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유동 May 06. 2024

실수와 배움은 같은 말이다.

스타니슬라스 드앤, 『우리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 로크미디어, 2021


“실수와 배움은 사실상 같은 말이다.”     


인지신경과학자인 저자는 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와 부모에게 배움이란 무엇이고, 우리 뇌는 어떻게 배우며 효과적으로 배우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려주려고 이 책을 썼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배우는 것의 의미에 관해 설명한다. 저자는 배움이란 ‘외부세계의 내부모델을 만드는 것’으로 정의한다. 배움을 통해 감각에 닿는 미가공 데이터가 정제된 아이디어로, 즉 새로운 맥락에서 재활용될 수 있는 추상적인 마음속 모델로 변한다. 이러한 마음속 모델은 끊임없이 외부세계에 여러 가설과 해석 틀을 투영한다. 이렇게 일반화하는 뇌의 능력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최대한 빨리 적응할 수 있게 해 준다.


중반부에서는, 심리학과 신경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뇌가 어떻게 배우는지 알아본다. 특히 아기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놀랍게도 아기의 뇌는 태어날 때부터 조직화되어 있으며, 각종 가설을 외부세계로 투영한다. 또한, 신경가소성으로 끊임없이 시냅스 변화가 일어난다. 저자는 세간에 알려진 아기의 뇌에 관한 잘못된 지식을 타파하고, 아기의 뇌가 가진 잠재력을 분야별로 소개한다.


후반부에서는, 배움의 네 기둥(주의, 적극적 참여, 에러 피드백, 통합)에 관해 설명한다. 주의집중으로 우리가 중시하는 정보를 확대하고, 적극적 참여로 뇌가 끊임없이 새로운 가설을 테스트하게 만들며, 에러 피드백으로 예측과 현실을 비교해 세계에 대한 우리의 마음속 모델을 바로잡는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배운 것을 완전히 통합하여 자동화할 때 배움이 완성된다. 저자는 배움의 네 기둥은 성인학습에도 보편적으로 적용된다고 주장한다.    



나는 ‘스타니슬라스 드앤’이 쓴 <우리 뇌는 어떻게 배우는가>가 자녀교육에 관심 많은 부모와 교사에게 학습의 뇌과학적 원리와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알려주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 뇌 신경계와 인공신경망을 비교하는 설명방식이 ‘학습’ 개념을 깊게 알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인간의 학습은 인공신경망처럼 단순히 패턴인식 필터를 세팅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만물에 대한 추상적 모델을 구축하는 일이라는 점. 기계보다 인간의 데이터 효율성이 아주 높다는 점. 인간은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유일한 종이라는 점. 인간의 뇌는 다른 문맥 속에도 적용할 수 있는 아주 추상적인 원칙들과 체계적인 규칙들을 끌어낸다는 점은 ‘학습’ 개념을 더 깊이 있게 알도록 도와준다.   

  

둘째, 자녀교육에는 결정적 시기가 있으며, 눈 맞춤을 포함하여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이 무척 설득력 있기 때문이다. 신경세포 가소성은 어린 시절에 절정을 달한다는 이야기. 아이의 어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풍부한 어휘를 동원해 문법에 맞는 문장을 들려주어야 하고, 수동적인 노출이 아닌 적극적인 일대일 상호작용이 필수적이라는 연구결과는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나는 우리 아이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나?     


셋째, 실천방법과 슬로건이 무척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이들의 잠재력을 극대화시켜 줄 13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 ‘환경을 풍요롭게 만들라’, ‘늘 적극적이고 호기심 많고 몰두하고 자율적인 아이로 만들어라’는 많은 공감이 가며 바로 실천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한다. 또한, 배움의 네 기둥에서 유래한 네 가지 슬로건은 어떤 대상이든, 어떠한 유형의 교육이든 지침으로 삼기에 적절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책 내용 전체가 아이의 뇌 기능, 자녀나 학생 교육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성인교육에 관련된 내용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전 02화 비움의 미학, 기억을 비우면 주의력이 좋아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