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입장이 되어보기 좋은 시간
일이 없을 때가 있다. 엄청나게 바쁜 일을 끝내고 찾아오는 2, 3일의 여유야 달콤한 망중한이겠지만 그 이상이 되면 불안함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한다.
내 역할은 다 끝난 건가?
불안함에 망상이 저 혼잣말에까지 다다르면 내가 떠올리는 생각이 있다.
그토록 쟁쟁하던 제갈공명은 유비가 찾아오기 전까지 어떤 생각과 느낌으로 지냈을까? 돈 벌어 오라는 와이프의 채근을 받기 전까지 책장만 뒤적이던 허생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런 식으로 당장 내 옆에 있지도 않은 사람들 입장에 나를 대입해보고 나면 지금 내가 뭘 하는 건가 하는 생각에 피식 웃게 된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마음 맞는 사람과 조곤조곤 나누는 대화로 씻어 내리게 될 것임을 상기해 내곤 슬며시 맥주집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