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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루 Oct 28. 2022

10. 영어 하는 일본인 팀장을 만나다

7년 차 직장인, 갑자기 일본으로 이주하기 

폭풍우 같던 시간이 한바탕 지나간 뒤, 그동안 붕떴던 마음을 다잡고 또 너덜너덜해진 몸을 붙잡고 다시 회사 일에 전념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본어 시험은 떨어졌지만 나는 다시 같은 급수의 JLPT 시험을 접수했고, 떨어진 면접 과정들을 회고하고 정리하여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했다.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다 보니 어떤 커리어에 내가 더 전문성을 갖추면 좋을지, 어떤 프로젝트들을 더 해보면 좋을지도 보이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심해지고 이직과 이사로 정신이 없던 J는 4개월 만에 겨우 한국에 들어왔고 우리는 부모님 인사를 드리기 시작했다. 


마지막 면접에서 탈락한 뒤, 나는 J와 결혼 후 일본에 가서 1년간의 갭이어를 가지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3년의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 그리고 또 3년의 기업문화 업무를 하면서 커리어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나만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고 그 강점 중에서도 언어 스킬을 더 키우고 싶기도 했다. 수많은 면접과 과제로 고통받았으나 시장에서의 내 위치와 나의 7년 포트폴리오의 장단점 등을 파악했으니 갭이어로 그동안 못해봤던 경험들에 대한 도전에 대한 생각도 했다. 개인 콘텐츠나 마케팅을 제대로 해보고 싶단 생각과 일본의 기업문화에 대한 공부도 해보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 마음이 편해졌다. 마치 무슨 미션이라도 있는 것처럼 갑작스러운 해외취업, 시험, 이직 등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목표를 세워두고는 그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고통받는 내 모습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소중한 내 인생, 그리고 30대라는 이 시기를 매일 성장하진 못해도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가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졌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던 때에 그동안 코로나로 막혀서 출장을 못 오던 일본 법인 직원들이 한국 법인에 출장을 오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작년에 처음 회사 일본 법인에 포지션을 알아볼 때, 커뮤니케이션실 산하의 일본 팀이 신설될 예정이라 팀장을 채용 중이라고 했는데 워낙 어려운 포지션이라 잘 뽑히지 않는다고 했었다. 나는 한국의 커뮤니케이션실 산하였기 때문에, 일본에 간다면 커뮤니케이션실 산하로 갈 수 있었으나 아직 팀이 만들어지지조차 않아서 지원도 어려운 터였다. 그런데 그 팀의 팀장이 드디어 채용되어 한국에 3개월간 출장을 와있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한국 커뮤니케이션실 팀원들과 모두 인사를 나눌 예정이라는 이야기를 회의에서 듣게 되었다. 영어가 가능한 분이니 한국에 있는 팀원들도 서로의 온보딩을 위해 필요시 미팅을 가지라고 전달받았고, 어떤 분인지 한번 천천히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날 회사 메신저인 슬랙으로 메신저를 한 통 받게 되었다. 내가 작년에 일본 법인으로 처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101 미팅을 요청했던 일본으로 발령받은 한국의 사업프로젝트팀 팀원이었다. 


S님 : 다솔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연락드려요, 혹시 아직도 일본에 오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나 : 오 오랜만이에요! 회사에서 가게 되는 건 아니겠지만 여하튼 연말에는 일본에 넘어갈까 생각 중이에요! 

S님 : 어머 잘됐네요! 같이 일본에서 만날 수 있겠어요! 저 다름 아니라, 이번에 일본에서 커뮤니케이션실 팀장님이 출장오시계 되었는데, 한국어를 하는 팀원을 찾고 있더라고요..! 다솔님이 바로 생각나서 연락드렸어요. 혹시 한번 만나보실래요? 


그렇게 닫힌 줄만 알았던 사내 해외 법인으로 이동에 대한 기회가 다시 주어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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