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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Oct 23. 2021

목포에 왔다.

목포역이다.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목포에 왔다. 기차에서 내리기 1시간 전부터 밥은 무엇을 먹을 것인지 슬슬 검색을 시작했다. 혼자서 먹기에 부담이 없고, 나의 목적지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끌리는 음식! 두구, 두구, 두구, 두구 이름하여 ‘중깐’ 당첨. 중화식당 간짜장의 줄임말이라고 하는 이 음식은 면이 얇은 짜장면이다. 심지어 내가 갔던 식당은 중깐을 하나 시키면 약간의 짬뽕과 탕수육과 군만두를 서비스로 주는, 믿기지 않는 식당이다. 첫날부터 마주한 목포의 애정 가득 서비스에 난 어쩔 수 없는 사랑에 빠져버렸는지도 모른다.     


퇴사를 마음은 먹었지만 입 밖으로 내뱉기 힘들었던 제일 큰 이유는 퇴사 후 할 일이 정해지지 않아서였다. 일을 하던 시간을 다른 것으로 메워야 하는데 도대체 어떤 것으로 채울 수 있을까가 제일 큰 숙제였다.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명확하게 할 게 없다면 난 우울감에 빠져버릴 테니깐. 그러던 중 발견한 6주 간의 목포 생활 프로그램. 해외를 나가지 못하니까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 가서 한 달 정도 지내다 오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프로그램을 보니 나의 상황에 딱 맞아떨어졌다. 모집 공고에 적혀 있는 “쉬어갈 시간이 필요한데 넋 놓고 보내고 싶진 않은 사람”이라고 쓰인 문구는 마치 나를 위한 글 같았다. 퇴사가 너무 하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용기가 안 나서 오랜 기간 머뭇거린 나에게, 이런저런 고민들로 마음속에 걱정이 한가득이었던 나에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입김을 불어주었달까.      


5년을 다녔던 회사지만 퇴사 절차는 간단했다. 보안 및 인수인계 관련 문서 세 장 서명하기, 면담 몇 차례가 끝나고 남은 연차 휴가를 계산해보니 앞으로 출근날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다. 후련한 듯 허무한 듯, 나의 20대 중후반을 채운 첫 회사와의 인연의 끝이 보였다.      


그렇게 서울을 떠나 목포에 왔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불안함을 느낀다는 현대인의 병 때문인지 개인의 성향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도 난 열심히 사람들과 어울리고 끊임없이 할 것을 찾아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렇게 목포에서의 일상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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