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구들 7호] 이지은의 에세이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털복숭이 작은 친구들을 사랑하고 그들과 함께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정기 간행물입니다. 월1회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콩이는 어느덧 10살이다. 콩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겁보’. 한 번은 친구가 우리 집에 피아노를 치러 놀러 온 적이 있었다. 7년 전이었으니, 콩이가 네 살 때다. 사람이 오면 무조건 반겨서, 도둑이 와도 반길 거라고 우리끼리 말하던 똘이와 달리, 콩이는 사람이 오면 무조건 짖기부터 시작한다. 특히 여자보다 남자를 더 무서워한다. 콩이가 유일하게 따르는 남자는 아빠뿐이다. 하여튼 내 친구가 집에 놀러 왔을 때, 콩이는 겁이 나 숨었고, 그게 하필 피아노 옆이었다. 친구가 피아노를 치러 의자에 앉았고, 겁보 콩이는 다리를 구부려 살금살금, 그렇지만 잽싸게 그 자리에서 도망갔다. 콩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며 너무 귀엽다고 칭찬 일색이었던 친구는 낯 가리는 콩이의 모습에 친해지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그 외에 집에 필수로 사람이 방문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매달 정수기 관리해 주시는 분이나 전자 제품 설치 기사가 방문하는 경우나 집에 손님이 오실 때 콩이는 얼른 방으로 숨는다. 강아지는 생후 3~13주가 사회화 기간이라고 한다. 콩이가 충분히 사회화가 되지 못한 것 같은 마음에 우리와 함께 한 시기는 아니었지만 놓쳐버린 사회화 시기가 아쉽다.
콩이의 털은 오소리의 털 색을 닮았다. 고동색 털과 회색 털, 흰색 털이 조화롭게 섞여 있다. 눈 근처는 하얀 털, 귀 끝은 검은색, 귀 밑에는 회색, 몸은 연한 갈색이다. 조화로운 색과 잘생긴 얼굴로 어디 나가면 한 미모를 뽐낸다. 처음 우리 집에 오던 날의 얼굴에는 주름도 많고, 꼭 어딘가 눌린 듯한 못난이 얼굴이었다. 그런데 크면 클수록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이 되었다. 특히 콩이가 귀를 쫑긋할 때, 눈을 동그랗게 뜰 때 매우 귀엽다. 또한 콩이가 우리에게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바로 배를 까는 것이다. 배를 쓰다듬어 달라는 말인데, 쓰다듬다가 잠시만 손을 멈춰도 몸을 비틀고, 발로 내 손을 차며 다시 애정을 요구한다.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덜 주면, 쌩하고 가버린다. 콩이는 나보다는 엄마와 동생을 더 좋아해서, 종종 콩이가 내 방으로 찾아오면 괜스레 반갑다. 아직 서열 순위가 다른 가족보다는 낮은 듯하지만, 콩이와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고, 전보다는 더 친해진 듯한 마음이 든다.
콩이는 잠을 잘 때 코를 꽤 많이 곤다. 피곤하다가 잠에 들 때 주로 코를 곤다. 콩이는 나보다는 동생을 더 좋아하고 따라서, 동생 옆에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동생과 내가 방을 같이 쓸 땐, 동생 침대에서 콩이가 항상 잤다. 덕분에 코 고는 콩이와 방을 함께 쓰게 되어 종종 잠귀를 설친 적이 여럿 있다. 그 고민이 꽤 커서 고민을 상담해 주는 TV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 사연을 보내야 한다고 반쯤 농담조로 동생에게 말했다. 동생은 농담이라고 생각했겠지만, 30% 정도는 진심이었다. 드르렁드르렁 코를 고는 걸 듣다 보면 잠이 들다가도 말았고, 잠을 설치며 '내가 강아지 코 고는 소리 때문에 잠을 못 자다니' 하는 생각에 어이없이 웃음이 나왔다. 지금은 동생과 방을 따로 쓰면서 자연스레 콩이가 우리 방에 출입이 적어져서 코 고는 강아지로 잠을 설치던 일은 그저 지나간 에피소드다. 콩이는 요즘 매일 엄마와 산책을 나간다. 내가 지하철을 타고 퇴근을 할 때, 엄마는 종종 콩이를 데리고 지하철역에 마중을 나온다. 지루한 지하철 시간을 견디고, 개찰구로 나와 집으로 가는 출구로 나오면 저 멀리 나무 아래 엄마와 콩이를 발견한다. 콩이가 나를 보고 꼬리를 흔들 때, 나도 마음속으로 반가움에 이미 꼬리를 흔들고 있다.
밥 먹는 걸 좋아하는 콩이는 사료 소리가 들으면 얼른 달려간다. 예전에는 사료만 주어도 정말 잘 먹었다. 그런데 약을 먹던 똘이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 다양한 맛있는 것들을 섞어 사료를 주다 보니, 콩이 역시 사료보다 더 맛있는 것의 세계에 눈을 떠버렸다. 지금은 사료 단독으로 먹기보다 두부든 뭐든 섞어 주어야 더 잘 먹는다. 물론 강아지가 살면서 사료만 먹으면, 우리에게 꼭 쌀밥만 먹고살라는 것처럼 삶이 너무 단조롭겠지. 강아지도 맛있는 간식도 먹고, 먹을 수 있는 한 다양한 먹거리를 먹으며 사는 게 좋을 듯하다. 그렇기에 내가 맛있는 걸 먹을 때 강아지가 빤히 쳐다보면 얼른 핸드폰으로 "강아지가 ㅇㅇ을 먹어도 되나요?"라고 검색한다. 먹어도 되는 음식이면 기쁜 마음으로 조금 나누어 주고, 안 된다고 하면 아쉬운 마음과 함께 남은 부분을 해치운다. 일부분만 먹어도 된다고 적혀 있으면, 조심스레 먹어도 되는 부분을 나눈다. 이럴 때 특히 나와 다른 존재와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와 산다는 것은 많은 관심과 애정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언젠가 내가 가족에게서 독립해서 살 때 나는 과연 고양이나 강아지,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사람일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요즘이다.
글쓴이.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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