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인 하나 잘 못 넣어 무너진 평판 회복하기 힘들다
오늘 아침부터 동료들끼리 있는 메신저 방에 난리가 났습니다. 바로 다른 부서에 있는 팀장이 보낸 메일에 관한 이야기었습니다. 그 팀장은 고객사로부터 메일을 통해 한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지시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 메일을 팀원들에게 포워딩 하면서 기존 메일을 보낸 고객사의 수신처를 그대로 넣어둔 거 아닙니까. 메일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수신: OOO팀 제위
발신: 김팀장
위 고객사로부터 온 내용 F-up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돈도 안 주는 놈들이 지들이 하던지 왜 우리를 시키는지 모르겠지만... 짜증 나도 합시다...
이상.
내부에 보내는 메일에 그만 고객사 메일 수신처도 포함하여 보낸 거지요. 그럼 저 메일을 당연히 고객사도 봤겠지요? 메일은 발신 취소도 되지 않아서 실수로 누른 한 메일의 '발송'버튼이 이제는 되돌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 팀장은 평소 행실이 발라 고객사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었는데요, 이 메일 하나로 이 팀장님의 평판은 산산조각 부서져 버렸습니다. 나를 존중해준다고 생각했던 고객사들은 본인들을 '지'라고 표현하는 김팀장의 다른 모습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신뢰하지 않게 된 거죠.
정말 재밌는 건 이 김 팀장이 이런 큰 실수를 하기 전 오늘 아침에 한 팀원을 불러 엄청나게 큰 소리로 혼냈다는 사실입니다. 과연 이 김 팀장은 팀원을 혼 낼 자격이 있을까요? 사원도 잘하지 않는 실수를 팀장이라는 사람이 어이없게도 실수해버렸으니 말입니다. 정작 혼나야 할 건 김 팀장님이 아닌가 생각까지 들더군요. 직장에서 말이나 전화로는 빈번하게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고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메일은 어떤가요? '발송' 버튼을 누르기 전에 얼마든지 고칠 수 있습니다. 문법을 다시 볼 수도 있고, 오탈자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첨부가 빠지지 않았는지? 수신인은 제대로 들어갔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자 한다면 충분히 시간이 있습니다. 물론, 과중한 업무로 언제 그걸 다 확인하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장이라면 메일 쓸 때만큼은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라는 말이 있죠. 메일은 보내고 나면 다시 못 봅니다.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보내기 전에 충분한 검토를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탈자와 메일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우리 김 팀장님이 준 사례를 보고 메일 수신인만큼은 다시 한번 확인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