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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철근육 Nov 27. 2017

직장인에게 도움이 되는 Skill (2)

대답하기

0. 잡상의 발단


"대답하기"라니. 지난번 작성한 (1) 번 "말하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자는 첫인상에 대한 것이고, 후자는 달변에 대한 것이니 분명 구분은 된다. 원래 글쓰기로 (2)를 잡으려 했으나 갑자기 잡상이 떠오른 것이 있어 "대답하기"로써 (2)를 먼저 채워본다. 나 역시 졸필이지만 축구를 못해도 TV 보며 훈수는 둘 수 있듯 (그런 모습이 보기 좋든 나쁘든 떠나서) 글쓰기는 (3)과 (4)로 넣을 예정이다.


참고 : 직장인에게 도움이 되는 Skill (1) 

https://brunch.co.kr/@crispwatch/24



1. 대답하기란?


"누군가 나를 불렀을 때 그에 응해서 내뱉는 말" 정도로 대답을 정의해 보자. 

일단 이 정도 정의에 동의를 한다면 이를 좀 더 세분해서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1)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은 

        ① 명시적으로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가장 흔할 것이나 

        ② 암묵적으로 나를 지칭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2) 그에 응해서 내뱉는 말은 

        ① 명시적으로 들리게끔 입 밖으로 꺼내는 말이 있을 것이고 

        ② 대략 알아들었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기타 방법도 가능하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맞추거나 (또는 피하거나!), 자세를 고치는 행위 등을 말한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는 대부분 1)-② 의 경우이고, 그 스트레스의 영향으로 우리는 대개 2)-②로 응한다. 아래와 같은 경우를 예로 들어 보자.


Q : 이 프로젝트는 오지로 장기출장이 필요한데. 우리 부서에 결혼을 안 한 게 누가 있더라?
A : (허리를 펴며 고개는 괜히 창밖을 응시한다.) 끄응...  (속으로 알면서 왜 묻는 거야?라고 생각한다.)


Q : 이 보고서 누가 쓴 거야? 하여간 요새 젊은것들은...
A :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혹은 눈을 빤히 바라보며) 수정해서 드리겠습니다아.


흠. 다들 알 것이다. 수정해서 드리겠습니다아. 다 뒤에 아 하나 정도 더 붙는 말은 이상하게 반항기를 띤다. 소심한 우리들은 그것으로 상사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다고 하지만 사실 이는 약자들 사이에서나 통용되는 어체일 뿐이다. 상사들은 기운이 없는 놈이라며 한결 더 화를 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2. 이번에도 통합교과다!


전무후무하게 (후무 일지는 아직 모르지만) 수능을 1주일이나 연기한 수험생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수능이 끝나면 공부는 끝일 것 같지만 인생은 평생이 공부랍니다. 허나 시험으로 여러분을 괴롭히는 것은 분명 덜할 것이니 12년의 학창 시절 동안 익힌 공부하는 방법만큼은 잊지 않도록 노력하면 좋을 것입니다. (일단은 좀 쉬어도 됩니다. 술은 조금만. 각자 주량에 맞게. 요새 어른들도 술 무턱대고 많이 마시지 않아요. 잔소리 죄송.)


굳이 서설이 길었던 것은 이번에도 통합교과를 끌어오기 위해서다.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스킬. 이번의 힌트는 '첫인상'에 있다. 여러분들이 소개팅, 미팅 나갈 때 첫인상은 xx초만에 결정된다며 놀라는 그것 말이다. 


두근대는 블라인드 데이트에서만 첫인상이 있으리란 법은 없다. 그리고 처음 본 사람에게만 첫인상이 있으란 법도 없다.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 사이에도 첫인상이란 것은 있다. 그리고 매일 보는 사람에게도 나름의 첫인상 같은 것이 있다. "아, 쟤 찌푸린 표정만 보면 나까지 기분이 망치는 것 같단 말이야.". 탕비실로 가는 복도에서 누군가를 마주치고 난 뒤 혼잣말로 이런 류를 중얼거린 기억이 있는가? 익숙한 자에 대한 그날의 첫인상이다.


앞서 예시로 든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는 1)-②, 2)-② 에서 주로 비롯되며 이는 모두 '암묵적' 의사 표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암묵적이라는 것은 화자와 청자 모두 100% 속내를 드러내지 못한 상태라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런 상태에서는 당연히 선입견이 개입하는 정도가 커진다. 선입견이 있으면 매일 보는 사이에도 첫인상이라는 것이 생긴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소개팅에서의 첫인상 잡설들을 끌고 오려한다.




3. 대답하기. 어른들이 그렇게 강조하던 것.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마주치면 큰 소리로 인사하라. 

같은 사람을 하루에 100번 마주치면 100번 인사하라. 

머리 희끗하신 어르신들이 갓 취직한 새내기 조카들에게 해주시는 오래된 조언들이다. 우리는 이런 말을 흔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 우리는 (과거의 나도) 역량과 창의력이 넘치는 미래의 주역들이니까.


"실력으로 증명하면 되지. 까짓 인사쯤이야."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핀트는 조금 빗나갔다. 인사를 잘 하라는 말은, 실력도 없는데 인사 (=정치)로 동아줄이나 부여잡고 살라는 말이 아니다. ① 네가 가진 실력을 그대로 인정받게 하고 ② 그 실력을 보다 돋보이게 해준다는 말이다. 즉, 실력은 전제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것을 항상 잊어서는 안 된다. 암만 실력이 좋더라도 이런 평은 곤란하다.

