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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같은 직장생활

모든 미션을 통과한 사람만이 대표이사라는 별을 달 수 있다

by 에릭리
화면 캡처 2022-08-07 092048.png

오늘은 건설현장에 물이 많이 차서 물 청소하러 나갔다. 장마철에 비가 오면 현장에는 물이 넘쳐 모든 사람들이 고생한다. 사원, 과장, 팀장을 불문하고 삽을 가지고 나와 물을 푼다. 그 모습을 보며, 직장생활은 마치 오징어게임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징어게임에서는 여러 개의 게임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큰돈을 차지한다. 게임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개인으로서 또는 팀으로써 이겨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야 하며 게임에 질 경우 바로 사형을 당한다. 직장에서는 사형을 당하지 않을 뿐이지 마치 오징어 게임과 같다. 직장생활은 개인으로서의 경쟁이기도 하고 팀 단위 경쟁도 다분히 존재한다. 내가 속한 조직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 팀은 해체된다. 뿔뿔이 흩어져 다시 자기 갈 길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오징어게임으로 치면 사형과 같다.


오징어게임은 또 각 게임을 진행할수록 사람이 줄어든다. 그런데 소름이 돋는 것은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다. 위로 올라갈수록 경쟁상대는 적어진다. 사원일 때는 경쟁상대가 많다. 하지만 과장, 부장까지 진급하면 내 주변에 남은 사람은 얼마 없다. 이직한 동료들. 사업하겠다고 퇴사한 동료들 빼고 나면 남은 사람은 많이 있지 않다. 다들 이 직장생활이라는 게임에서 탈락했다는 것이다. 물론 직장생활이 큰 부를 안겨주는 좋은 게임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여하튼 부사장이라는 직급까지 올라가게 되면 대표이사라는 자리를 달기 위해서는 아주 소수의 임원들과 경쟁한다. 최종 라운드인 것이다. 내가 대표이사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이겨야 한다. 오징어게임의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상대방을 죽여야지만 게임이 끝난다. 조금 잔인하게 표현됐지만 직장생활의 최정점인 대표이사가 되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징어게임에서 이정재가 최종 우승까지 갈 때 필요했던 역량은 무엇이 있었을까? 절실함과 실력 그리고 운이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정재는 절실했다. 찢어지게 가난하고 도박 빚으로 힘들었던 현실세계에서 크게 한 번 역전을 하고 싶은 절실함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정재는 달고나 게임에서 여지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혀로 달고나를 핥으면서 본인만의 해법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통과하면서 모두 실력으로만 통과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영감이 이정재를 도와주기도 했고 팀원들이 같이 잘 협력해서 통과한 것도 있다. 즉, 운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정재는 오징어게임에서 모든 게임을 클리어하고 세상에 나갔지만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상대방을 짓이겨 누른 죄책감에 쌓여 방황했던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대표이사가 되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수많은 경쟁을 뚫고 대표이사가 됐을 때도 과연 기쁠까? 아니면 조금은 외로울까? 대표이사가 되기 위해 나 자신의 삶과 가족을 돌보지 않고 정주행 했던 나 자신이 과연 행복할까? 가 보지 않은 길이라 알 수는 없다.


직장생활은 다행히도 어떻게 게임을 해도 사형을 당하지는 않는다. 직장생활에서의 '사형'은 있을 수 있어도 나 자신의 삶은 '사형'당하지 못한다. 그래서, 오늘도 직장생활에서의 경쟁보다는 내가 할 일에 집중하고 그리고 나아가 내 삶에 집중하는 것이 직장생활 게임 말고 나 자신의 삶이라는 여정에 힘을 더 싫은 것이 좋지 않나?라고 현장의 물을 푸다가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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