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지 않으면 허기가 지고 힘이 나지 않는다. 지난 저녁부터 밤을 지나 오늘 아침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으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몸 속에 영양분이 고갈 됐을테니 아침 식사를 해서 오늘 하루 움직일 영양분을 공급받아야 할 것 같다. 가볍게 샌드위치를 먹으니 힘이 난다. 역시 아침에 먹은 샌드위치가 바로 에너지로 전환됐나 보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배고파서 음식을 먹으면 그 음식을 소화 시키고 에너지로 전환 시키기까지 몇 시간이 걸리며, 그 시간동안 오히려 우리 몸은 에너지를 더 사용한다. 따라서 위 상황에서 샌드위치를 먹은 후 몇 시간 동안 오히려 배가 더 고프고 더 힘들어야 한다. 또 하나 사실과 다른 점은 밤 사이 우리 몸이 아침에 활동하기에 충분한 에너지를 비축해둔다는 점이다. 즉 일어난 후 하루종일 활동하기에 충분한 에너지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이것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개념은 배고픔과 식욕, 기운이 없는 상태, 몸 속 영양분 저장 상태를 모두 분리해서 보는 것이다.
우리 몸은 비상시를 대비해 뇌 속 시상하부에서 몸 속에 얼만큼의 지방을 저장 에너지로 비축해둘지 결정한다. 단식하는 사람들의 생존기간을 고려할 때, 현대인들은 대략 한 달 정도 물만 먹고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충분히 살 수 있을만큼 많은 에너지를 비축해 두고 있다.
그런데 저장 에너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우리 뇌는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저장분이 충분하지만, 들어오는 게 없고 나가는 것만 많으면 언젠가 곳간이 빌 것이 자명하기 때문. 그래서 신호를 보낸다 : 일단 배고픔을 느끼게 하고, 식욕을 샘솟게 만든다. 이 때 식욕을 돋우는 호르몬을 그렐린, 억제하는 호르몬을 렙틴이라고 한다. 또한 기운을 쭉 뺀다. 즉, '일부러' 저장된 영양분에서 당장 쓸 수 있는 에너지 형태로 만드는 일을 멈춘다. 은행으로 치면 일단 계좌에 돈은 많지만 한도 계좌로 지정해서 한 번에 얼마 이상 인출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간단히 말해, 이미 몸 속에 저장 에너지가 충분하지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허기지게 만들고 일부러 에너지를 덜 만들어 기운을 쭉 빼는 것이다. 그러면 샌드위치를 먹게 되고 우리 몸은 샌드위치를 소화, 흡수 시키기 위해 곳간에서 에너지를 빼서 사용하는데 이 때 보상으로 당장 쓸 에너지도 만들어낸다. 즉 당장 상품을 인수하기 위해 은행에서 인출해야 할 돈을 100만원이라고 하면 한 150만원쯤 인출해서 100만원은 상품 대금으로 지급하고 50만원을 거마비로 쓰는 것과 같다. 이 50만원 거마비, 아니 여분의 에너지로 우리는 아침과 점심까지 쓸 에너지를 확보하게 된다.
이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비만을 치료(?)하고 뱃살(?)을 빼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면 왜 우리는 아침에 배고프고 기운이 없을까? 우리가 그렇게 우리 몸을 습관화 시킨 것 뿐이다. 매일 아침을 먹으면 우리 뇌의 시상하부는 '아 이 사람은 매일 아침을 먹는구나. 오케이 기록' 체크해 두고 어쩌다 아침을 빼먹으면 '어라? 매일 먹어야 할 아침을 안먹었네. 오케이 배고프게 만들고 힘을 빼주지' 라고 기록된 대로 명령을 내린다.
다시 말해 오랜 기간 아침을 먹지 않으면 우리 뇌는 '이 사람은 아침을 먹지 않는군. 여기에 맞춰 에너지 예산 계획을 다시 세워야겠네' 하고 그에 적응한다. 점심을 먹지 않으면 마찬가지로 '이 사람은 점심을 먹지 않는군. 여기에 맞춰 에너지를 다시 배분해야겠네' 하고 적응한다. 적응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 번 이렇게 몸이 적응하고 나면, 다음에는 아침을 굶어도, 점심을 굶어도 전혀 배고프지 않고 기운도 빠지지 않는다. 왜? 뇌가 우리의 에너지 보급 및 비축분을 그렇게 관리해서 아침과 점심에 예금 통장을 헐듯 영양분 곳간을 활짝 열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에너지 고갈 여지를 막기 위해 기초 대사량, 즉 평소 쓰는 에너지 자체를 줄이게 된다.
일찍이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정신과 의사였던 빅터 프랭클이 '죽음의 수용소' 책에서 이 같은 현상을 밝힌 바 있다. 아무리 못먹어도 아침이면 바로 눈이 떠지고 시키는 일 바로바로 하는데 이상 없고 감기든 소화기 질환이든 병에 걸리는 일이 없다. 물론 삶에 대한 목적 의식이 그런 변화를 이끌었다고 하지만 사실 그냥 우리 몸은 어떤 환경에서든 적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먼저다.
결국 우리 몸은 평소 장기간 형성된 식습관에 적응해서 그에 맞게 배고픔과 식욕, 비축된 에너지 활용 방식을 조절한다. 따라서 다이어트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장기간 우리 몸을 계획된 식사 시간표에 길들이는 것이다. 하루 한 끼 제대로 챙겨 먹는 이상 현대인들에게 영양 부족이란 있을 수가 없다. (물론 성장기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예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