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을 갖는다는 것

덜 들이고, 오래 두는 마음

by 예원

"집 안에 쓸모가 있는 것이나, 아름답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것도 두지 마라."

– 윌리엄 모리스


좋은 취향을 가진 사람을 보면 괜히 눈길이 한 번 더 간다. 가진 물건들을 보면 어떤 취향을 지녔는지 느껴질 때가 있는데, 가방 속 물건들, 옷차림, 자주 가는 장소까지 모두 그 사람의 취향을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취향이란 무엇일까. 나는 좋은 취향을, 나에게 무엇이 잘 어울리는지 아는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관심이 많고 자신을 다정하게 돌보는 사람일수록, 자기에게 어울리는 것을 더 잘 안다.


나는 한 번 산 물건을 해질 때까지 사용하는 편이라, 유행을 덜 타면서 오래 쓸 수 있는 것을 고른다. 그래서 물건을 들일 때 꽤 신중해진다. 함께 쇼핑하던 사람이 “도대체 언제 골라?”라며 진절머리를 낸 적도 있다. 변명을 하자면, 물건을 집에 들인다는 건 생각보다 큰 책임이 따른다. 구매 이후 막상 마음에 걸리는 점이 계속 눈에 밟히면 그 물건을 오래 쓰기 어렵다. 그러면 결국 버리거나 중고로 팔아야 하는데, 그것 또한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물건 고르기가 가장 어려웠던 때는 신혼집을 꾸릴 때였다. 옷처럼 쉽게 반품하기도 어렵다 보니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막상 놓고 보니 사이즈가 애매하거나, 벽지 색과 미묘하게 어울리지 않아 아쉬운 가구들이 있었다. 누군가는 “적당한 거면 되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만약 집 거실이 카페나 호텔만큼 마음에 든다면, 집에서 편안하고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조금이나마 기분을 좋게 할 공간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나를 조금 더 까다롭게 만들었다.



옷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예전, 시간과 에너지가 넉넉하던 때에는 내가 원하는 옷을 발견할 때까지 매장을 몇 바퀴씩 돌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시간과 에너지가 한정적이다 보니, 쇼핑이 점점 힘든 일이 되었다. 그래서 방식을 바꾸었다. 옷을 사기 전, 내가 원하는 조건을 먼저 분명히 정해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동생 결혼식에 입을 옷을 고를 때는 이렇게 적어 보았다.

- 분홍색

- 트위드 재킷

- 다른 결혼식이나 데이트에도 입을 수 있는 디자인

- 엉덩이를 살짝 덮는 기장

- 바지·치마 모두에 잘 어울릴 것


이런 식으로 리스트를 만들어 두면 선택지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조건에 맞지 않는 옷들을 하나씩 지우다 보면 결국 몇 벌만 남고,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된다. 덕분에 에너지를 아낄 수 있었다.


옷이 많지는 않지만, 나는 한 번 들인 옷은 꽤 오래 입는 편이다. 신중하게 고른 탓도 있지만, 함께한 시간이 쌓일수록 물건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인터넷 보세 쇼핑몰에서 디자인과 가격만 보고 골랐다. 그러다 보니 금세 보풀이 일어나 한 철밖에 입지 못했고, 또다시 옷을 골라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지금은 적어도 가을·겨울 옷만큼은 조금 더 투자해서 오래 입을 수 있는 것을 고르자고 마음을 바꾸었다. 유명한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좋은 소재로 잘 만들어진 옷이어야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좋은 취향을 갖는다는 건 나에게 잘 어울리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수록,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방법도 더 잘 알게 된다. 취향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멋이 아니라, 결국 나를 더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끄는 작은 기준인지도 모른다.


좋은 취향을 갖는다는 것.

그건 결국, 나에게 조금 더 다정해지는 연습이다.

금요일 연재
이전 03화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