대화가 슬슬 끝으로 달려가고 있다.



모든 인터뷰이에게 하는 공식 질문!


박원순: 오늘 개인적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이렇게 수다 떠는 것 같은 날은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 슬슬 마무리 질문을 하려고 합니다. 자, 아방에게 서울이란?


아방: 음... 저에게 서울은... 플랫폼인 것 같아요. 


박원순: 어떤 의미에서?


아방: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지 않았잖아요. 대신 제 꿈을 이루기 위해 선택한 곳이죠. 필수가 아닌 선택한 곳이란 의미에서 플랫폼이라고 생각도 들고... 또, 서울에서 다양한 것들을 느끼고 배우고 흡수하고 이걸 토대로 재생산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플랫폼인 것 같아요. 쉽게 말해서 많이 먹고 내뱉을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여기엔 저의 활동을 봐주는 분들도 있고.


박원순: 아방에게 서울의 매력은 다양성과 관련이 깊군요. 저도 여기에 크게 동의를 하는 게, 고층빌딩과 신축 아파트만 가득하게 도시를 만들어버리면 다양성이 사라지잖아요. 그러면 더 이상 새로운 것들이 탄생하기 어려워진다고 생각해요. 


아방: 맞아요. 영감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사라지게 되면...


박원순: 새삼 도시의 다양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네요. 그리고 저랑 이야기해보니 오늘 어땠어요? 


아방: 예상했던 것보다 저랑 통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제 이야기를 잘 이해하시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제 그림에 대해서 이렇게 깊이 느끼는 부분에서 조금 놀랐어요.


박원순: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요. 사실 나이가 들수록 이해의 폭이 줄어들더라고요.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을 해요. 그래서 이런 인터뷰도 하러 다니는 거고요. 


아방: 솔직히 저는 시장님이랑 이렇게까지 통할 줄 몰랐어요.


박원순: 아빠 세대니까.


아방: 맞아요. 그래서 아버지 세대기도 하고 시장님은 공무원, 정치인이시니까 잘 통하지 않을 거라는 고정관념 같은 게 있었나 봐요. 그런데 오늘 완전 대박 그런 게 전혀 없었어욧! 하이파이브~


박원순: 저도 오늘 너무 즐겁고 흠뻑 빠지는 대화였어요. 자 그러면 이제 마지막으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뭐든 해 주세요.


아방: 시장님의 이런 시도 자체가 신선하고 재밌는 것 같아요.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다른 이들에게 전해주면서 사람들이 다양한 꿈을 꿀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말이 너무 추상적인가요?


박원순: 아녜요.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요.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저도 요즘 새삼 느껴요. 


아방: 끝까지 파이팅하세욧!




[인사이트] 인터뷰 며칠 뒤, 아방을 떠올려본다


며칠 전 일러스트레이터 아방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의 서울생활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태생이 아닌 그에게 서울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다채로운 볼거리가 있어서 자신에게 영감을 주는 도시라고 했다. 물론 서울살이를 하며 상처를 받은 적도 있고, 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그것조차 그는 서울의 모습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의 서울생활을 함께 떠올려본다. 어느 덧 상경한 지 50년 가까이 되어간다. 반백년이다. 강산이 바뀌어도 벌써 5번이나 변했을 시간이다. 막상 처음 서울에 와서 한 생각은 ‘내가 과연 여기에서 정착을 해서 가족을 꾸리며 발붙일 수 있을까?’였다. 그런 내가 서울시장을 하고 있다니 촌놈이 출세했다. 


나의 서울생활을 정리해 보면,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시행착오를 통해 더 나은 내일을 이뤄야할 대상이 나와 내 가족에서 내가 사는 지역, 이웃, 공동체까지 확장되어 갔다. 그리고 서울시장이 된 후부터 나의 서울생활은 시민들의 삶을 바꾸는 시장이 되는 것이었고, 이를 위해 골몰했다. 서울을 최고의 도시로 만들고 싶고, 그러기 위해 지금도 부단히 달리고 있다. 


그런데 아방과의 대화 속에서 작은 생각이 하나 비집고 들어왔다. ‘최고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높은 빌딩과 신축 아파트를 짓고 넓은 다리를 놓고, 공장을 지으면 되는 것인가? 부의 축적과 도시의 화려함만을 좇으면 되는 것인가?


최고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모든 것에는 빛이 있으며 거기엔 그림자도 따른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성공이 있으면 실패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어제를 경험하고, 오늘을 살며, 내일을 꿈꾼다.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질서를 만들며, 때론 그것들이 무너지며 삶의 양면성을 빚어낸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도시는 실패와 어둠이 없는 도시가 아니라, 실패를 하더라도 그들이 벼랑으로 내몰리지 않는 도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도시, 어둠 속에서 빛으로 나올 수 있는 희망이 있는 도시라고 믿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들의 성공과 실패, 빛과 어둠을 판단하는 기준이 획일적이지 않도록 다양한 시선과 생각들을 존중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우정을 변화의 동력으로 삼고자 한다.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공동체를 복원을 통해 각자도생이 아닌 내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도시로 만들고자 한다. 


서울시장으로서 지난 시정은 개발주의식 토건 시정을 사람 중심의 민생 시정으로 바꾸는 전환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각각의 삶을 바꾸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강산이 바뀌는 데도 10년이 걸리듯 도시의 삶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았다. 


그러기 위해 젊은이들이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서울, 지속가능한 미래가 있는 서울, 평화와 연결의 플랫폼인 서울을 만드는데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으려고 한다. 그것이 어쩌면 누군가의 기준에는 최고의 도시는 아닐지언정 보편적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 ‘최선의 도시’는 될 것이라 믿는다.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미래가 있는
평화와 연결의 플랫폼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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