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구들 4호] 이지은의 에세이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작은 친구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의미 있고 재미 있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매월 15일에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지난 5월 11일, 우리 집 강아지 똘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강아지가 열 살이 넘고서부터 이 소중한 아이가 언젠가 나를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슬퍼지곤 했다. 그러나 끝을 막연히 떠올리고 슬퍼하던 것과 진짜 끝을 마주하는 건 달랐다. 그날은 유독 강아지가 힘이 없고, 제 다리를 가누지 못했다.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자, 항상 똘이를 애지중지 돌봐 주시는 의사 선생님이, 오늘이 고비일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똘이는 이미 1년 전에 한 차례의 고비를 넘기고, 약을 먹으며 건강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 그래도 감사한 건 기운은 조금 없어도, 똘이는 여전히 산책을 좋아하고, 가족을 반갑게 맞이해 주며, 약을 먹긴 싫어해도, 맛있는 음식을 탐했다. 생의 의지가 있고, 여전히 우리 곁에서 똘망똘망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나 나는 강아지의 생애에 대해 지나치게 자만했던 것 같다. 이미 한 차례 고비를 넘겼으니, 2~3년은 더 우리 곁에 있어 줄 것이라고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약을 먹으면 그래도 괜찮은 듯 보였으니까.
그날, 동물병원에 다녀온 똘이가 밤 11시쯤 지나치게 숨을 헐떡였다. 금방이라도 잘못될 것만 같았다. 과호흡을 하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언니가 똘이를 품에 안고, 가족들이 그 곁을 지키다가, 갑자기 누군가 ‘심장약을 더 먹이는 건 어떨까?’라고 급히 말했다. 우리는 며칠 전부터 의사 선생님의 제안으로 약을 꿀에 버무려 똘이에게 먹이기 시작했었다. 다른 어떠한 맛있는 걸 비벼도 먹지 않아 조치를 취한 것이다. 다행히 입이나 코에 약 섞인 꿀을 바르면 똘이가 날름거리며 핥아 먹긴 했다. 그렇게라도 약을 먹어야 아프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근데 약을 정량 넣어도 꿀에 묻혀 먹이면 왠지 양이 부족해질 것 같았다. 급히 심장약을 가져와서 소량을 꿀에 비벼 똘이에게 먹였다. 곧, 헐떡이던 똘이가 제 호흡을 찾아갔고, 우리는 한시름 놓았다.
일이 일어난 건 그로부터 세 시간 후였다. 가족들은 또 하나의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그날따라 잠이 오지 않아 새벽 두 시에 다이어리를 끄적이고 있었다. 그때 똘이의 다급한 비명이 들렸다. "꺄아악-" 하는 평소의 발작 소리였다. 황급히 소리가 나는 주방으로 달려갔더니, 똘이가 고개를 젖히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진짜 잘못되는 게 아닌가 너무 무서워서 가족들을 급히 깨웠다. 아까는 숨을 헐떡였는데, 지금은 정말로 고개를 젖히고 너무 괴로워하는 똘이를 보니, 심상치 않았다. 그 시간이 길어지자, 나았으면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이 아이의 끝이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언니가 품에 똘이를 안았고, 나머지 가족들이 그 옆을 둘러쌌다. “정말 고마웠고, 네 덕분에 행복했다"고 엄마는 거듭 말했다. 나도 눈물이 밴 목소리로 사랑한다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그 와중에, 나는 똘이 배에 손을 갖다 댔다. 똘이의 숨결을 느끼고 싶어서이기도 했지만, 혹시 모를 순간 알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똘이는 그렇게 한참을 비명을 지르다가 어느 순간 사르르 언니 품에 편안한 자세로 몸을 말고 고개를 파묻었다. 그건 마치 이제 고통이 잦아들고 편안해져 한숨 자는 듯 보였기에 엄마와 동생은 다행이라며 이제 괜찮아졌나 보라고 말했지만, 나는 알았다. 똘이가 숨을 쉬는지 아닌지 손을 통해 전해져 왔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아이의 끝을 마주한 심정은, 너무나 슬펐지마는 그렇게 괴로워하던 아이를 보니, 고통이 멈추고 편안하게 눈을 감은 게, 아이를 위해서는 다행이 아닌가 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그 후 잠들지 못했다. 가족들은 번갈아 눈물을 터뜨렸다. 강아지 침대에 똘이를 누이니, 꼭 그냥 잠들어 있는 것만 같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그 후의 일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고 강아지 침대에 눈 감은 똘이를 둘 수는 없으니 말이다. 우선은 작별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가족 선산에 똘이를 묻는 걸 생각해 보았는데, 차가운 땅에 묻는 게 마음에 걸렸고, 이런저런 글에서 땅에 묻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화장을 추천했다. 원래는 강아지 사체를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하는 게 법(?)이라는 글을 봤는데, 정말 말도 안 되고 기가 찼다.
