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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구마깡 Aug 01. 2023

당과 노조의 자강두천 3편

삼성전자 개성공단 캠퍼스의 리 대리 -14-

전 반장은 다가오는 사람이 본부장임을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봤다. 이 회사에서 인민복을 입는 사람은 저 본부장 밖에 없다. 당에서 내려온 낙하산 인사인데 자동차의 '자'도 모르는 주제에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인물이다. 인민복은 당의 영광을 현대자동차에서도 보여 주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근데 여긴 내가 일하는 현장이란 말이야. 현장에선 회사 임원이라도 작업복을 입어야 한다. 본부장은 불만에 가득 찬 표정으로 다가왔다.


"아까부터 생산 대수가 올라가지 않는데 무슨 일이오? 일 안 하고 여기서 뭐 하며 노닥거리는 중이오?"


전 반장은 게슴츠레하게 본부장을 바라봤다. 본부장은 당에 보고할 생산량이 부족해 안달이 난 모양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슨 개소리야. 너한테는 생산량만 중요하지?'


전 반장은 별 거 아니란 듯이 돌아서며 말했다.


"라인에 중대한 문제가 생겨서 오늘은 작업 마감합니다."

"무슨 문제? 문제가 생겼으면 해결하고 다시 하면 되지 않소?"


본부장의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전 반장은 짜증이 났지만 꾹 참고 본부장을 돌아봤다.


"시스템에 오류가 생겨서 큰 문제이고요. 이거 해결하고 다시 돌리면 작업종료 시간을 훌쩍 넘겨요. 오늘은 오류만 바로잡고 마감해야 됩니다."

"전 반장은 오늘 생산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하는 얘기인가?"

"알아요. 알고 있으니까 제가 책임지고 원인분석 메일이랑 결과 보고 메일 다 올려서 보낼게요. 이제 작업 마감해야 하니까 여기까지 하죠."


본부장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했다.


"저번주 생산량이 얼마나 빠졌는지 알고 하는 얘기이오? 전 반장은 업무 태도가 아주 불량하구만. 자아비판 시간을 좀 가져야겠어."


'뭐? 자아비판?'


"본부장님. 오늘 무슨 일 있는지 아쇼? 정전이 일어나서 사람 죽을 뻔했다고요. 생산총괄본부장께서 생산량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시면 전기라도 제대로 공급하려고 노력이라도 해보셨어요? 그렇게 잘난 북조선에서 전기공급이 왜 이따구야?"


선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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