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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반북스 Jun 15. 2021

펫시터 하면 엄청 좋겠다...라구요?

[작은 친구들 4호] 양단우의 에세이

* <작은 친구들>은 동물책 소규모 서점 동반북스와 친구들이 만들어가는 매거진입니다. 우리에게 영감을 준 작은 친구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의미 있고 재미 있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월1회 발행되며 4컷 만화와 크루들이 추천한 도서를 비롯해 채식레시피, 일상의 온기를 담은 에세이를 싣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펫시터라고 하면, 펫시팅 현장을 가면 귀여운 강아지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동경하는 눈빛으로, “우와! 그러면 엄청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하하, 네, 뭐.”라고 대답했지만, 지금은 “과연?”이라고 대답한다. 대중들이 바라보는 이 세계야, 꿈과 환상의 세계겠지만.


입장을 바꿔, 사람의 아기를 돌보는 베이비시터의 경우를 상상해보자. 내 아이도 아니도 남의 아이를 돌보는 일이 쉽고, 즐겁기만 할까? 그들은 체력이 소진될 때까지 뛰어다녀야 하고, 끊임없이 날선 촉으로 아이들을 주의깊게 관찰해야 하고, 모든 상황이 무사히 흘러 지나가기만을 소원한다. 펫시터도 비슷하다. 산책 중에 목줄 풀림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타인의 강아지와 맞붙어 싸움이 일어나 상해를 입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땅바닥에서 이물을 삼켜 응급실에 안고 달려가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사료나 간식을 급하게 삼키다가 기도에 걸리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그저 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긴장감과 긴장감의 세계. 특히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상이 인간이 아닌 동물이기에, 더 긴장할 수 밖에 없다. 귀엽고 깜찍한 동물들이 환대하는 것은 생각보다 희박한 확률에 속한다. 막상 도착해서 문을 열고 보면 그 안에는... 무시무시한 맹수가 맹렬히 짖으며, “어서오시게나! 너를 물어 뜯어줄테니!”하고 쳐다보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정말 어떤 때는 몸서리가 쳐질 정도로 공포와 위압감을 주는 강아지들도 있었다.


한번은 집 근처에 있는 곳에서 펫시팅 예약이 잡혔다. 실내에서 30분만 돌봄을 진행하면 되는 터라 배변정리, 급식과 급여 및 식기 세척, 실내놀이, 투약 등 간단한 사항을 진행하려 했다. 그런데... 문고리를 잡는 순간부터 느껴져오는 한기. 마치 공포영화를 봤을 때 느끼던 것과 비슷한 종류의 것이었다. 오싹한 기분이 들었지만 설마 하는 생각으로 문을 열었는데, 현관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쇼파 위에서 날카롭게 노려보는 푸들 아이. 심지어 짖지도 않고 가만히 노려보고만 있었다. 마치 너를 죽여버릴거야 하는 포스가 위압감처럼 다가왔다. 아, 신발을 벗을까 말까. 이 집에서 개에 물려 사망하게 되는 건 아닐까.


또다른 아이는 겁이 너무 많아서 입질을 하곤 했는데, 공격성 입질과는 달랐기에 시간 여유를 둔 뒤에 산책용 하네스를 채워야 했다. 이 아이의 경우, 실외배변만 하곤 했는데 보호자가 야근을 하거나 외부일정이 연장될 때는 10시간 넘게 배변을 참았다. 그러니 내가 입질을 당하더라도 반드시 실외배변을 시켜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 아이는 집안을 우다다다 뛰어다니며 맹렬히 짖었는데, 결국 코너에 몰려서 으르릉거리며 이를 드러냈다. 오 정말, 나는 여기서도 죽는 건 아닐까.



하지만 사고가 입질 하나 뿐일까. 목줄이 풀린 허스키가 제멋대로 도로로 뛰어가버리는 바람에 기절할 뻔도 했었다. 도로에 차가 한 대도 없어서 다행이지. 만약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차가 있었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봄에는 산책로를 정비한답시고 공원마다 뿌리는 유박비료를, 간식인 줄 알고 꿀꺽 삼킬까봐 눈에 불을 켜고 다닌다. 경계심이 많은 아이를 산책시키는 중에, 자꾸 자기 강아지를 갖다 붙이는 보호자들도 피해야 한다. (그쪽도 저랑 친구가 아니면서 왜 자꾸 강아지들끼리 친구친구 거리세요.ㅠㅠ) 큰 개를 산책시킬 때는 큰 개라고 혐오하는 눈빛과 욕설들을 피해다녀야 하고, 길고양이 사료를 덥썩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펫시터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전투적이다. 모든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매사 긴장 상태를 유지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더 건강 관리를 해야 하고, 자주 지치고, 다친다. 심지어 훈련사나 기타 직종들처럼 알려져 있는 직종이 아니라, 펫시터의 노력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가족이 걱정하는 투로 물어봤다.


“이렇게 몸 상하면서까지 왜 하냐.”

“내가 안가면 걔네들 밥 굶어.”


동물의 귀여움만 보고서 이 일을 했더라면 절대 할 수 없었겠지만, 간단하게 말해서 애들 밥 안 굶기려고. 그래서 가는 것이다. 사고 위험이나 피곤함을 감수하더라도.


그러니까 얘들아, 너네 밥 주려고 온 거니까 물지말고. 두 팔 벌려 환영해도 괜찮아. 안심해도 괜찮아. 이 산책이모, 맘마이모는 너네들 편이니까!



글쓴이. 양단우

© 동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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