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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반북스 Aug 17. 2021

개물림사고 당사자입니다.

[작은 친구들 6호] 양단우의 에세이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정기 간행물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작은 친구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의미 있고 재미 있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월1회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안녕하세요, 보호자님. 펫시터 양단우입니다.

기억하실는지요. 물론 기억하시겠지요. 그 날, 그 사고를.

펫시팅 서비스를 받기에 앞서, 사전 만남을 신청하셨길래 상당히 긴장했습니다. 요청사항에


아이가 물어요.


라니요. 겁이 많아서, 낯을 가려서, 경계심이 많아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마는 아이는 사람을 공격하잖아요. 물론 그 ‘무는 행위’는 까닭 있는 ‘물음’이겠지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했어요. 아이에게 자극이 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무사할 거야 하고 말이에요.


요청하신 장소는 공장지대와 주택가가 뒤엉켜있는 낯선 곳이었어요. 보호자님이 직접 나오셔서 길을 안내해주셨죠. 저는 들어갔어요. 가정집이 아닌 공장 마당으로. 견사에 묶인 그 진돗개를 보는 순간 온몸에서 핏기가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습니다. 저 개를 산책시켜야 한다고? 그 개는 컹컹거리며 사납게 짖다가, 건네받은 간식을 먹여주니 그제야 흥분을 가라앉혔습니다.


공장 개라도 애지중지하신다 하셨죠. 바닥에 깔린 모포는 이물질로 더럽혀져 있었고, 그 위에는 아이가 누워있을 만한 쿠션이나 해먹, 하우스 등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밥그릇과 물그릇에서는 날벌레가 날아다녔죠. 보다 못해 그릇들을 씻으려 하니 고생스럽다고 마다하셨지요. 이런 고생은 해도 괜찮을 텐데 말입니다. 어쨌거나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 친구는 터그놀이를 하면서 저에게 친근함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웃기까지 했지요. 보호자님은 크게 안심하셨어요.


그날, 보호자님이 자리하지 않은 공장에서는 사나운 진돗개가 물어뜯으려는 듯 맹렬히 짖었습니다. 흥분을 가라앉힐 때까지 기다렸다가 공장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경계하며 빙글빙글 돌더군요. 개를 진정시킨 뒤, 하네스를 채우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길가에 버려진 닭뼈를 물었습니다! 식도가 닭뼈로 찢기는 상상을 하려니 아찔했습니다. 입을 벌려 뼈를 빼내려 했으나, 도리어 저를 공격하려고 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간식을 주어, 그 틈에 뼈를 떨어뜨리게 하려고 했습니다만. 개는 제 목덜미를 공격했습니다. 본능적으로 오른손과 다리로 공격을 막았습니다. 때문에 뼈 대신, 제 살점을 맛봤습니다. “안돼!”, “놔!”, “그만해!”라고 소리쳤지만, 애석하게도 주말의 공장지대에는 인적이 없었습니다.


개의 공격이 중단된 후, 곧장 보호자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죄송합니다.”가 아닌, “어떡해요.”라는 말만 되풀이하셨죠. 보호자님과 얘기가 통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몸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는데, 이미 먼 거리까지 나온 걸 어쩔 도리가 없어 절뚝이며 몇십 분을 돌아왔습니다. 그동안 개는 산책이 즐겁다는 듯 아주 환하게 웃었고, 어이가 없어서 아이의 사진을 보내드렸죠. 마지막으로 보호자님은 “죄송해요, 치료비를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셨지만, 두 달째가 되어가는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으셨어요. 저는 치료비보다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더 듣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사전만남 때 그러셨죠. 개가 남성을 경계하고 문다고.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당신의 개는 누구라도 공격할 수 있습니다. 머지않아 보호자님 차례겠지요.


저는 두 달째 상처가 아물지 않고 있습니다. 개의 이빨에 있던 세균에 감염되어 살점이 괴사하였기 때문입니다. 애지중지한다고 하셨는데 양치를 시키지 않았나 봅니다.


  그러니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쪽 종사자들이 개에게 물리는 것을요. 제가 펫시터가 아니라 일반 보행자였다면 상해를 입거나 사망에 이르게 되었을 것입니다. 당신의 개는 사람을 공격합니다. 당신의 교육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부디 몸조심하세요. 누군가를 물거나, 당신을 물지 않도록 말입니다.



글쓴이. 양단우

© 동반북스


<작은 친구들> 웹사이트 : http://littlepal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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