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구들 6호] 이지은의 에세이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정기 간행물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작은 친구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의미 있고 재미 있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매월 15일에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똘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장례식을 치른 다음 날, 엄마는 롤빵을 사 들고 동물병원에 갔다. 그간 고생해 주신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께 인사를 하러 간 것이다. 똘이는 그 병원에서 가장 오래 진료를 받은 강아지였다고 한다. 그 말인 즉, 똘이처럼 나이 든 강아지들 중 똘이가 가장 장수했다는 말이었다.
“왜 이제 더 이상 안 볼 사람처럼 인사하세요, 콩이 미용도 하고 발톱도 깎으러 찾아오세요.”
엄마의 인사에 의사 선생님이 다정하게 말씀하셨다. 똘이와 함께 우리 가족이 4년 전 서울의 도봉산으로 이사 오면서, 아마 똘이가 가장 많이 간 곳이 공원, 그다음이 동물병원이어썩 것이다. 마치 매일 아이를 유치원 보내듯, 똘이를 데리고 주 이틀은 병원으로 향했다. 그 시간은 똘이의 산책 시간이기도 하면서도, 매주 귀 청소하는 시간이었다. 1년 정도가 지나자 귀 상태가 많이 좋아졌지만, 이번에는 자연스러운 노화로 신장약과 심장약을 타러 또 병원으로 향했다. 자주 들락거린 만큼 의사 선생님과도 친해지고, 병원이 우리와 똘이에게 익숙한 일상의 공간이 되었다. 그랬던 우리가 강아지 없이 동물병원에 갈 일은 없기에, 엄마가 두 손 가득 빵 봉투를 들고 병원에 홀로 들어가, 할 말이 있어 찾아왔다고 했을 때 의사 선생님은 그 이유를 바로 알아차렸으리라.
의사 선생님은, 두 아이가 있다가 한 아이가 먼저 떠났을 때 다른 아이가 우울해할 수도 있다며, 남은 콩이에게 잘 대해 주라고 말씀하셨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우리는 집에 있는 콩이의 기색을 살폈다. 콩이는 분명 똘이의 부재는 알고 있으나, 많이 우울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우리처럼 똘이가 아픈 모습을 오래 봐서 그런 거였을까? 외려 똘이가 떠난 후 콩이는 그간 펴지 못했던 기를 이제야 편 것 같기도 했다. 똘이가 아픈 후로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의 관심과 걱정과 애정이 똘이에게 몰렸던 탓에, 콩이는 남몰래 마음고생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가족들의 오롯한 사랑을 받을 수 있어서 콩이는 마음이 조금 나아졌을까? 한 가지 달라진 점은 항상 동생 침대에서 껌딱지처럼 붙어 있던 콩이가 이제 안방의 엄마 옆에서 잔다는 점이다. 어떤 심경의 변화인지 모르겠다. 상심할 엄마를 위로하는 마음일까? 아니면 드디어 제 밥을 챙겨 주고 산책을 시켜주는 대상은 동생이 아니라 엄마임을 이제야 깨닫고, 그에 대응하는 사랑을 되돌려 주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이 무더위에 안방이 가장 시원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확실한 건, 똘이가 떠나고 콩이가 조금 의젓해졌다.
어느 날 엄마에게 무언가 말하려 안방에 들어갔고, 엄마는 평소처럼 핸드폰을 보고 계셨다. 문득 핸드폰 화면을 보니 똘이 사진이 열려 있었다. 근래에는 똘이를 이야기하는 일이 적었기에, 나처럼 엄마도 이별을 잘 극복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어쩌면 우리보다도 엄마가 가장 똘이와 시간을 많이 보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산책을 시켜주고, 밥을 챙겨 주고, 똥오줌을 치우며 말이다. 어린아이였던 세 자매는 강아지를 키우자고만 했지, 그 강아지를 오롯이 책임지는 건 엄마의 역할로 남아버렸다. 우리가 나이가 들고서도 말이다. 그 사실을 철없게도 최근에서야 깨달았고, 나는 진정으로 강아지를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었을까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강아지를 귀여워만 할 줄 알았지, 사랑을 준 만큼 잘 돌보아 주었던 걸까 싶다. 그만큼 똘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던 엄마에게 오히려 그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콩이가 엄마 옆을 지키던 건 그런 엄마의 슬픔을 알고, 가장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엄마인 것을 가족보다도 더 잘 알아차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콩이도 어린 나이는 아니다. 어느덧 10살 강아지, 사람 나이로 치면 대략 50대 후반 정도다. 요즘 부쩍 마냥 아기 같던 콩이에게도 주름살이 보이는 것 같다. 한창 똘이가 아파서, 똘이에게 관심이 몰릴 수밖에 없었을 때, 콩이는 때로는 똘이를 걱정하는 기색을 보이며, 가장 먼저 똘이의 이상 징후를 왈왈 대며 우리에게 알리곤 했다. 이제 똘이의 리드 줄을 잡던 엄마는 콩이의 리드 줄을 잡고 산책을 한다. 산책을 겁내던 콩이도 이제는 의젓하게 산책을 한다. 콩이의 늘어지던 뱃살도 조금은 줄어든 것 같다. 우리는 종종 똘이를 그리워하며, 그렇지만 콩이에게 모자람 없는 애정을 주려고 노력하며, 지금 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글쓴이.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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