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 오기 전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바닷가가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집에서도 하지 않는 아침 달리기가 하고 싶어졌다. 그놈의 건강 관련 운동 강박관념은 없어지질 않는다. 같이 할 사람이 있다면 함께, 없다면 혼자서 달릴 요량으로 운동복 몇 벌을 챙겨갔다.
첫째 날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각자가 준비해 온 음식으로 오붓하게 저녁 식사까지 끝냈다. 이때부터였나, 첫날이라 이동하고 긴장해서 피곤하기도 할 법한데 일찍 숙소로 돌아가기가 아쉬웠다. 그때 유달산을 오르자는 행동파 A의 제안으로 각자 숙소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다시 만났다. 첫째 날 저녁엔 유달산 등산을 그리고 다음날부터 아침 러닝 크루가 시작되었다.
난 잘 달리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함께 뛰는 두 명은 평소 꾸준히 달리기를 하는 친구들이었다. 체력에 대해, 속도로 인한 이런저런 걱정이 발동한 나였는데 부담스럽지 않은 배려로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강요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발적으로 달렸던 그날을 시작으로 7주간 꾸준히 달릴 수 있었다.
우리의 아침 러닝의 코스는 이러했다. 유달산 입구에서 만나서 5분 동안 명상을 한다. 그리고는 가볍게 준비 운동을 하고 슬슬 걸다가 달리기 시작한다. 약 50분 정도를 걷다가 뛰다가(걷뛰) 반복하면서 아침 운동을 마무리한다.
걷는 행위를 좋아한다. 이야기하며 걸어도 좋고, 홀로 음악을 들으며 하는 산책도 좋아한다. 목포에 와서 달리기를 할 계획을 세우긴 했지만, 달리면 금방 힘듬을 느끼기에 달리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정말로 혼자 달렸다면 이렇게 꾸준하게 달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 같이 뛰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아침 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고, 나중에는 나 홀로 아침 달리기에도 성공했다. 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하고 나니 별거 없었다. 다만 그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했다. 나를 홀로 내버려 두지 않은 그들에게 감사하다. 함께한 7주의 습관 덕에 오늘도 나는 아침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