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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잡문인 Jul 14. 2019

코끼리 손님

  한적한 오후. 코끼리가 카페 문을 비집고 들어왔다.

  “아이스커피 한잔.”

  코끼리는 계산대 앞에 비스듬히 걸쳐 서서 능글맞게 주문했다. 그리고 이내 자리에 앉았다. 육중한 엉덩이를 의자에 비집어 넣고, 다리를 우직하게 꼬았다. 코는 적당히 말아서 테이블 위에 내려 두고, 매장이 더운지 귀를 펄럭이며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둔탁해 보이는 손은 까딱까딱 음악에 맞춰 무릎을 두드렸다.


  ‘음, 코끼리는 커피를 코로 마실까 입으로 마실까? 콧구멍이 두 개인데, 빨대를 두 개 줘야 할까, 평소 같이 한 개만 줘야 할까, 코끼리는 성질이 고약하다고 하는데, 빨대를 잘 못 줬다고 의자를 부숴버리는 건 아닐지 걱정이네. 비싸게 산 의자인데...’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코끼리에게 가져갔다. 코끼리는 여전히 다리를 꼬고, 음악을 들으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많이 더운지 펄럭이는 귀가 점점 빨라졌다. 가까이 다가가니 땀 냄새가 귀 밑에서 펄펄 풍겼다. 코 옆에 커피를 슬며시 내려놓자 코끼리가 대뜸 말했다.

  “너무 더운데요.”

  “네 네. 더우시죠? 죄송합니다. 얼른 에어컨을 틀어 드릴게요.” 나는 다급하게 대답했다.


  리모컨을 들고 와, 에어컨을 틀자 코끼리가 또 말을 걸었다.

  “커피 리필은 안돼요?”

  “네 네, 1000원만 추가해주시면 리필해드리고 있는데, 너무 더우신 것 같아 보이시니, 이번 한 번은 무료로 드릴게요. 네.”

  나는 굽신 허리를 숙였다 피면서 대답했다.

  코끼리는 만족스러운지 슬며시 상아를 들어 미소를 짓고는 다시 귀를 펄럭였다. 음악도 마음에 들었는지 둔탁한 손은 여전히 까딱거리고 있었다. 말아 둔 코는 슬그머니 풀어 테이블 모서리로 걸쳐 뒀다.

  ‘코끼리는 성질이 고약해서, 성질을 잘 못 건드렸다가는 테이블도, 커피잔도 모조리 부셔 버릴지 몰라.’ 나는 생각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추가로 가져갔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코끼리가 말을 걸었다.

  “여기 인테리어가 조금 낡은 것 같아요. 내 코가 잘 못 닿으면 부서져 버릴 것 같아. 괜히 내가 불안해. 바꾸면 좋을 텐데.” 코끼리는 코를 살랑살랑 흔들며 계속 말했다.

  “요즘에는 꽤나 단단해 보이는 의자나 소품들이 유행이야. 그래야 우리 코끼리들이 안심하고 카페를 이용하거든. 사장님은 젊고 센스 있는 것 같으니, 다 알지? 나중에 겨울이 오면 치질이 있는 코끼리들도 있어서 쿠션 좋은 방석도 구비해두면 좋을 것 같은데. 아. 참. 그리고 저기 입구가 좁아서 들어오는데 조금 애먹었어요. 그나저나 커피는 참 맛있어. 사장님도 잘 생겼고. 홍홍홍.”


  코끼리는 한참을 앉아 커피를 마시다가 카페를 나갔다. 나가는 길에, 나를 슬쩍 바라보며 상아를 들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혼잣말 하 듯 말하고 나가버렸다. 

  “여기 분위기가 너무 좋아요. 다음 저희 코끼리 모임을 여기서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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