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구들 2호] 이지은의 에세이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작은 친구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의미 있고 재미 있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매월 15일에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지난해는 평소와 다른 일상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2020년 2월,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때가 떠오른다. "오늘은 3명이 확진되었대. 너무 무섭다."라며 친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한 달 뒤 몇 백명의 확진자가 나올 때 보고는 기가 찼다. 금방 종식될 줄 알았던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꿨다. 나와 언니는 기껏 떠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두 달만에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코로나가 호주에도 기승을 부려서 그래도 집이 안전하지 않겠나 싶었다. 4월 초에 돌아와, 2주의 자가격리를 마쳤다. 호주에서 더 긴 시간을 보내지 못해 아쉬워하고 있을 때, 갑자기 우리 집의 노견 똘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하얀 말티즈 똘이는 2004년 12월생이다. 그때는 열다섯 살 생일을 보낸 지 네 달 뒤였다. 아픈 게 평소와 달랐다. 하루 종일 기운이 하나도 없이 식음을 전폐했다. 그게 나와 언니의 자가격리 해제 직후라 마치 우리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아픈 듯해 더 마음이 아팠다. 부리나케 동네 병원에 똘이를 데리고 가니, 의사 선생님께서 길어야 몇 달 정도라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셨다. 절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순간에 가족 모두가 눈물을 삼켰다. 다행히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똘이는 우리 곁에 있다. 그때 고비를 넘기고, 똘이는 심장약, 신장약에 눈약까지 각종 약과 함께 자연스러운 노화에 따른 몸의 변화를 감내해야 했다. 그래도 다시 걷고, 밥과 약을 먹고, 종종 기분 좋을 때 살짝 뛰는 정도로 회복했다.
그런 가슴 철렁한 순간을 겪고 나서, 우리는 호주에서 한국에 돌아온 것을 감사히 생각하게 되었다. 또 집에 있는 시간을 강아지에게 쏟기 시작했다. 똘이가 조금이라도 산책을 나가고 싶어 하는 기색이 보이거나 설령 신발장에서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부리나케 나와 언니, 동생의 대기조 중 한 명이 바로 강아지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똘이와 7살 터울의 동생 콩이와 함께 말이다. 둘은 평소에는 으르렁 그르릉 하며 서로를 견제하는 사이지만, 이때만큼은 콩이의 걱정 어린 시선을 볼 수 있었다. 워낙 산책을 사랑하던 강아지는 조금씩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똘이는 산책과 지극정성 간호, 의사 선생님의 돌봄과 약으로 차차 나아졌다.
여름이 되고, 여전히 코로나로 답답한 일상이 반복되자 우리는 산으로 계곡으로, 공원으로 떠났다. 강아지들은 당연스레 함께였다. 작년 여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별다방의 캠핑 의자와 함께 공원에서 강아지들과 간단한 캠핑을 즐기기도 했다. 나무가 보이는 곳에 의자를 놓고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까먹는 초간단 캠핑이었다. 또 도봉산 근처에 사는 우리 집에서 15분만 걸어가면 도봉산 계곡이 나와, 강아지들과 계곡도 여러 번 갔다. 계곡 물이 콸콸 흐르는 것을 마치 할아버지가 뒷짐 지고 경치 구경하듯 한참 쳐다보는 똘이를 볼 수 있었다.
강아지가 기분이 좋은 지 알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킁킁 거리며 코 푸는(?) 흉내를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꼬리가 잔뜩 올라가 있는 것이다. 무섭거나 긴장하면 꼬리가 착 내려가 있는데, 기분이 좋아지면 금세 꼬리가 쏙 올라간다. 한창 어릴 땐, 아니 불과 2년 전만 해도 날쌘돌이처럼 집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똘이는 이제 나이가 드니 가만히 있을 때가 더 많다. 집에서 멀뚱히 앉아 심심하거나 기운 없어 보이는 순간도 많다. 그럴 때 품에 강아지를 안고 "예쁘다, 아이 예뻐."라고 말하면 킁킁 대며 웃는다. 그렇게 안기고 내려가면 살며시 꼬리가 올라가 있다. 그럼 내 입꼬리도 슬며시 올라간다. 마음껏 사랑하고 아껴 주고, 예뻐해 주는 것. 우리 곁을 늘 지키며 조건 없는 사랑을 주는 강아지에 대한 당연한 마음가짐과 함께 오늘도 우리는 공원으로 산책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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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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