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구들 1호] 양단우의 에세이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작은 친구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의미 있고 재미 있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매월 15일에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1호] 양단우의 에세이
“보호자님, 안녕하세요. 이번에 ㅇㅇ이의 돌봄을 맡은 펫시터 양단우입니다. 체크리스트를 보내드렸는데 아직도 확인을 못하셔서 연락드렸어요. 돌봄을 위한 필수사항들이 들어있으니 꼭꼭 답장 좀 부탁드려요!”
벌써 3번째다. 보호자, 곧 방문펫시팅을 요청한 고객이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놓고 답장이 없다. 메시지 옆에 붙은 숫자 1이 일주일 내내 없어지지 않는다. 예약 직후부터 지금까지. 이럴 때마다 항상 속이 타지만, 감정소모는 온전히 내가 삼켜야만 하는 일이다.
나는 방문펫시터다. 고객의 예약요청이 들어오면 돌봄에 필요한 체크리스트를 앱 내 메시지로 발송한다. 고객이 체크리스트를 확인하고 작성한다. 예약 당일에 부재중인 고객을 대신하여 펫시팅 서비스를 진행한다. 아주 군더더기 없고 체계적인 프로세스다. 다만, 고객이 메시지를 즉각 확인한다면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펫시팅 서비스를 받기 위해 반드시 펫시터가 알아야 할 점들이 있다. 보호자가 서로 다르듯이, 개육아 방법도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급여방법은 기본이고, 급수 방법도 집집마다 천지차이다. 같은 동네에 살지만 어떤 집은 수돗물을 급수하는가 하면, 다른 집은 정수기나 생수를 급수한다. 산책을 할 때는 주로 어느 쪽으로 걷는 편인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고, 다른 강아지들과 경계심을 느낀다면 경고용 와펜 부착을 할지 말지도 고객과 상의한다.
보호자 대신에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촉이 설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당연히 보호자와의 사전연락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예약시간이 30분이든, 1시간이든, 몇 시간이든 상관없이 보호자의 정보제공은 모든 펫시팅 서비스의 질을 좌우한다.
예약을 수락하고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체크리스트를 보내면, 고객들은 대체로 메시지를 즉각 확인하고 답신을 보내준다. 그런가 하면 정말 당일, 예약 1시간 전까지 답장이 없는 고객들도 있다. 때때로 정말 이분들이 내 새끼를 맡기고 싶어 하는 것인지, 비용을 지불했으니 당신이 알아서 하라는 것인지 그 의도를 파악하고 싶을 지경이다.
하는 수 없이 고객센터에 헬프를 요청하여 어떻게든 마무리하나 싶었는데, 아뿔싸! 아예 예약을 취소해버렸다. 그리고는 짤막한 답변 한줄.
“일정이 취소되어서 필요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아, 이 얼마나 건조한 답장이란 말인가. 내가 기다린 일주일의 시간과 전전긍긍한 감정들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물론 여행이 취소된다거나 하는 식의 일정 변경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펫시터를 버튼 하나만 누르면 오고 가는 그런 존재로 인식한 것 아닐까? 마치 앱으로 부르기만 하면 알아서 자신의 반려견을 돌봐주고, 산책도 시켜주는 AI 말이다. 보호자 대신 반려동물을 돌보고 사랑해주는 ‘한 인격체’가 아니라.
이런 경험들이 쌓여가면서 씁쓸한 교훈에 닿아간다. 펫시팅이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지만, 결국에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는 것. 내가 거래를 주고받는 대상은 동물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라는 것이다. 서글프다. 단지 동물이 좋아해서 시작한 일일 뿐인데.
그러니 펫시터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네모난 핸드폰 화면 뒤편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을 정성껏 돌봐줄 그 사람이 있다는 것을. 그도 감정을 가진 존재이고, 충분히 상처받고, 많이 아프다. 하지만 그 찔림보다 당장 눈앞에 있는 작은 생명이 더 가치롭다고 생각하므로, 그저 참고 또 참을 뿐이다.
“펫시터님, 답장이 늦었죠? 일이 이제 끝났어요. 죄송합니다.”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핸드폰을 쥐고 좌불안석에 앉아있을 펫시터를 진정시키자. 펫시팅의 평화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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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양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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