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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잡문인 Dec 12. 2019

할 일이 너어무 없을 때 시간을 보내는 방법

  카페에 출근은 했는데, 손님이 너무 없어서 지루했던 경험이 있는지. 손님은 한 시간에 한 명씩 들어오고, 매장은 휑하고, 조용하고, 썰렁하다.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조차 보이지 않는 그런 경우. 느낌을 대충 이해하실는지?

  직원으로서 이럴 때면 굉장히 피곤 진다.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할 일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손님은 오지 않고, 시간은 가지 않고, 사장님 눈치는 보인다. 멀뚱멀뚱 서 있는데, 바쁘게 일 할 때보다 더 지친다. 차라리 바쁘면 좋겠다. 이렇게 한가할 때는 하루 8시간의 근무 동안 일주일 분량의 시간을 온몸으로 겪는 기분이다. 눈치 없는 사장은 한가하게 놀고 있다고 눈치를 주는데, 그러면 아주 정말, 화가 난다. 


나의 경우, 할 일이 너어무 없을 때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적어보자면.


1. 핸드폰 SNS 뒤적거리기. 

   아침에 봤던 SNS, 어제 봤던 SNS도 열심히 다시 한번 뒤적거리면서 본다. 


2. 뉴스 보기.

   평소 보지 않던 정치 경제 부분을 훑어본다. 그러다 하나 눈에 들어오는 주제의 기사가 있으면 읽는다. 밑에 댓글과 관련 뉴스를 이어서 본다. 카페 경력 1년이면 정치 경제 부분에서 나름의 지식이 생기더군요(잡다한 상식은 덤).


3. 스트레칭 하기.

   이건 얼마 전부터 하고 있는데, 남는 시간 틈틈이 뻐근한 몸이라도 풀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조금씩 해왔는데 나름 유연해진 느낌이다. 내가 유연 해지는 만큼 사장님의 마음은 굳어지겠지.


4. 멍 때리기.

   이건 스트레칭을 하고 난 후에 하는 게 좋다. 시원하고 나른해진 몸을 늘어트려, 엉덩이를 바에 걸치고,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멍 때린다. 퇴근하고 뭐 먹지. 어제 치킨 먹었는데. 오늘은 닭발이나... 그나저나 날씨가 너무 좋아서 돗자리 펴고 삼겹살이나 구워 먹으면 좋겠다.


5. 나갔던 사장님이 돌아왔다.

   멍 때리고 있는 게 눈치 보이니, 할 일이 더 없는지 찾는 척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한다. 쓸데없는 행주를 들고 매장을 한 바퀴 돌고 온다. 결국 하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6. 같이 일하는 사람과 잡담을 한다.

   시시껄렁한 이야기나 하면서 잡담을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잡담할 주제도 고갈될 수 있다는 것. 주제를 아끼고 아껴서, 정말 지루할 때 하는 게 좋다. 참고로 사장님에 대한 주제로 잡담을 하면 공감대가 형성되고 아주 유익하다. 


7.1번부터 다시 시작한다.


  적어보니 저는 대충 이런 패턴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요. 이렇게 순서대로 하다 보면 적당히 시간도 지나가고, 건강해지고 상식도 증가하는 기분이라 유익합니다. 다만 지루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정말이지. 너무 한가한 것보다는 바쁜 게 훨씬 좋습니다. 바쁠 때보다 한가할 때가 더 피곤하고, 지치고, 배고파집니다. 이건 사장님도 마찬가지겠지요.

  인구는 줄고 있고, 카페는 늘고 있으니, 앞으로 더 한가해질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심히 한가한 카페에서 일하는 커피인 여러분. 모두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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