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노래

[작은 친구들 5호] 이지은의 에세이

by 동반북스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작은 친구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의미 있고 재미 있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매월 15일에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똘이 여장군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유치하지만, 우리는 어릴 적 이런 노래를 곧잘 불렀다. 노래의 주인공은 언제나 우리 집 대장, 강아지 똘이였다. 동요든 짧은 멜로디든 가사에 똘이의 이름을 넣어 흥겨운 리듬을 완성하곤 했다.


2019년 가을에는 친구의 소개로 음악 영화를 보고 영화 OST를 개사하는 작사 워크숍을 듣게 되었다. <원스>, <비긴 어게인>, <어거스트 러쉬> 등 유명한 음악 영화를 보고, 영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 OST에 내가 원하는 가사를 입히는 워크숍이었다. 그날의 주제는 ‘사랑’이었고 노래는 원스의 'Falling slowly'였다. 가사가 빠진 노래의 멜로디를 들으며 음을 따고, 그날 나눈 이야기들을 토대로 주제를 찾아 생각나는 대로 가사를 적었다. 나는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강아지를 떠올렸다. 연애할 때도 남자 친구보다 강아지가 더 우선순위에 있었고, 나에게 사랑하는 대상 1순위는 언제나 강아지였다. (가족들 미안..) 그래서 'Falling slowly'의 멜로디에도 자연스레 강아지의 이야기가 담겼다. 가사에는 강아지라는 직접적인 단어가 나오진 않는다. ‘너’에 대한 사랑을 고백하지만, 너의 품과 온기는 모두 강아지의 이야기였다.



너의 품에 안길 때면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는 그 순간이

문득 행복해


언젠가 우리가 이별할 때에도

그때에도

나는 너의 따스한 온기를 기억할게

너의 품과 소중했던 우리의 추억을



그때의 가사가 남아 있지 않아, 다시 노래를 들으며 떠올려 보았다. 잔잔하고 애달픈 듯한 노래의 멜로디는 마음 어딘가 숨어있던 감수성을 건드린다. 2년 전의 나도 강아지와의 이별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언젠가 이별의 순간이 오더라도 너의 따뜻했던 품과 온기를 기억할 것이라고, 적었던 것이 기억난다. 강아지와의 이별은 강아지가 10살을 넘긴 후부터 쭉 마음 깊이 걱정하던 것이었다. 강아지와 함께 하는 순간이 행복하고 소중했기에, 그러한 순간의 끝이 온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남겨진 내가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었다. 해외에 오래 머물 일이 생겼을 때도, 강아지를 두고 오래 떠나도 되나 고민했고, 5개월의 체류 기간 후에 돌아온 나를 여전한 모습으로 맞이해 주는 강아지가 참 고마웠다. 우려는 언젠가는 현실로 다가올 것이었다. 그리고 두 달 전, 그 현실을 마주했다.


주인의 온기가 있는 옷 위에서 몸을 말고 새근새근 자던 강아지가 떠오른다. 잠에서 깨어 자리를 떠났을 때, 강아지의 작은 온기를 간직한 그 옷에 볼을 대며 숨죽여 행복했었다. 강아지가 우리에게 전해주던 따스함은 물리적인 따스함도 있었지만, 심리적일 때도 많았다. 누구보다 주인의 감정을 잘 알아차려, 울적한 날 집에 돌아와 방에 웅크려 있으면, 어느 순간 곁에 슬쩍 몸을 맞대고 걱정하는 듯한 눈빛을 보내던 똘이. 강아지는 우리 곁을 떠났지만, 강아지가 우리에게 남긴 그 온기는 언제든 기억할 것이고, 우리의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줄 것이다.


요즘도 가족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레 똘이의 이야기를 할 때도 있다. 우리 가족은 똘이의 부재를 애써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우면 말하고, 그때 그랬었지, 추억한다. 그것이 함께 잘 애도하는 과정이자 시간이라고 믿는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는 흔한 사랑 노래 가사처럼, 만남과 이별, 시작과 끝, 삶과 죽음은 언제나 공존하는 삶의 면모일 것이다. 그것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그렇지만 이별을 하더라도 만나서 함께 한 행복이 크기에, 그 만남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그 만남이 참 행복해서 끝없이 똘이를 주인공으로 한 노래를 만들어내던 어릴 적 나, 이별이 두렵지만 그 온기를 기억할 것이라는 노래 가사를 적었던 어른의 나. 그 시절들을 돌아보는 지금의 나는 이 지구별에서 인연이 되었던 똘이와의 만남이 참 고맙다.



글쓴이. 이지은

© 동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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