화요일 새벽이 지나가고 어느새 동이 트고 있었다. 그날 저녁 바로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가자는 언니의 말에, 나 없이는 절대 안 된다고, 꼭 내가 되는 시간에 가야 한다고 못 박았다. 그날은, 내가 일하던 학원 퇴근 시간이 늦어 학원이 끝나고 가면 이미 장례식이 끝나 있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제대로 된 작별 인사를 하지 못하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학원이 일찍 끝나는 수요일 저녁에 집에서 멀지 않은 양주의 한 반려동물 장례식장에 찾아가기로 했다. 언니는 장례 지도사에게 연락했고, 그전까지 집에서 똘이를 충분히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까지 마음 정리는 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일이 끝나고 택시를 타고 황급히 양주의 장례식장으로 찾아갔다. 언니와 엄마가 똘이와 함께 이미 추모실에 있었다. 주인들이 충분히 강아지를 추모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었다. 언니와 나는 한참을 울며 작별 인사를 했다. 똘이 옆에는, 평소 먹던 사료와 살아생전 좋아하던 삶은 달걀노른자, 입던 옷, 목줄이 놓였다. 가져간 꽃이 똘이의 마지막을 쓸쓸하지 않게 지켜 주었다. 추모실의 벽에는 작은 태블릿 화면에 언니가 성심성의껏 고른 똘이의 사진 5장이 번갈아 나왔다. 잔잔한 애도 음악과 따뜻한 분위기에 우리는 진짜 마지막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했다. 충분히 추모가 끝나면, 장례 지도사에게 연락을 달라고 적힌 쪽지가 있었다. 마침내 우리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쪽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했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제 더는 똘이의 육신을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믿기지 않았다. 다행히 강아지의 발톱이나 털을 조금 잘라 보관한다는 글을 보고, 똘이의 부드러운 털 조금을 잘라 작은 비닐백에 보관했다. 눈물은 났지만, 털을 보니 똘이가 생각나서 위안이 되었다. 똘이는 결국 천을 덮고 장례지도사에 의해 화장터에 들어갔다. 한 시간 후 유골함을 받았고, 우리는 그 유골함을 꼭 안고 돌아와, 며칠 후 똘이가 좋아하던 산책길, 한 나무에 뿌려 주었다.
여태 사후세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사후세계가 꼭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다. 내 가족, 내가 너무나도 소중해 자꾸 장난치고 귀찮게 굴었던, 나의 보물 1호 똘이를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직도 안 믿긴다. 이제 똘이가 없으니, 집은 조용하다. 나이가 들어 똥오줌을 못 가려 자꾸만 집 마루바닥 위에 오줌을 첨벙 싸 놓던 것도, 가끔 발작을 해서 심장이 철렁하던 순간들도, 다 똘이가 살아 있었기에 감사한 순간이었구나를 지금 와서 깨닫는다.
똘이가 세상을 떠나기 며칠 전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었다. 강아지들과 소풍을 가서 잔디밭 위에 작은 캠핑 텐트를 펴놓고, 돗자리를 깔았다. 똘이가 자고 싶어 하길래 돗자리에 먼저 내가 눕고, 배 위에 똘이를 두었다. 40여 분을 똘이가 내 배 위에서 새근새근 숨을 쉬며 잤다. 그때 솔직히 말하자면 똘이가 내 목을 누르고 있어, 숨쉬기도 불편하고 자세도 불편했었다. 그런데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그냥 하늘과 나무를 보며 똘이의 온기와 숨을 느꼈다. 그때는 몰랐는데, 똘이가 떠나고 나니 그 촉감이 자꾸만 떠오른다. 똘이가 내 품 위에서 새근새근 잠들던 순간이 나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아프던 그 날, 정말로 떠나기 전에 똘이가 잠깐이나마 기운을 차린 순간이 있었다. 갑자기 힘을 내어 언니 품을 뛰쳐나와 꼭 "나 괜찮아! 이렇게 힘낼 수 있어!" 하는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당하고 힘차게 걷던 모습. 그러고 얼마 안 있어서 다시 아프고, 그러고 나서 떠났는데, 그 잠깐이나마, 세상을 떠나기 전에 우리에게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 그 모습이 떠올라 자꾸만 가슴이 아리다. 그로부터 3주가 지났다. 그립고, 그립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사랑과 행복을 주었던 똘이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강아지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주인이 자신이 떠나 너무 슬퍼할까 봐 걱정하고 두려워한다는 글을 보았다. 마지막까지 더 사랑하고 고마웠다고 말해줄 걸 싶지만, 이미 지난 일이다. 주인이 자꾸만 슬퍼하고만 있으면 강아지가 좋은 곳으로 떠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똘이가 강아지별에서 다른 강아지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기를 바라며, 우리에게 주었던 행복한 시간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다.
고맙고, 행복했어. 앞으로도 네 덕분에 많이 웃고 즐거웠던 벅찬 행복의 순간들을 오래 기억할게. 똘이야, 사랑해.
글쓴이.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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