'그런데 그 사람은 평판이 그다지... 나라면 같이 데리고 일하고 싶진 않더라고.' (① 달성 실패)


반면, 이런 평이라면 화자든 청자든 기분이 좋다.

'이야, 내 그 사람 성격부터 알아봤지. 실력까지 좋다니 대단한 걸!' (② 까지 달성 성공)


인사는 첫인상이다. 바람둥이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은 뜻밖에도 "안녕하세요?"라고 한다. 첫인사가 첫인상에 주는 효과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대답은 회의나 대화에서의 첫인상을 가름한다. 

 



4. '네'가 갖는 힘.


'네.'라고 대답하라. 

-  Yes맨이 되라는 말이 아니다.

-  네!라고 느낌표를 붙이라고 하지 않았다.

-  인터넷에서 유행하듯 '넵'이라고 하든 '옙'이라고 하든 무방하다. 


이렇게 말하니 와 닿지 않는다면 뒤에 하나의 팁을 더 붙이면 와 닿기 쉽다.

온전한 정답은 다음과 같다.


"네. 부장님."


자, 이제 궁금할 것이다. 어째서 이게 Yes맨을 뜻하는 게 아닌지.

아래와 같은 대화를 보자. 홍길동 대리는 No라고 말하고 싶다.


Q : 이번 실적 분석 보고서는 모레까지 나와야 해. 홍길동 대리가 할 수 있겠나?
A : 네. 부장님. 
      아, 이번 실적보고서 말씀이신가요? 
      오늘 실적 마감이 되는 것을 봐야겠습니다만 지난번 보고 드린 클레임 건이 있다 보니
      모레까지는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Q : 하지만 모레 회의 때 그 자료를 꼭 봐야 할 것 같은데...
A : 우선 오늘 실적 마감을 보고, 모레까지 매출이익까지는 작성을 드리되,
      상기 클레임건은 부장님께서 회의 때 따로 언급을 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있지도 않은 대화를 길게 적어봤다. 그래야 '네. 부장님.'의 힘이 보인다. 

그것의 역할은 다음의 세 가지다. 

① 분명한 대답하기, ② 한 템포 늦추기, 그리고 ③ 상대를 명명하기


분명한 대답은 상대에게 내 첫인상을 좋게 만든다. 진짜 하고픈 대답은 NO에 가깝더라도, (그래서 "네"뒤에 느낌표를 붙이지 말라고 했다. 느낌표가 붙으면 Yes로 보이기 쉽다.) 일단 해 보겠다는 의지가 있는 녀석으로 보이게 된다. 또한 대화를 한 템포 늦추면서 '이 자식은 내가 무슨 말만 하면 안 된다고만 해!'라는 분노 유발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상대를 직접 명명하면서, 그에게 내가 당신의 대화를 집중해서 듣고 있으며 당신을 충분히 존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어디서 많이 봤지 않은가? 미팅 시 첫인상에 대한 얘기 몇 개를 짜깁기한 것이다. 미팅 때만 쓰지 말고 회사에서도 쓰자. 


굳이 이렇게 웃을 필요까지는 없다.




5. 왜 이렇게까지 하며 사나요?


옳다. 너무 많은 것을 신경 쓴다. 그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인데 그 사람의 직함을 직접 입에 올리기까지 하라니. 


잠깐 회사 바깥을 바라보자. 도로에 차가 많다. 많은 차들은 노랗고 하얗게 칠해놓은 줄 안으로만 다닌다. 그 줄을 밟는 순간 레이저가 땅에서 솟아 나와 차를 두 동강내는 것도 아니고, 그 줄을 밟았다고 경찰이 바로 출동해서 연행하는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되게 어린애 소꿉장난 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 소꿉장난처럼 칠해 놓은 줄이 사람들끼리의 약속이 되는 순간 지켜야 하는 규범으로 바뀌는 것이다. 초등학교 시절 짝꿍이 '이 금 넘어오면 안 돼!'할 때 일부러 넘어가며 장난을 치곤 했지만 차가 금을 넘어 사람이 다니는 곳으로 오면 큰 사고로 이어진다. 대집단, 약속, 규율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대집단이고 자체 약속이 있고, 일부는 규율이라고 부른다. 나는 규율(제도) 내에서 감정을 표출할 때만 득이 된다고 말한 적 있다. 

https://brunch.co.kr/@crispwatch/41


대화도 마찬가지다. 상대에 대한 내 호오가 반영되고 있다는 티를 내서 좋을 것이 없다. 도로에 그어놓은 선처럼, 사회/직장 속 인간관계에서도 보이지 않는 선이란 게 있다. 내가 그가 싫듯, 그도 나를 싫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상사라고 스트레스가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선배라고 무조건 후배 다루기가 쉬운 것도 아니다. '나는 좋은 선배가 되어야지!'라는 말에 '어떻게?'라고 자문을 한 번만 해 보라. 말문이 바로 막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개인 사업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무인도에 갇혀 혼자서 살지 않는 이상, 개인 사업을 해도 사회생활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좀 돌아간다 싶어도, 마냥 불평만 하고 스트레스만 받기보다는 하나의 작은 시도를 해 보는 것이 어떤가? 고작 '대답하기'일 뿐이지 않는가. 


직장인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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