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나 깨나 입 조심
오늘은 직장 동료들과 주말 출근해서 오랜만에 함께 커피 한 잔을 했다. 커피를 Take out 하고 회사 주변의 공원을 산책했다. 산책하면서 나눈 대화가 꽤 Insight가 있어 글로 옮겨본다.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적어도 10년 이상 차이 나는 차부장님들이 후배들에게 주의해야 할 것에 대한 얘기였다. 직장생활 10년 차가 넘었지만 아직도 막내로서 일하고 있고 주변에는 많은 차부장님들이 계신다. 그냥 편의상 부장님이라고 통일하겠다. 그런데, 그분들과 일하면서 굉장히 힘든 점 몇 가지가 있었고 서로 앞 다투어 부장님들로부터 힘들었던 경험을 얘기했다. 부장님들로부터 힘들었던 것은 세 가지로 압축되었는데 큰 주제는 하나였다. 바로 '말'이었다. 하기사 우리는 부장님들과 주로 말을 주고받는다. 뭐 물론 메일과 전화도 주고받기는 하지만, 그 조차도 결국은 말이다. 말 말고 뭘 더 할 게 있겠는가?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술도 많이 마시지 않는 시대가 와버렸다. 그리고 퇴근 후에는 내 의사에 따라서 선배들과 어울리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말은 그렇지 않다. 근로시간 안에서 어쩔 수 없이 선배들과 섞어야 하는 것이 말이다. 그러면 우리가 압축한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조심해야 할 사항 세 가지를 소개한다.
① 말을 너무 길게 하지 마세요
지겹다. 매 번 반복되는 긴 말이 너무나도 지겨워서 미쳐 버릴 거 같다. 핵심만 얘기하면 되는데 장황하게 얘기한다. 과거에 있었던 A부터 얘기를 끝내 앞으로 발생하지도 않을 Z까지 이야기를 한다. 제발 제발 핵심만 얘기했으면 하는데, 어쩜 그리 한결같으실까. 물론 그렇지 않은 선배도 있지만 세월이 훌쩍 넘긴 부장님들은 본인이 말을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른다. 왜냐하면 주변에서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감히 대 선배님께 말이 너무 장황하시다고 할 수 있는 후배가 몇이나 있을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바쁘다. 하루에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고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일을 해결해나가야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도 그리고 빠른 커뮤니케이션이 필수다. 우리 부장님들이 꼭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말을 길게 하는 순간 젊은 후배들은 그 부장님에게 정을 붙이지 않는다.
② 목소리 좀 작게 하세요
귀가 따갑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목소리가 너무 커서 얘기하기가 싫다. 계속 듣고 있다 보면 신경질이 난다. 나는 바로 앞에 있는데 왜 이렇게 큰 소리로 얘기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대강당에서 공연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떤 위급상황도 아니고 말이다. 목소리 Volume에도 적당한 선이라는 게 있다. 숫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대체적으로 알고 있다. 어떤 게 적당한 목소리 크기이고 어떤 게 우리가 생각하는 범주를 벗어난 목소리인 줄을. 목소리가 크면 주변에도 이야기가 다 퍼진다. 부장님께서 하고 있는 말이 어떤 얘기인지 모르지만 가령 그 얘기가 내 사생활이나 내 약점에 관한 얘기라면 참 민망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목소리를 크지 않게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은 상대방을 위한 배려이고 후배를 위한 배려다.
③ 본인 얘기 좀 그만 좀 하세요(feat. 라떼)
부장님. 정말 궁금하지 않아요. 어떻게 일로 시작한 얘기가 부장님의 개인사로 연결될 수가 있나요? 만약 제가 궁금해서 물어보면 그땐 열심히 들을게요. 저 지금 바빠요. 빨리 일하러 가야 하는데 본인 얘기 그만하시고 일 얘기만 하면 안 될까요? 그렇다.. 부장님들 중에서도 유독 본인 얘기를 많이 하시는 분들이 있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얘기를 시작하고 20분쯤 시간 지나가는 건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조금 방심하다 보면 30분이 훌쩍 지나가 있다. 점심시간이다. 오전에 마쳐야 할 일을 끝내지 못하고 점심을 먹으러 가야 한다. 우리 후배들은 부장님의 개인사를 궁금해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사석에서나 들을 수 있는 얘기다. 바쁜 직장 사무실 안에서는 가급적 본인 이야기를 줄이는 것이 좋다.
오늘 직장 동료와 나눈 부장님들이 후배들에게 조심해야 할 '말'에 관한 것을 소개했다. 이것은 부장님들이 조심해야 할 사항이긴 하지만 나에게도 해당된다. 나도 대리, 과장을 넘어 부장급으로 연차를 먹어가고 있고 내가 배운 게 우리 부장님들이다. 보고 배웠으니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후배로 있을 때 싫었던 부장님들의 행동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