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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예'하다 보면 직장생활 끝난다

선배님 저 회사 그만두고 싶어요

by 에릭리

회사 가기가 두렵다. 오늘도 당할 고객사의 갑질만 생각하면 그저 도망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고객에게 인도할 상품의 납기가 다가올수록 고객은 조급증이 나고 우리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렇게 괴롭히고 우리를 재촉해서 우리가 인도할 상품이 빠르고 품질 좋게 만들어진다면 그 고통도 겸허히 감수할 거다. 하지만, 일이라는 게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 여러 협력사들이 얽히고설켜있고 더군다나 요즘은 물류 이슈 때문에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많다. 하지만, 고객의 답은 정해져 있다. 이때까지 이 상품을 완벽한 품질로 납품해라. 물론 나도 맞추고 싶지만 그게 어디 쉽게 되나? 요즘은 너무나도 마음이 지쳐 주변 선배들에게 나도 모르게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때 한 선배로부터 온 답변이 상당히 Insight가 있어 글을 쓴다. 선배에게 힘들다고 얘기했더니 선배가 하는 말씀이 "야, 직장생활 뭐 별거 있냐? 그냥 죄송하다고 하고 '예예' 하다 보면 끝나~"라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예예'하다 보면 직장생활 끝난다라는 말이 왜 이렇게 웃기면서도 맞는 말 같을까? 아니요. 안됩니다. 이건 이래서 안 됩니다라고 고객에게 얘기하면 어떻게든 또 방법을 찾아서 가지고 오라고 할 것이고 될 때까지 못살게 굴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결국 그렇게 해도 안된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우리 선배는 그냥 죄송합니다고 하고, 다시 해보겠습니다라고 얘기하라는가보다 싶다. 사실 고객사에서 납기와 품질을 강력히 요구할 때 어떻게든 해보려고 노력을 하지만 안된다는 상황을 인지할 때 오는 그 무력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하루 이틀 납기가 늦어지고, 그 하루 이틀간 계속해서 고객에게 시달리다 보면 멘탈이 무너져내려 간다. 하지만, 우리 선배의 조언은 이 말 같다. 너는 너대로 최선을 다하되, 고객사에게는 그저 고개 숙이고 죄송하다고 얘기하고 하겠다고 얘기해라. 그렇게 참다 보면 직장생활 다 지나간다라는 뜻 같다. 모나면 돌 맞는다고 했던가? 고객사에게 머리를 들고 대항하면 아마도 직장생활이 꽤나 힘들어질 것임이 분명하다.


아직까지는 나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경제력이 없어, 회사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나 자신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고객사가 어쩌면 나에게 아주 고마운 존재일지도 모른다. 나를 빨리 회사에서 나가게 도와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꾸준히 공부하고 투자해서, 정말로 내가 필요할 때 웃으며 회사를 나갈 수 있는 내 힘을 기르자. 그래도 우리 선배님의 촌철살인은 지금 현재를 견뎌내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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