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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Jun 02. 2020

미국의 시위, 그리고 스페이스 X

하나하나 뜯어보자.

오늘이 미국 파견 온 지 1년 되는 날이다. 작년 오늘 나는 미국 땅에 발을 디뎠다. 나도 잊고 있던 그날을 아침 회의 때 매니저가 알려주었다. '이런 혼란스러운 일들을 겪게 해서 안타까워.'라며 말이다.


원래 몇 가지 다른 주제를 생각해 둔 게 있었는데, 아침 매니저의 발언과 친애하는 '날마다 소풍'님의 글을 보고 문득 이걸 한 번 훑고 넘어가야겠다 싶었다.




최근 트럼프의 발언이 연일 화제다. 뉴스 제목들만 따 보면,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의 사망으로 불거진 저항을 폭동으로 명명한 데 이어 오늘 기자 회견에서는 기어이 군대 배치 언급'까지 했다. 이번 글에서는 이 과정이 실제 어떻게 진행된 것인지 살펴보겠다.


사건의 경위는 뉴욕 타임스에서 잘 정리하였다.

https://www.nytimes.com/2020/05/31/us/george-floyd-investigation.html

여기에 따르면,

1. 조지 플로이드는 과자점에서 담배를 사며 20불짜리 위조지폐를 내는 바람에 해당 점원들이 911에 신고를 한다. 해당 신고서에 보면 그 사람이 술인지 약엔지 취해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 있다.


2. 출동한 경찰차 중 첫 두 대와는 큰 이슈가 없다. 수갑을 채우고 경찰차에 태우기도 한다. 그러던 중 어떤 이유에서인지 차 출발하자마자 곧 섰고 뒷좌석의 문이 열린다. (실랑이가 있었는지, 탈출을 시도한 건지 알 수 없다.)


3. 문제의 경찰들은 3번 차량인데 이 중 한 명은 구타 전적이 있고 한 명은 총격 사살 기록이 있다. 이들이 어쩌면 문제 처리반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들이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위압적인 자세로 시민들 앞을 막아선 사람들이다.


4. 목을 누르는 중간에 이미 용의자 입에서 피가 나와서 경찰이 구급차(와 소방차까지)를 부른다. 문제는 이때도 무릎을 떼지 않았다는 것이며, 심지어 목을 누른 8분 46초 중에서 약 1/3은 이미 당사자가 숨을 거둔 뒤였다고 한다.


사건의 흐름을 보면 알겠지만 일단 플로이드는 용의자였다. 위조지폐를 사용하고 의식도 흐린 상태였다. 게다가 덩치도 컸으니 경찰이 경계를 높일 가능성이 컸다. 뿐만 아니라 2번 과정의 실랑이가 도주 시도였을 수도 있다.


문제는 4번 과정에서 공권력 사용이 적절했느냐에 있다. 위 기사 영상을 보면 이미 플로이드는 축 처져있는데 경찰이 계속 짓누르고 있으니 급기야 시민들이 나선다. (미국에 살아본 사람이라면 경찰에 따지듯 얘기 거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 거다. 가족도 아닌데 말이다.) '헤이 브로. 그 사람 놓아줘요. 죽일 셈이오?' '헤이 맨. 그 사람 숨을 안 쉬는 것 같은데?'


미네아폴리스 검찰은 해당 경찰을 기소했는데, 이는 흑인을 사살한 백인 경찰에 관대하던 과거의 사례와 달라 미국 언론에서도 'rare'라고 덧붙일 정도였다.


그러나 4만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하기엔 1, 2를 간과할 수 없다. 게다가 4에서 분노가 치밀었다고 해도 정당한 저항과 폭력의 사용은 또 별개다. 그래서 같은 흑인들도 평화 시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1, 2 대비 4가 과도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그러자 곧장 트럼프의 트위터가 문제가 된다. 언론에서는 '저항하는 군중을 폭동으로 치부했다.'라고 했지만 사실 그렇게 흘러가려면 트위터 내용 이외에 추가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트럼프가 말한 것만 보면 되레,

'불량배들의 시위는 플로이드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만약 약탈이 있다면 발포가 있을 것이다.'로, 앞에 (일반 시위와 별개로) 정도를 붙이면 플로이드의 죽음을 결코 경시하지 않고 있으며, 약탈이 있을 경우 공권력이 투입되리라 언급한 정도도 해석 가능하다.


문제는 저 약탈 구절 'when the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에 인종차별의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는 데 있다. 트럼프는 나중에 기자들을 향해 그 배경을 몰랐었다고 해명했는데 이는 진실이든 아니든 문제가 되긴 한다.




요즘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라지만 분명 그의 지지층이 있다. 남부에 가면 공공연한 지지층을 더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제아무리 기행을 일삼아도 간접 선거제의 특성 때문에 재선이 안될 것이라고 쉽게 단언할 수도 없. 미국 역시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다 보니 다양한 인간군상 있고 그들 나름의 사정과 그에 기인한 가치 판단이 있는 것이.


 백인 우월주의자들이라고 하면 나비넥타이 매고 파티를 즐기는 귀족들만 있을 것 같지만 그중에서는 '외부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다.'라고 여기는 노동자 계층도 많고, 석유업계처럼 '어서 빨리 경기를 되살려 주길'기도하는 사람도 있어 스펙트럼이 다양다. 그래서 티를 안 내고 숨은 사람들 많지만 그들 사정을 보면 무턱대고 비판 하기란 쉽지 않다. (차별이 다는 뜻은 아니다.)

지난 토요일 SpaceX의 로켓 발사하는 순간에 앵커가 목이 메인 채 얘기했다. '실업률도 높고 이토록 힘든 순간에 우리에게 꿈을 주는' 장면임을 강조하는 멘트를 듣자니 IMF 시절 세리나 박찬호를 언급하던 우리나라가 오버랩되기도 했다.


민간기업(SpaceX)과 연구기관(NASA)의 합작. 직장 폐쇄가 미친 짓이라며 공장을 재가동해버린 머스크와 경기를 살려야만 하는 트럼프. 묘한 연관 고리 속에 역사는 또 한 획을 그었다.




머스크가 언론과 인터뷰하는 장면 중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있었다.

Q : 혹시 발사 중간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나요?(사고를 언급한 것이었음.)

A : 아.. 그건 지금 생각하고 싶지 않군요. 우선 성공만을 바랄 뿐입니다.


머스크가 사고 대비를 안 했을 리가 없다. 페이팔과 테슬라라는 두 개의 실험적 기업을 모두 성공시킨 장본인이 아닌가.


트럼프의 행동도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닐 것이다. 치밀한 정치적 계산이 있을 텐데 그게 너무 과격한 방향이 아니었으면 한다.


평화를 빕니다. 그리고 모두 Stay s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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