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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 잡문인 Aug 28. 2019

3대 카페

  3대 커피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지. 커피에 관심이 있다면 몇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커피와 관련된 3대 테마는 굉장히 많다. 나는 책에서도 봤고, 인터넷에서도 종종 본다. 그런 테마를 볼 때마다, 대체 이런 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세 개씩 묶어서 발표하는 부분에 상당한 관심과 이론이 있어서 어떤 것이든 세 개씩 묶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걸지도 모른다. “자자, 이번에는 어떤 것을 세 개씩 묶어볼까. 봄이 오고 있으니, 봄 테마를 한번 해볼까나.”하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커피나 카페에 관해서 3대라는 테마가 많다.


  나는 2012년 즈음에 3대의 테마를 처음 들었다. 커피 공부를 열심히 하던 때, 서점에서 커피 관련 책들을 살펴보다가 오랫동안 운영해 온 카페들을 소개하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3대 테마를 들었다. ‘경북 3대 카페’라는 테마였다. 기억하기로 책에는 경상도 대표 3대 카페로 포항의 아라비카 커피숍, 경주의 슈만과 클라라, 울산의 빈스톡을 소개했다.

  시간이 지나고, ‘경북 3대 카페’라는 테마는 SNS에서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SNS에서는 3대 카페가 수시로 바뀌었다. 세 개 중 하나가 다른 카페로 바뀌기도 하고, 세 개 중에 두 개가 바뀌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세 개 카페가 전부 다른 카페로 바뀌기도 했다.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는 레이스처럼. 경북 3대 카페는 인기 지표에 따라 시시때때로 바뀌었다.


  두 번째로 들었던 3대 테마는 ‘미국의 3대 카페’였다. 미국에는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서 유명한 카페들이 많다. 그중에서 많이 알려진 카페는 인텔리젠시아, 스텀프 타운, 카운터 컬처인데, 스페셜티커피에 대한 책에는 어김없이 나오는 카페들이다. 그런데 이 곳들이 어느 날 SNS에 미국의 3대 카페라고 소개되어 있는 것을 봤다. 으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미국의 3대 카페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 않은가. 3대라고 이야기해버리면, 마치 3개의 카페가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고 나머지 4위부터의 카페들은 순위권으로부터 멀어진 탓에 우승을 포기한 듯한 분위기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서 SNS에서 미국의 3대 커피도 여러 번 바뀌었다. 블루보틀이 포함되기도 하고 그 외의 다른 카페들이 포함되었다가 빠지고 그랬다.


  3대 테마가 또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세계 3대 커피’라는 테마도 있다. 블루마운틴과 하와이안 코나, 루왁 커피다. 그런데 이것도 정체불명이다. 왜 그렇게 세 가지가 세계를 대표하는 커피가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서울의 3대 카페’라는 테마도 본 것 같은데… 흐음.

  그리고 최근에 새로운 유형의 테마도 여럿 봤다. ‘죽기 전에 먹어봐야 할 커피 10’,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세계 카페 Top 10.’, ‘가장 맛있는 카페 Best 5.’ 으흠. 으흠.

  아무래도 이런 테마가 계속 생겨나는 건, 온라인에서 콘텐츠 제작을 위해 무작위로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콘텐츠 마케팅의 일환으로 묶어내는 셈이다. 어떤 논리나, 기준과 평가인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이제는 조금도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인터넷에 반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정보들은 너무 많고, 끊임없이 변형된다. 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가끔은 내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알기 어렵다. 무엇이 진실인지 검증하는 것조차 어렵다.

  가끔 상상하는 것이지만. 어쩌면 지금 시대의 진실은 거짓 정보의 홍수로 인해 바닷속에 가라앉아버렸고, 우리는 각자의 나침반을 들고 정보의 바다 위에서 항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진실은 사라졌고, 각자가 가진 나침반만이 진실이 되었다는 뭐, 그런 소설 같은 이야기.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종종 상상하곤 합니다만. 아무튼, 어디까지나 결국에는 정보의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준으로 검증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어쨌든, 이렇게 말하지만, 여전히 나는 SNS를 보면서 ‘분위기 좋은 카페 Best 5.’를 틈틈이 본다. 신뢰는 가지 않아도 정보의 수집으로는 유용하다.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기 전에는 꼭 본다. 도움이 된다. 그러니까 매일 새로운 테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는 콘텐츠 제작자 여러분. 열심히 만들어주세요. 잘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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