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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유동 May 06. 2024

비움의 미학, 기억을 비우면 주의력이 좋아져요.

대니얼 J. 레비틴, 『정리하는 뇌』, 와이즈베리, 2015.


"우리가 일을 깜박하거나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정리'의 부담을 뇌가 아닌 외부세계로 넘기는 것이다."     


저자는 정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결정 장애에 빠진 현대인을 구출하기 위해 정보를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이 책을 썼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신경과학 이론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특히 정보는 넘쳐나고 결정할 것은 너무 많으며, 빈번하게 잊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보를 범주화'하고 '기억을 외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반부에서는, 어수선한 모든 것들의 '정리'를 시도한다. 집 안에서부터 사회세계, 시간, 의사결정, 비즈니스 세계에 이르기까지. 앞서 논의한 이론적 배경과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정보의 범주화와 기억의 외부화가 주는 효용을 제시한다.     


후반부에서는, 앞으로 더 심각한 정보폭증 시대를 살게 될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에 대해 말한다. 여기저기 펼쳐져 있는 수많은 정보를 평가하는 법, 어느 것이 진실이 아닌지 구별하는 법, 편견과 반쪽 진실을 확인하는 법, 그리고 비판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이 되는 법이 그것이다.



나는 '대니얼 J. 레비틴'이 쓴 <정리하는 뇌>가 정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최신 신경과학 이론과 그 효용을 알려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인지 과부하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뇌의 진화과정과 정보량 폭발 사이의 괴리 심화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우리 뇌는 하루에 특정 개수만큼의 판단만 내릴 수 있고, 판단을 담당하는 신경 네트워크는 어느 판단이 더 우선적인지 따지지 않기 때문에, 판단을 위한 주의력을 아껴야 한다는 논리는 매우 설득력 있다.   

  

둘째, 범주화의 의미, 범주의 형성과정에 대해 명료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다. 범주화는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고 기억할 수 있는 대상을 체계적으로 조직하여 인지적 경제성(뇌가 피로해지지 않게)을 달성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인식을 기초로 범주가 형성되는 세 가지 방식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전체 또는 세부 '외양'을 기반으로 

(2) 사물의 외양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없을 때 '기능적 동등성'을 기반으로 

(3) '특정 상황'을 기반을 범주를 형성하는 것이 그것이다.     


셋째, 기억의 외부화를 선(禪)과 같은 집중력 달성의 전제조건으로 연결 짓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단히 성공한 사람들의 경우, 모든 주의력을 자기 앞에 놓인 일에 쏟아부으며, 완전히 현재 속에 사는 듯 보인다고 말한다.


"기업 회장, 정치 지도자, 유명 영화배우, 그리고 시간과 주의력을 좀 더 가치 있는 곳에 써야 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비서나 보좌진을 둔다. 이런 사람들은 사실상 뇌를 확장해 주는 역할을 한다."     


다만,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첫째, 2부의 각 장이 여러 이론과 방대한 사례로 얽혀있어 설명이 장황하고 집중력을 잃게 만든다. 뒤엉킨 머릿속과 일상을 정리하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을 읽다가, 잠시 길을 잃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독서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탁월하게 저술된 서문과 1부의 1, 2장만 읽기를 권한다.     


둘째, 2부에서 다섯 가지 상황을 상정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집 내부, 사회세계, 시간, 의사결정, 비즈니스 세계의 구분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저자의 경험에 따라 자의적으로 분류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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