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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Sep 24. 2019

직장인의 마인드

열린 창으로 바깥의 햇빛이 들어오듯.

* 시작하기에 앞서 : 친애하는 분의 글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혹여 제 글에 좋은 점이 있다면 온전히 원글 덕분입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제 졸필과 부족한 고민 탓입니다.

https://brunch.co.kr/@mrdog/89#comment




오늘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자질'과 '마인드'다. 처음 윗글을 읽었을 때 참 명료한 구분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이를 내 삶에 적용하는 연습을 해 보기로 했고 지금 글로 남기게 되었다.


먼저 떠올랐던 방식은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에다 이를 접목하는 것이었다. "자질 = 잘하는 일"이고 "마인드 = 좋아하는 일"로 연관 짓기 수월해 보였다. 그러나 생각을 곱씹을수록 아귀가 맞지 않았다. 무엇인가를 좋아한다는 게 타고난 것(=자질) 일 수도 있었고, 좋아하진 않지만 잘해야 한다는 마음가짐(=마인드)으로 어떤 일에 성취를 거둘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퍼즐을 어떻게 맞추면 좋을지 고민하던 어느 날 퇴근길이었다. 내가 타야 하는 전철이 플랫폼에 들어왔다. 차량에 오르길 기다리며 내리는 사람들을 멀뚱멀뚱 바라보다가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전철에 타고/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내가 정리한 자질과 마인드의 정리는 다음과 같다.

자질 : 안쪽에서 바깥으로 향하는 것
마인드 : 바깥에서 안쪽으로 향하는 것


자질은 나의 내면에서 바깥으로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성격이 될 수도 있고, 행동이나 태도가 될 수도 있다. 드러나는 것이 무엇이든 핵심은 '나'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이 모두 여기에 포함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의 주체 역시 '나'이기 때문이다.


마인드는 바깥의 현상을 내가 받아들이는 방식을 말한다. 좋은 것이지만 거부할 때도 있고, 나쁘지만 참고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다. 좋고 싫음을 떠나 중립적으로 무언가를 새로 받아들일 때도 마인드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새로운 이론, 회사의 신규 전략 등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어쨌거나 방향은 바깥에서 시작한다.


물론, 이 둘은 긴밀하게 연관된다. 외부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치고 난 뒤 내부 자질 표출의 정도를 조정하기도 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떼를 쓰면(=안에서 바깥으로) 친구들이 멀어지는 것을 보고(=바깥의 것을 안으로) 떼쓰는 행위를 자제하는(=안에서 바깥으로) 유치원생을 보면 된다.


물론 직장인은 대체로 성인인 경우가 많다. 유치원생보다는 확연하게 감정 조절을 더 잘하는 단계라는 뜻이다. 이에 이후부터는 내부 자질을 바깥으로 표출하는 정도는 어느 정도 통제가 된다고 전제를 하겠다. 그러면 우리는 마인드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직장인들은 외부의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1. 닫힌 문으로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

외부의 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오픈 마인드여야 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닫힌 창문으로는 아무것도 들어올 수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문 틈새로 햇빛 정도 새어 들어올 뿐이다. 환한 햇살이 온 방에 비추려면 창문을 활짝 열어젖혀야 한다. 직장인의 태도에 무슨 비유냐 싶겠지만 이것은 중요하다. 대부분 자신만의 방어막을 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그 방어막이 듬성듬성한 창살 수준일 수도 있고, 방충망처럼 촘촘하게 거르는 수준도 있다.


현실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다. '쟤가 말하는 게 뻔하지 뭐.', '아, 또 시작이네.', '말로야 못 할 게 뭐 있나.' 등이다.


2. 일단 받아들여야 자질도 반응한다.

직장에서의 역량이든 개인의 성정에 대한 것이든, 성장이 오롯이 혼자만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바깥에서 유입되는 Input 없이는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지 못한다. 홀로 참선하는 승려도 결국 외부에서 들어오는 상념들, 외부에서 겪은 사건에 대한 회고, 외부에서 배웠던 지식에 대한 궁구 등을 추구하는 것이지 온전히 내면의 것을 소재로 삼아서는 할 수 있는 게 한정적이다. 직장에서 성과를 내고, 그것으로 진급을 하든 개인적인 성취를 누리 하려면 일단 외부의 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면의 자질은 외부의 자극이 흡수되어 맞닿았을 때 변화의 계기를 맞는다. 그게 긍정적이라면 강화 기제를 발휘할 것이고, 부정적이라면 방어를 하게 될 것이다. 어쨌거나 두 방향의 자극은 개인의 성장에 필수적이다.


3. 올바르게 받아들이는 방법은 있는가? 

자질에 걸맞은 좋은 자극은 단순히 흡수하면 되고, 자질에 반하는 나쁜 자극은 단순히 거부하면 된다. 문제는 싫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 또는 좋지만 거부해야 하는 것에 있다. 이런 경우 의식적인 마인드 함양을 통해 자질과의 조화를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나는 심리학자가 아니다 보니 이론적 정합성을 바탕으로 주장할 수는 없다. 그저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제안 정도를 할 수 있을 뿐이다. 이 글을 읽는 각자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변용하거나 응용해 대안을 만들면 좋을 것 같다.


