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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잡문인 Jan 01. 2021

빌어먹을 의사 양반

“빌어먹을. 난 늦은 시간에야 커피를 마신다고.” 그가 등받이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안돼요. 선생님.” 책상에 손을 올리고, 손가락으로 연필을 굴리며 의사가 말했다. 의사는 단호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젠장. 왜 안 되는 거지.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 걸 고맙게 생각하라고. 의사 양반.” 그는 고개를 아래로 살짝 떨어트리고, 엄지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눈만 치켜들어 의사를 보며 말했다.

“술도 안 됩니다. 선생님.” 의사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고, 완강한 자세로 대답했다.

“이봐, 대체 그럼 뭘 마셔야 하는 거야. 저녁에 뭘 안 마시고 어떻게 보내냐 말이야.” 그가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고개를 위로 살짝 들어 올리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술이나 커피보다는 따뜻한 물이나 꿀물을 마셔보세요. 아니면 운동을 하거나 TV를 시청하시거나.” 의사가 말했다.

“이보게, 의사 양반. 자네가 술을 끊어야 한다고 해서 나는 끊었어. 그렇지?” 그가 말했다.

“네.” 의사가 대답했다.

“그래서 술 대신 커피를 마셨다고.”

“네.” 의사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커피를 끊으라고?”

“네. 선생님. 그래야 합니다.”

“아니, 이제 와서...” 그는 말을 하다가 멈췄다. 어이가 없어 말이 막혀버린 것 같았다. 그는 숨을 고르고, 무릎 위에 올려 둔 손을 들어 팔짱을 끼고 다시 말했다. “그러니까 술과 커피 대신에 꿀물을 마시거나 시시한 드라마 같은 거나 보란 말이지?”

“저녁에 뭔가를 해야만 한다면, 그게 좋다는 겁니다. 선생님.” 의사는 자신의 말에 대해 한치의 오차도 남겨두지 않았다는 듯이. 똑같은 자세로, 넓은 어깨를 펼치고, 고개를 단단히 세워 들고, 그를 쳐다보며 완강하게 말했다.

“못해. 의사 양반. 그건 불가능이야.” 그는 팔짱을 풀고, 고개를 아래로 떨어트리며, 솜이 빠진 인형처럼, 몸에 힘을 잔뜩 빼고 의자에 기대어 늘어지면서 말했다. 의사의 완강함에 무너졌다는 듯이.

“선생님. 계속 늦은 시간에 술이나 커피를 마시게 되면, 간이 더 부을 겁니다. 그러다 염증이 생기게 되면 더는 되돌릴 수 없어요. 많이 고생하시게 될 겁니다. 이제는 젊으셨을 때처럼 쉽게 회복하지 못해요.” 의사는 기회를 잡았다는 듯이, 완강한 자세를 풀고 책상 앞으로 몸을 숙이며 타이르듯이 그에게 말했다.

“좋아. 의사 양반.” 그는 눈을 잠시 감았다. 생각에 잠기듯이. 그리고 말했다. “내가 하나만 물어보지.”

“네. 선생님.” 의사가 대답했다.

“어째서 어디가 안 좋다 하면 항상 술이 문제요. 커피가 문제요. 라고 하는 건가.” 그는 이전과는 다른 말투로 말했다. 조금 더 나긋나긋해졌다.

“술과 커피가 몸에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의사가 대답했다.

“아니네. 그저 내가 늙어서 그런 것일 뿐이네. 안 그런가?”

“술과 커피가 허약한 몸을 더 허약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러면 말이야. 내 딸이 얼마 전에 배가 아파 병원에 다녀왔는데, 그 의사 양반이 술과 커피를 마시면 안 된다고 했네. 어째서 그런 거지?”

“술과 커피가 위와 장에 안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내 아들이 오래전에 머리가 아파 병원에 다녀왔는데, 의사 양반이 술과 커피를 마시면 안 된다고 했네. 어째서 그런 건가?”

“커피가 머리에 안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좋아. 좋아.” 그는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그러면 얼마 전에 마누라가 무릎이 안 좋아 병원에 갔더니, 그 의사 양반도 술과 커피를 마시면 안 된다고 그러더군. 그것도 술과 커피가 안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인 건가?”

“네. 선생님. 아마 그 의사는 그럴 가능성이 있어서 그렇게 말했을 겁니다.”


“빌어먹을 의사 양반.” 그는 소리쳤다. 참고 있던 답답함이 터져 나온 것처럼. 그리고 그는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의사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그래서 자네들 말을 안 믿어. 자네들이 하는 말은 모두 뻔한 수작질이야. 내가 그런 것도 모를 줄 알아? 술이나 커피가 머리나 관절 따위에 영향을 줄 일이 없다고.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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