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고 아름답기 위해 필요한 것.
요새 배드민턴 배우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이제 강습 두 달 째니 기껏해야 기본기 단계지만 그래도 매번 죽을 것 같이 가파른 호흡을 달래며 수업을 마친다.
최근 배우는 것은 기본 스텝이다. 잔걸음 서너번을 큰 두 걸음으로 대체하는 것인데, 이게 묘하다. 잔걸음으로 모든 이동을 다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러면 에너지 소모가 너무 심해진다. 그래서 짜여진 규칙대로 스텝을 밟는 것을 연습한다. 잔걸음으로 나도 모르게 움직이려는 본능을 이기는 게 관건인 셈이다.
처음엔 쉽지 않다. (나는 초보니까 '여전히 쉽지않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하지만 이것이 익숙해 지면 분명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핵심은 간단하다. 셔틀콕이 떨어질 위치를 가늠하고 그곳으로 크게 두 걸음을 옮기는 거다.
이처럼 단순한 행위가 내게 대단하게 와 닿는 이유도 간단하다. 삶을 사는 것과 놀랍게 유사하기 때문이다. 방향을 정하고 그 쪽을 향해 발걸음을 과감히 옮기는 것. 그게 인생의 낭비를 줄이는 가장 효율적인 삶이다.
강습을 마치면 가쁜 숨 가다듬으며 체육관 한켠에 걸터 앉아 고급반 수업을 구경한다. 그들의 스텝은 단순하고 아름답다.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삶을 사는 멋진 선배들이 오버랩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