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대이작도 21화

대화

by 차거운

아들아

우리는 고통받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다

능소화 피는 이 아침

어디론가 가고

누군가를 만나

한 끼의 밥을 나누고 늙어가기 위해 또

궁극적으로 죽기 위해

너와 함께 서 있던 그 정류장에서

목 부러진 장미 송이들 하염없이 흩어진 것은 웬일이냐

이 이해할 수 없는 침묵은 또 무엇일까


아버지

내 손을 놓지 마요

썩고 또 썩어서 뼈만 남겠지만 그래도

당신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요

우크라이나의 가을이 오면 아니

세상의 끝이 오면 이 슬픔의 청구서를

죽음의 천사가 누군가에게 전하겠지요

나의 13년은 그들의 전 생애보다 길 수도 있다는 걸

언젠가 우리 마주 보리라는 걸


한 장의 침묵하는 사진 속에서

당신이 읽어내는 것이 당신을 설명한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그러나 고통이 삶의 목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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