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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잡문인 Dec 13. 2019

커피가 괜찮은 스타벅스

  나는 스타벅스를 좋아하는 편이다. 누군가는 스타벅스를 비난하기도 하지만 나는 딱히 그런 마음은 없다. 스타벅스 경영자 하워드 슐츠의 책을 읽으면서 깊이 공감하고 대단하다고 느꼈다. 배울 점이 많다. 매장을 운영하는 시스템도 대단하다. 때로는 그 속에 들어가 시스템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누군가는 지나친 상업적 운영 방식에 비난할지 모르지만. 나는 나름대로 그들의 철학을 존경하는 편이다.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근처에 괜찮은 카페를 발견하지 못하면 스타벅스에 들어간다. 나는 주로 오늘의 커피를 마시는데 스타벅스의 구수한 커피도 나름 나쁘지 않다. 매장마다 맛이 다르지만 운이 좋으면 괜찮은 커피를 마시게 될 수도 있다.

  스타벅스는 매장마다 특징이 있는데, 어떤 매장은 엄청나다고 느껴질 만큼 서비스가 좋았다. 줄을 길게 선 점심시간. 사람들이 정신없이 몰려들어 주문받다가 지칠 법도 한데, 친절한 미소와 디테일한 서비스를 놓치지 않는 직원을 보며 감탄했었다. 미소는 기본이고, 눈을 마주치고 놓친 게 없는지 확인한다. 비 오는 날 잃어버린 우산까지 챙겨줄 것 같은 꼼꼼함이었다.

  다만 그 매장의 커피는 아쉬웠다. 쓰고 텁텁해서 한 잔을 다 못 마시고 나왔다. 그래도 음. 뭐, 괜찮다. 모든 것이 훌륭할 수 없지 않은가.


  또 어떤 매장은 상품 진열과 테이블 정리가 아주 반듯했다. 의자와 테이블이 자로 잰 듯이 배열되어 있었다. 군인들이 연병장에 서서 제식훈련을 하는 것처럼 반듯했다. 그 매장의 직원은 손님이 나가면 냉큼 달려와 테이블을 닦고 의자를 정해진 각도와 위치로 정리했다. 어떻게 저게 가능할까. 하고 직원 교육에 대해 감탄했다.

이 매장의 구조는 특별한 특징 없이 운동장 같이 넓게 펼쳐진 단층의 홀이 전부였다. 창가 쪽에는 소파와 바 테이블이 조금 있었고, 대부분의 테이블은 홀의 중앙 부분에 2인용의 작은 테이블로 펼쳐져 있었다. 수많은 테이블과 의자들은 테트리스 하는 것처럼 흩어져 있었는데, 어느 하나라도 흐트러지면 정리가 안된 것 같이 보이고, 정신없고, 복잡하고, 지저분해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직원들이 테이블 정리를 아주 잘했다.

어째서 인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도 커피를 맛있게 마시지 못했다. 역시 모든 게 훌륭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래전에 부산 여행을 하다가 갑자기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서 스타벅스에 들어갔다. 나는 오늘의 커피를 주문하고 추위에 떨었던 몸을 녹이려 햇살이 드는 창가에 앉았다. 매장은 시장 옆에 있었다. 밖에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분주하게 일하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보였다.

  나는 햇살을 쬐면서 커피를 마셨는데, 커피가 괜찮았다. 오호, 맛있군. 좋아, 좋아. 하면서 기분 좋은 휴식을 취했었다. 부드럽고 달콤하고 구수하고 깔끔했다. 추출을 잘했다. 특별히 서비스가 뛰어나거나 테이블 정리를 잘하는지는 눈여겨보지 못해서 기억나지 않지만. 따뜻한 겨울의 햇살과 맛있는 커피는 뚜렷하게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기분 좋은 여행의 추억이다. 그런데 이처럼 커피가 괜찮은 스타벅스는 미세먼지가 없는 겨울 하늘만큼 드물다. 하지만 뭐, 어쩔 수 없다. 모든 것이 훌륭할 수 없으니.


  그런데 글을 적다가 떠오른 생각인데. 만약 내가 스타벅스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스타벅스는 서비스가 훌륭하다. 점심시간에 손님이 정신없이 몰려 들어와도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게 주문을 받는다. 그런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커피가 너무 맛이 없다. 쓰고 텁텁하고 마치 내려 둔 커피를 데워서 주는 것 같았다. 다시는 못 갈 것 같다. 다른 스타벅스 매장도 마찬가지였다. 매장이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지만. 커피는 별로인 데다 주문을 건성으로 받아서 괜히 불편했다. 역시 스타벅스는 상업적으로 프랜차이즈화 된 곳이다.”

  똑같은 상황을 보고 다르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역시 모든 것은 관점의 문제다. 흐음.


  그나저나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적다 보니 스타벅스 이야기만 하게 되었군요. 흐음. 이런, 스타벅스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사실 아주 좋아하는 것 까지는 아닙니다만. 에헴.

  그런데 말이죠. 오래전부터 궁금했던 것입니다만. 넥스트 스타벅스는 무엇일까요? 아마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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