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반장은 멀리서 다가오는 사람이 본부장임을 단번에 알아봤다. 이 회사에서 인민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본부장 하나뿐이었다. 당에서 내려온 인사로, 자동차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면서 생산에 관여하는 인물이었다. 인민복은 당의 영광을 H자동차에서도 보여주겠다는 상징적인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여긴 내가 일하는 현장이다. 현장에서는 회사 임원이라도 작업복을 입어야 한다. 본부장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다가왔고, 그의 얼굴에는 생산량 부족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아까부터 생산 대수가 올라가지 않는데 무슨 일이오? 일 안 하고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요?"
전 반장은 피곤함과 불만이 섞인 눈빛으로 본부장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약간의 냉소가 서려 있었다. 본부장은 당에 보고할 생산량이 부족해 안달이 난 모양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슨 소리야. 너한테는 생산량만 중요하지. 이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관심도 없지. 우리가 매일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얼마나 위험한 상황을 감수하고 있는지 너는 전혀 모를 거야.'
전 반장은 별 거 아니라는 듯 돌아서며 말했다.
"라인에 중대한 문제가 생겨서 오늘은 작업을 마감해야 합니다."
"무슨 문제? 문제가 생겼으면 해결하고 다시 돌리면 될 거 아니오?"
본부장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전 반장은 짜증이 났지만 꾹 참고 본부장을 돌아봤다.
"시스템에 오류가 생겼습니다. 큰 문제고, 이거 해결하고 다시 돌리면 작업 종료 시간을 훌쩍 넘습니다. 오늘은 오류만 바로잡고 마감해야 합니다."
"전 반장은 오늘 생산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하는 얘기인가?"
"알고 있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원인 분석과 결과 보고 메일을 올리겠습니다. 이제 작업 마감해야 하니까 여기까지 하죠."
본부장의 얼굴이 분노로 빨갛게 물들었다.
"저번 주 생산량이 얼마나 빠졌는지 알고나 하는 소리요? 전 반장은 업무 태도가 아주 불량하구만. 자아비판 시간을 좀 가져야겠어."
'뭐? 자아비판?'
전 반장은 참다못해 말했다.
"본부장님,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십니까? 정전이 나서 사람들 목숨이 위험했습니다. 생산량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전기라도 제대로 공급하려고 노력하셨어야죠. 그렇게 자랑하는 북조선에서 전기 공급이 왜 이렇게 엉망입니까?"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말 끝마다 날카로움이 서려 있었다. 본부장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고, 분노로 타오르는 기세가 강해졌다. 순간, 공기가 서늘해졌다.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이 불안감으로 가득 찼다. 전 반장은 속으로 알았다. 자신이 선을 넘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