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회사를 출근해 사람들이 회사로 출근하는 모습을 지켜보곤 한다. 마치 파도의 밀물과 썰물처럼 아침 8시가 되면 사람들이 물밀듯이 들어왔다가 어둑한 저녁이 되면 또 하나씩 다 빠져나간다. 회사에는 체계가 있고 시스템이 구축 돼 있는데 그걸 사용하는 사람만 계속해서 바뀐다. 그러니 나 하나 없어도 이 회사는 잘 굴러가게 돼 있고 내가 중요하다는 생각은 일찍이 버리는 게 좋다.
간혹 내가 없으면 이 회사가 안 돌아가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큰 착각이다. 팀 전체가 하나 날아가도 돌아가는 게 회사다. 왜냐면 이미 갖춰진 시스템에다가 사람을 수혈해 놓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돌아가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소모품이다. 내가 유능한 직원이건 아니면 뛰어난 임원이건 간에 소모품인 건 매한가지다.
매분기 매년 회사에서 세우는 계획들 중에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 바로 경영 효율화다. 그 말이 뭐겠는가. 바로 체계와 시스템을 더 가다듬고 뛰기 좋게 다이어트를 하자는 거다. 즉, 회사는 물론 좋은 인재를 뽑으려 노력도 하고 있지만 회사의 체계와 시스템을 더 좋게 하기 위해서 언제나 힘을 쏟고 있다.
그러니, 내가 회사 생활에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내가 얼마나 이 회사의 체계와 시스템 틀 안에서 잘 뛰어놀 수 있느냐와 어떻게 하면 회사의 시스템을 변형해 조금 더 좋은 조직으로 만드냐 그 문제이다.
나 또한 이 회사라는 틀 안에 15년을 몸 담아 지내면서 가끔은 내가 뛰어난 인재고 회사를 위해 뭔가 이바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런 생각이 나쁜 생각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침에 수많은 직장인들이 회사로 들어왔다가 또 저녁이 되면 유유히 퇴근하는 모습을 보면서 회사는 체계로 돌아간다는 걸 다시 한번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