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의 나 되돌아보기
에어비앤비 청소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이제 삼주가 다 되어간다.
어차피 내 주 수입은 이 일이라, 일주일에 다섯 번은 출근을 해서 하루에 적으면 하나, 많으면 두 개의 방을 정리한다.
개인 에어비앤비가 아니라 회사에서 하는 꽤 규모가 있는 공간이라 언제든 하고자 하면 일을 할 수 있다.
삼주차가 되면서 혼자서 방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해 본 적 있는 곳도 혼자서 하려니 헷갈리고 정신이 없었다. 손에 익으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이주정도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너무 힘들고, 일어날 때마다 근육통에 시달렸다.
퇴근하고 저녁마다 운동도 병행했기 때문에 일 때문에 상체가 아프고, 줄넘기 때문에 하체가 아팠다.
한 달만 하면 몸도 적응한다는데 왜 이리 한 달이 길게 느껴지는지..
나와 함께 일하는 팀은 예술가 집단이라 각자 다른 활동을 하면서 부업(?)으로 이 일을 하지만
나는 딱히 주업이라고 할 게 없으니 성실하게 주 5일을 한다.
처음 문을 열고 들어가면 게스트가 사용하고 나간 길을 훑어본다.
대개 주방과 화장실에 흔적이 많이 남는데, 침실은 어쨌든 본인도 자야 하니 심하게 더러운 경우는 없다.
더러워도 시트는 어차피 바꾸니까 상관없고.
하지만 음식을 해 먹고 남은 걸 두고 간다던가, 화장실에 머리카락을 잔뜩 쌓아두고 가면 그만큼 시간 소모가 많이 된다.
이 일을 하면서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여행지에서의 내 모습은 어땠나?
나도 머리카락이 꽤 빠지는 편이라 바닥에 머리카락이 널브러져 있는 걸 혐오한다.
나조차 내 머리카락에 그런 반응인데, 남에게는 더더욱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라
최대한 쓰레기통에 모아두거나, 손으로 쓸어 한 곳에 모아두고 퇴실을 한다.
잠을 잔 이불은 헝크러트리지 않고 잘 펼쳐 놓는다.
이불은 굳이 다시 펼 이유가 없다고들 하지만, 내가 막상 해보니 펼쳐 두는 거 괜찮은 것 같다.
일단 험하게 쓰고 간 느낌이 안 드니까.
가끔 논란으로 올라오는 이야기들 중에
숙박비도 비싼데 청소를 왜 다 하고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글이 있었는데..
청소 다 해볼래?.. 두 시간 넘게 걸리는데..?
머무른 자리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강 짐작이 간다.
괜히 아름다운 사람이 머무른 자리도 아름답다는 말이 있는 게 아니지.
앞으로 여행할 때 내 머무른 자리를 한번 더, 꼼꼼히 살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