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심장이 멎었고, 나는 울 수 없었다.

[작은 친구들 2호] 양단우의 에세이

by 동반북스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작은 친구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의미 있고 재미 있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매월 15일에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한 달 전부터 산책 돌봄이 예약되어 있었다. 지난달부터 예약을 미리 주신 터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장난감이며 뭐며 온갖 돌봄용품들을 준비해갔다. 도착해서는 아이와 공원 잔디밭을 마구 뛰놀며 열과 성을 다해 돌봄을 진행했다. 30분 뒤, 이제 막 귀가를 하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핸드폰 진동이 웅웅 울렸다. 가족이었다. 일하고 있는 줄 뻔히 알고 있을 텐데…. 일하는 동안은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되기 때문에 전화를 받지 않았다. 뚝 끊어진 전화 진동. 그러다 곧바로 진동이 울려댔다. 다시 정적. 여러 차례 울리다 끊어진 전화 대신 카톡 알람이 도착했다.


“디디가 쇼크가 와서 심장이 멎었어요. 빨리 와요.”


올해 22살을 맞은 디디가 며칠 전부터 건강에 적신호를 보냈다. 그동안 생사의 고비를 여러 차례 건넜지만, 그때마다 죽음을 피해간 행운의 개였다. 특별히 앓는 질병도 없었고 최근 슬개골이 약해지긴 했지만, 보호대를 채우고 양말을 신기면 잘도 걸었다. 그런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쓰러졌다. 일을 나간 동안 대신 오신 펫시터님이 라이브 카메라로 디디를 안고 우는 걸 보았다. 펫시터님이 당장 병원으로 이송했고 힘겹게 살아날 수 있었다. 그런지 단 하루 만에, 병원에서 심장이 멎었단다.


나를 보고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 앞에서 나는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누군가가 보고 있을 이 영상에서는 당연히 내가 웃는 소리를 내었다고 느꼈겠지만, 반쯤은 미쳐버린 웃음소리 같은 것이었다. 디디가 죽었는데 나는 웃고 있어야 한다. 하긴 자리를 박차고 뛰어간다 한들 디디는 죽었다. 디디는 죽었어. 나는 일을 하는 중이고, 디디는 죽었다. 웃어야 해. 울면 안 돼. 웃어야만 한다. 나는 일을 해야만 한다.


슬픔을 잠깐 보류하고 맘마그릇을 씻었다. 새 사료와 물을 급여하고, 아이가 즐겁게 식사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배변자리를 소독하고 새 패드로 교체했다. 아이에게 공을 던지며 놀아주기도 하고 노즈워크 놀이를 진행했다. 그리고서 시계를 봤다. 아직 돌봄 시간은 10분이 더 남았다. 10분, 10분만 참으면 그만이야. 아이에게 간식을 주고 놀면서 깔깔거리고 웃었다. 몇 번을 그렇게 놀아준 뒤, 시계를 봤다. 1분이 지났다. 나머지 9분의 시간은 어떻게 해야 하지? 9분 동안 더 웃을 수 있을까? 아이가 소파 위에 올라갔다. 나의 돌봄 서비스에 굉장히 흡족해하는 웃음을 짓고 있었다. 웃음 속에서 디디의 얼굴이 보였다. 생기를 잃고 죽어간 내 동생.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급하게 저희 아이를
보러 가야 해서요 정말 죄송합니다.


메시지를 전송하고 가방을 멨다. 사정을 모르고 아쉬워하는 아이에게도 미안하다고 사과의 쓰담쓰담을 해주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밖으로 뛰쳐나가며 소처럼 울었다. 아니야, 너는 어차피 죽었지만 나는 그래도 너를 봐야겠어. 그렇지만 조금은, 아주 조금은 살아있어 주면 안 될까. 나는 아직도 네가 너무 보고 싶은데 조금만 살아있어 주면 좋겠어. 디디를 향해 뛰어가는 길이 눈물방울을 따라 몽골몽골하게 보였다.


그사이 디디는 심폐소생 끝에, 죽었던 심장을 간신히 살려냈다. 디디가 떠나갈까 봐 잠을 포기하고 곁에 머물렀다. 2일 후, 디디는 마지막 인사를 하고 먼 길을 떠났다.



보호자의 아이를 돌보고 있는데 내 아이의 마지막을 지켜주지 못하는 것. 펫시터라면 누구나 겪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디디는 운명이 마감되는 때를 알면서도, 떠나다 못해 잠깐 지상으로 와주었다. 고마운 녀석. 디디의 마지막을 지킬 수 있어서 아직 펫시터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날의 펫시팅으로 나는 죽음과 사랑, 두 가지에 다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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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양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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