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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Aug 17. 2019

메뉴 이름 한 번 잘 지었다!

Five guys를 아십니까?

이거 그냥 패티 한 장이냐 두 장이냐 차이밖에 없어요.


며칠 전 오랜만에 근처 지인들 소수가 모여 Five guys에 갔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첨언하자면 Five guys는 햄버거 가게로, 사람에 따라 Shake shack 버거급(가 봐야 할 맛집, 서부로 치자면 In-and-out도 있음)이라 여기기도 한다. 반면 그냥 맥도널드 정도의 프랜차이즈로 보기도 하는데 내가 볼 땐 그 중간 즈음이 맞지 않을까 싶다. 그 급이야 어떠하든 가격 대비 맛은 꽤 괜찮다. (참고로 가성비 측면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Whataburger!' 다. 주로 남부 쪽에 있으며 한국인 사이에서는 '와따버거'로 통하기도 한다. 휴스턴에 머물 때 한 달에 두어 번은 꼭 사 먹었다.)


오랜만에 들러서 메뉴 고민을 하는데 일행 중 누군가 저 얘기를 했다. 문득 메뉴판을 주의 깊게 보았더니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Five guys]

- Cheese Burger

- Little Cheese Burger


[그 외 대부분의 햄버거 가게들]

- Double Patty Cheese Burger

- Cheese Burger


실질적으로 두 메뉴의 차이점은 동일하다. 위에 적힌 메뉴에는 빵 사이에 패티(다진 고기)가 두 장 들어가 있고, 아래 메뉴에는 패티가 한 장이다. 물론 그에 따른 가격 차이도 뒤따른다.


자, 당신에게 어떤 메뉴가 더 나아 보이는가? 나는 단연코 Five Guys의 메뉴판 손을 들겠다. 이제 그 이유를 살펴보자. (이유를 듣지 않고 무작정 이를 따라 하면 안 된다. 때로는 아래 메뉴판이 강점을 가질 때가 있다.)




1. 고객 구분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은 다양한 범주로 나뉠 수 있다. 비록 패스트푸드점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여기는 미국이고 내가 있는 곳은 대도시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Five guys는 여행객들에게도 꽤 유명한 편이다. 한국에 없기 때문에 여행 왔다가 한 번쯤은 경험상(더불어 여행 경비 절약 측면에서도) 들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고객을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게 된다.


1) 일상적으로 들르는 고객

2) 경험차 들르는 고객


2. 고객에 따른 전략 (심리적)


1) 일상적으로 들르는 고객

패스트푸드 점에서 파는 메뉴는 한정적이다. 그리고 본사에서 지급하는 재료를 본사에서 지급한 매뉴얼에 따라 만들어 본사에서 교육한 방식의 서비스에 맞춰 고객에게 제공한다. 이는 상당히 짧은 시간에 고객과 매장 사이의 정보 비대칭이 해소된다는 것을 뜻한다. 즉 일상적으로 들르는 고객은 메뉴에 적힌 것을 거의 완전하게 이해를 하고 있다. 그에게는 새로 출시된 메뉴 정도를 호기심에 시도해 보는 정도의 변화가 있을 뿐이다. 이를 종합하면 이 부류의 고객들에게는 메뉴판에 적힌 내용이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그들은 그 실질적인 차이가 패티 개수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먹을 음식을 고를 때 메뉴의 문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2) 경험차 들르는 고객

Five guys의 메뉴판에서 내가 감탄한 것은 이 부분이다. 다른 햄버거 가게들처럼 Double Patty라는 것을 강조하면 '남들보다 더 풍성한 것을 먹는다.'는 생각이 들 수는 있지만, '칼로리 관리를 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들게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이 사람들은 '처음 경험인데 굳이 과하게 먹을 필요가 있나. 맛만 보고 블로그에 올리면 되는 것을.'이라며 일반 버거를 고르게 된다. 매점 입장에서는 매출이 줄어드는 효과다.


그러나 Five guys에서는 보통의 버거를 'Little'이라는 표현과 함께 제시했다. 이는 마치 더 작은 (맥도널드의 키즈 메뉴처럼) 햄버거를 연상케 한다. 그러면 제아무리 칼로리를 고려하는 소비자라도 '굳이 작은 것을 먹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래서 처음 온 고객은 마치 일반 버거를 고르듯 더 큰 버거를 고르게 된다.  


3. 한 줄 정리

실질적으로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일상 고객들 말고, 경험차 들르는 고객에 집중해 그들에게서 발생하는 매출을 극대화한다.




나는 마케팅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서 이를 마케팅과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범주로 다시 생각을 끌어오려고 한다. 나는 이를 '현상 분석'의 방법론으로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현상이 있는데(메뉴판이 다른 곳과 다르다.) 그것이 왜 그럴지 고민해 보는 것이다.


분석 방법론하면 바로 연관되는 말이 있다. 'Why?'를 다섯 번만 물으면 대부분의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나는 정황과 관계없이 무턱대고 어떤 방식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솔직히 '왜?'를 다섯 번이나 거듭할 수 있는 질문 거리가 세상에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예들을 발견하고 주변에 공유하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 행동 경제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탈러 교수의 책에 그 역시 '비합리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예를 발견할 때마다 자기 연구실 화이트보드에 적어둔다는 내용이 있다. 그 구절을 보면서 문득 이런 내 방식이 생각 나 흐뭇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예들을 보면 이렇게 글로 남겨두기도 하지만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술자리를 가질 때 안주삼아 얘기로 나눌 때도 있다. 그때는 술도 맛있고 자리를 파한 뒤 기분도 좋다. 예상하지 못했던 분야에서도 얘기할 거리가 많이 있다는 사실은 무척 즐거운 일이다.


Fries를 컵에 담아 주는 것도 이곳의 묘미! (출처 : Pixabay)





초두에 언급만 하고 생각을 공유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바로 'Double Patty'가 강조되는 게 유리한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역시 마케팅 전문가가 아니라 정답이라 할 수는 없지만 나의 경우 '고급화 전략'이 필요한 상품을 파는 매장이라면 그런 방식(더 상향된 메뉴명을 제시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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