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오래 키운 강아지가 있다

[작은 친구들 1호] 이지은의 에세이

by 동반북스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작은 친구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의미 있고 재미 있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매월 15일에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나에게는 오래 키운 강아지가 있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04년 12월,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에 하얀 말티즈 똘이가 태어났다. 햇수로 17년을 함께 해 이제 '노견'이라 부를 나이가 되었다. 그래도 몸집이 작고 귀여워서 산책을 데리고 나가면 종종 사람들이 아기냐고 물어본다. 아는 사람은 나이 든 강아지임을 눈치채지만.


똘이와 우리 집 다섯 가족의 만남은 2005년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강아지가 정말로 키우고 싶었던 세 자매는, 큰 고모네서 강아지를 가져가라는 친척 언니의 말을 듣고 '강아지 몰래 데려오기' 작전을 진행한다. 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누가 키우고 똥은 누가 치울 거냐는 흔한 엄마의 만류로 강아지를 못 키우고 있었던 차였다. 친척 언니 집에 도착하니, 두 마리의 새끼 강아지가 방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더 예쁘게 생긴 아이를 품에 안았다가, 그 옆에 더 날뛰는 놈을 발견했다.


"더 활발한 애 데려갈까?"


그때 두 강아지의 운명이 바뀌었다. 조용하고 예쁜 똘이의 동생 레오 대신 데려온 활발한 아이, 우리와 똘이의 첫 만남이었다. 물론 엄마가 극구 강아지를 반대했었기에, 집에 몰래 데려갈 궁리를 했다. 기막힌 방법이 곧 떠올랐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언니가 입은 빨간 떡볶이 코트 안에 작은 똘이를 숨기는 것이었다. 언니의 떡볶이 코트는 둥글게 부풀어 올랐고, 그 모습으로 자가용에 오르자, 엄마는 품속에 있는 게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물건이라고 얼버무리며 차에 탔고, 집에 가는 20여 분 동안 똘이는 이 어설픈 비밀 작전을 눈치라도 챈 듯 조용히 품에 안겨 있었다. 그렇게 똘이는 무사히 우리 집에 도착했다.


엄마는 다가오는 친척 오빠 결혼식 때 똘이를 반드시 돌려주라고 신신당부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결혼식에 강아지를 데려가기는 조금 애매했기 때문이었다. 또 그동안 자동차 안에 그 작은 강아지를 놓아둘 생각도 아예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엄마도 아마 강아지를 돌려주라고 큰소리는 치셨지만, 우리가 똘이를 키우게 될 것을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지 않았을까? 아니, 애초에 우리는 떡볶이 코트 안에 잘 숨겨 엄마를 속였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속아준 거 아닌가 싶다. 그렇게 우리 가족으로 스며든 똘이.


img9.jpg


우리 집에서 공주님 대접을 받으며 6년 넘게 호의호식 하던 그녀에게 복병이 나타났으니, 바로 콩이의 등장이었다. 콩이는 2011년생의 장모 치와와, 말티즈 믹스견이다. 작고 귀여운데 불독처럼 얼굴에 주름도 있고, 고동색과 연한 갈색이 섞인 털을 가지고 있다. 그 모습이 꼭 '타다 만 감자' 같다고 줄여서 '타마감'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못난이의 귀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어릴 적 콩이는 똘이를 졸졸 쫓아다니며 따랐다고 한다. 마치 새끼가 어미를 보고 행동 양식을 배우듯 콩이는 똘이를 보고 강아지라면 응당 어찌 행동해야 하는지를 눈치껏 보고 따라 하는 듯했다. 귀가 안 좋아 귀를 긁는 똘이를 보고는 자신의 건강한 귀를 긁는 흉내를 내는 건 기가 찼지만. 콩이는 나름 똘이를 동경하며 좋아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똘이는 콩이를 어떤 자세로 대했는가. 막내의 자리를 빼앗긴 질투심 속에서도 은근한 관심을 보였다. 호기심에 놀자고 먼저 코를 킁킁 대기도 하고. 지금 2021년도엔 똘이와 콩이는 여전히 서열 정리가 안 된 채 아옹다옹 싸우고, 가족의 사랑을 으르렁대며 쟁탈한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똘이와 콩이, 두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산다. 강아지와 함께 살면 마음이 폭신한 솜이불처럼 부드러워진다. 맑은 눈망울을 보면 머릿속 잡생각도, 오늘 있었던 기분 나쁜 일도 다 잊게 된다. 귀여운 털뭉치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행복한 일이다. 오늘도 집에 돌아가면, 어떠한 하루를 보냈느냐고, 심심하지 않았냐고 너희들에게 묻겠지. 따스한 온기를 나누어주어 고맙다고 쓰다듬으며 말이다.


<작은 친구들>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99298



글쓴이. 이지은

© 동반북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