1) 들은 뒤에 생각하기

올바른 마인드 함양을 위해서는 화자에 대한 내 개인적인 감정을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감정의 배제는 내 브런치 초중반을 관통하는 줄기다.) 그러자면 그것을 말하는 게 누구든 일단 듣는 게 중요하다. 생각이나 판단은 그 뒤에 한다. '쟤 또 시작이네'와 '저 사람 말은 듣고 보면 늘 비슷하단 말이야.'가 가지는 의미는 천지 차이다. (곰곰 곱씹어 보라. 어디에서 감정이 더 크게 느껴지는가?)


2) 자질을 설득해 보기

싫은 일을 받아들여야 할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질을 설득하는 것이다. 만약 자질의 동의 없이 어떤 일을 하게 된다면 그냥 피상적으로 해 치우고 말게 될 뿐이다. 일회성 일이라면 상관없지만 최소 몇 개월의 기간 동안 지속해야 하는 일이라면 문제다. 이럴 때 퇴사나 면담 신청에 앞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은 질문을 하는 것이다. 내가 그 일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가 어떤 것인지 스스로 되뇌어 보는 것이다. 그 일을 주문한 사람에 대한 감정을 여전히 끌고 들어온 것은 아닌지? 내 능력 밖의 일인데 싫다는 느낌으로 포장된 것은 아닌지? 참고로 이런 질문을 합당하게 거치고 나면 부서장에게 면담 신청을 해도 훨씬 순조롭게 풀린다. '아, 부장님 이거 아닌 것 같은데요.'와 '부장님 고민을 좀 해봤는데 이런 부분에선 저런 스킬이 필요한데 그 부분은 아직 제 역량 밖인 것 같습니다.'가 가지는 뉘앙스 차이를 생각해 보자.


3) 주의점 : 강제하지 않기

위와 같은 질문을 할 때 내가 주의하는 사항이 있다. '커리어를 위해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야.'라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어른이 하지 말라면 하지 마.'라고 아이에게 훈계를 주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자질의 동의를 얻는 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장기적인 미래'를 위해서 어떤 일을 꾹 참고 해 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런 경우에도 '내가 이 일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에 개인적인 감정은 없으며, 이 일을 완료하고 난 뒤 내 자질도 이 방향으로 발전해 있으리라 믿는다'라는 식으로 생각을 하는 편이다. 섣불리 '해야 해!'라는 강조는 되레 자질의 반감을 살 우려가 있다.


* 참고로 좋은 일이지만 거부해야 할 때도 자질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오늘은 사탕을 사 줄 수 없어.'라는 말에 못내 고개를 돌리지 못하는 아이의 아쉬움이 어른에게라고 없으리란 보장은 없기 때문이다. 왜 그 일이 내게 걸맞지 않은지? 그 일이 어떤 측면에서 내게 즐거움을 주는 것인지? 등을 차분히 분석해 보면 도움이 된다.




원글에 언급된 분들은 자질이나 마인드가 모두 기획이라는 업무 중심에 맞춰져 있다. 분명 누군가는 고객의 말도 안 되는 요청이나 항의로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 필요에 의해서든 자질과 맞아서든 - 외부의 것들을 꾸준히 받아들여 자질과 융합한 결과 사고방식 자체가 그에 걸맞게 바뀐 것이다.


나는 이것을 직장에서 성장하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성장은 계단식 그래프의 모습을 띤다. 일정 부분 머무르다가 어느 순간 다음 단계로 뛰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 잠을 잘 때 머릿속에서 정리가 된다. 운동선수는 쉬는 순간에 근육이 성장한다.


계단식 성장에서 수평의 부분은 그야말로 지루한 구간이다. 계속 똑같은 일을 하고 도통 전진하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자질과 마인드를 이용하면 이를 꽤 괜찮게 설명할 수 있다.


성장은 결국 자질 단계의 변화인 것이고, 이를 위해서 외부와 내부의 끊임없는 소통이 필요한데 여기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마인드다. 그리고 이 소통이 적절한 수준으로 이뤄져야만 자질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성장에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PS1.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인, "쟤는 마인드부터 글러 먹었어."를 곰곰 생각해 보면 그저 '태도'의 다른 말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태도'는 내면의 '자질'이 바깥으로 드러나는 것인바 그 사람은 아직 자질이 그 주변 무리가 요청하는 단계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저 비판이 대개 감정 섞인 문장에 해당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PS2. 그러나 또한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은, 저 비판을 하는 주체 역시 감정에 중립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므로 많은 경우 PS1에서 언급한 내용이 쉽게 반박된다.



* 서두에 언급한 부분을 깨알 홍보 링크 겁니다.

https://brunch.co.kr/@crispwatch/23


이전 13화 업무에 대해 강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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