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우리는 고통받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다
능소화 피는 이 아침
어디론가 가고
누군가를 만나
한 끼의 밥을 나누고 늙어가기 위해 또
궁극적으로 죽기 위해
너와 함께 서 있던 그 정류장에서
목 부러진 장미 송이들 하염없이 흩어진 것은 웬일이냐
이 이해할 수 없는 침묵은 또 무엇일까
아버지
내 손을 놓지 마요
썩고 또 썩어서 뼈만 남겠지만 그래도
당신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요
우크라이나의 가을이 오면 아니
세상의 끝이 오면 이 슬픔의 청구서를
죽음의 천사가 누군가에게 전하겠지요
나의 13년은 그들의 전 생애보다 길 수도 있다는 걸
언젠가 우리 마주 보리라는 걸
한 장의 침묵하는 사진 속에서
당신이 읽어내는 것이 당신을 설명한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그러나 고통이 삶의 목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