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 Oct 23. 2021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오랜 시간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코로나가 터지고 친구들의 집에 초대되어 시간을 보내면서부터 내 공간, 그리고 독립에 대한 욕구가 조금씩 자라났다. 우리 집 냉장고에는 엄마가 해놓은 밑반찬이 항상 있었고, 밥을 먹기 위한 행위는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고 국이나 찌개를 데우는 일이 전부였다. 맛집도 너무나 많으니 편하게 사 먹고 말지 집에서 내가 요리를 해 먹는 것에 대한 생각이 특별하게 들지 않았다.     


목포에 처음 도착한 월요일 저녁, 밥을 먹으면서 그 주 평일 점심에 해먹을 메뉴를 정했다. 첫째 주 메뉴는 이러했다. 감바스와 알리오 올리오, 계란말이와 볶음밥, 제육쌈밥과 콩나물국, 카레와 열라면 순두부.     

 

요리를 한다는 행위 자체가 너무 어색했다. 주방은 넓었고 있을 건 다 있었지만 적응이 필요했다. 도구의 위치를 몰라 어리바리, 만난 지 며칠이 채 되지 않은 사람들을 파악하느라 재료 준비에도 머뭇거리며 낯선 분위기에 어쩔 줄 몰라하는 내가 있었다.      


밥을 같이 먹는 인원은 평균 8명 정도인데, 요리팀 4명 정리팀 4명으로 나뉘어 그날그날 각자가 맡은 일을 했다. 초반의 나는 정리팀을 훨씬 선호했다. 요리에 자신이 없었기에 마음이 더 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번, 두 번, 세 번 그리고 일주일 이주일이 지나면서 사람들과의 어색함이 사라지고 요리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만드는 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달라져 있었다.      


함께 요리를 하고 밥을 먹다 보니 우리는 시간 내어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와 공통점을 찾아 가벼운 시작을 할 수 있었다. 서로의 밥을 챙기며 한 식구가 되어갔다. 그들과 친밀함을 쌓아가면서 요리에 대해 내 목소리를 내고, 우리를 위한 요리를 만들어갔다.     


밥을 같이 먹는다는 행위는 서로 간의 벽을 조금 더 빠르게 허물었고 그 마음은 요리를 준비하는 애정으로 커져갔다. 누가 그랬다. “요리는 자신감!”이라고. 음식을 만드는 행위에 한 뼘 자신감이 붙은 지금,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요리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